[헤럴드경제=주소현 기자] 전기 요금이 올랐는데, 전기 쓸 데도 많아졌다. 살인적인 무더위에 에어컨은 물론, 제습기나 건조기 등 ‘전기를 많이 먹는’ 가전 사용이 늘어나서다. 무심코 가전을 쓰다가는 ‘냉방비 폭탄’을 떠안기 십상이다.
큰 노력을 들이지 않고도 전기 요금을 줄이는 방법이 있다. 바로 ‘플러그 뽑기’다. 플러그 뽑기를 생활화하면 전기 요금을 10% 가량 줄일 수 있다.
가전 플러그를 뽑으면 줄어드는 건 ‘대기 전력’이다. 대기 전력이란 전자기기가 언제든 작동할 수 있도록 대기하면서 소모되는 전기다. 전자기기의 전원을 꺼두더라도 플러그를 콘센트에 꽂아둔다면 전기를 계속 쓰고 있다는 의미다.
통상 가정에서 사용하는 전기의 10% 가량은 대기 전력으로 쓰인다. 한국전기연구원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대기 전력에서 나오는 요금이 5520억원(2011년 기준)에 이른다.
냉장고, 전화기, 공유기와 같이 24시간 돌아가는 가전이 아니라면 사용하지 않는 시간에는 플러그를 뽑아두는 게 가장 좋다. 플러그를 뽑는 게 번거롭다면 스위치가 있는 멀티탭을 사용해도 대기 전력을 물리적으로 차단할 수 있다.
현행 법에서는 대기 전력을 줄여야 하는 가전을 정해뒀다. 대표적으로 전자레인지, 프린터, 오디오, 비데 등 20개 품목이다. 한국전기연구원에 따르면 대기 전력이 가장 큰 가전은 셋톱박스(12.27W), 인터넷 모뎀(5.95W) 등이다.
에어컨(스탠드형)도 전원을 켜지 않고 콘센트에 꽂혀 있다면 1초당 5.81W가 소모된다. 사용하지 않을 때도 플러그를 꽂은 채로 두기 쉬운 전기밥솥(3.47W), 컴퓨터(2.62W), 전자레인지(2.19W), TV(1.27W) 등도 대기 전력이 높은 편이다.
조금씩이라도 전기를 아껴서 가장 좋은 점은 전기 요금을 줄일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지난해 2분기부터 지난 2분기까지 5분기 연속 요금이 인상됐기 때문에 예년처럼 전기를 써도 요금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 4인 가구가 지난해 7~8월(427㎾h)처럼 전기를 쓸 경우 요금은 지난해 6만6690원에서 올해 8만530원으로 1만3800원 가량 늘어난다.
전기를 더 사용했다면 누진 구간(450㎾h 이상)과 만나 요금이 폭발적으로 늘어난다. 4인 가구가 지난 여름보다 전력을 10% 더 사용했다면 요금은 50%, 사용량이 20% 늘 경우 요금은 최대 70%까지 늘어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반면 플러그를 뽑거나 스위치가 있는 멀티탭을 이용하면 실제로 전기는 비슷한 수준으로 쓰더라도 최대 10% 가까이 전기 요금을 줄일 수 있다. 4인 가구 기준으로는 월 8000원 가량 줄일 수 있는 셈이다.
전력 사용량을 줄이면 온실가스도 줄일 수 있다. 지난해 에너지원별 발전량을 보면 석탄(32.5%), 원자력(29.6%), 가스(27.5%), 신재생(8.9%), 석유(0.3%) 순이다. 아직도 전기를 생산하는 데 60% 이상은 화석연료를 사용하기 때문에 전기를 많이 쓰면 온실가스도 많이 배출되는 구조다.
안정적인 전력 수급을 위해서라도 가정에서 전기를 아끼면 좋다. 전력 수요는 갈수록 커지고 있어서다. 가정에서도 에어컨뿐 아니라 건조기, 식기세척기 등 전력 소모가 큰 가전을 많이 쓰지만, 데이터 산업 등이 고도화하면서 이래저래 전력 수요는 늘어나고 있다.
올 여름에는 전력수요가 100GW를 넘어섰다.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7일 오후 2~3시 평균 전력 총수요 추계는 100.571GW다. 한 시간 동안 사용한 전력이 100GW를 넘어선 것은 처음이다. 2007년 7월 최대 전력은 57.913GW로, 불과 16년 만에 두 배 가까이 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