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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터뷰] ‘D.P.시즌2’ 손석구가 연기를 대하는 자세
“‘뭔가 해야 되지 않겠나’는 대사에 특히 공감”

[헤럴드경제 = 서병기 선임기자]넷플릭스 오리지널 ‘D.P.’ 시즌1과 2에서 가장 많이 바뀌는 캐릭터는 임지섭 대위 역을 맡은 손석구(40)일 것이다.

시즌1에서 안준호(정해인)와 한호열(구교환)이 탈영병들을 잡으러 다니다, 그들의 녹록치 않은 사연과 상황을 이해하게 된다.

손석구는 “시즌1에서 임지섭 대위는 준호와 호열의 장애물이었다면 시즌2에서는 서포터, 동조자로 바뀌었다”면서 “시즌1에서 조석봉 일병의 탈영사건과 극단적 선택 시도가 발생했는데, 임 대위는 방관했고 자책하면서 끝났다. 시간이 지나 시즌2에서는 그 점에 대해 후회한다”고 설명했다.

임지섭 대위는 군대내 사망, 사고를 모두 개인의 과실로 돌리려는 구자운 법무실장(지진희)에 맞서용감하게 법적 증언을 하게 된다. 그의 증언은 명연설이 되었다.

“그들은 모두 나라를 지키기 위해서 군대에 왔습니다. 같이 생활하다가 누가 누구를 죽이는 일이 발생했는데, ‘나라는 아무런 책임이 없다’ ‘증거가 없다’ ‘직접적인 원인이 아니다’고 한다면, 그런 나라를 위해 그들은 무엇을 지키기 위해서 군인이 되었습니까.”

극중에서 그의 증언으로 일부 사고에 한하는 것이지만, 국가의 배상책임을 인정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실제였다면 그 후 임 대위의 군 생활을 어떻게 흘러갔을까?

“아마 순탄하지는 않았을 것 같다. 그 전에는 임 대위가 순탄해지려는 상황을 만들려고 했을 것 같은데, 증언후에는 사안을 대하는 시선이 달라진 것이다. 상황은 더 나락으로 떨어졌다고 볼 수 있지만, 조금 더 책임감 있는 장교나 간부가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이처럼 손석구가 6부작인 시즌2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다 보니 분량이 꽤 늘어났다. 일각에서는 시즌1과 시즌2 사이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 영화 ‘범죄도시2’ 등으로 큰 인기를 얻었기 때문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이에 대해 손석구는 “내가 인지도가 올라가고 유명해진 계기가 된 드라마가 방송되기 훨씬 전에 대본을 받았다. 특별히 분량이 많다는 인상도 못받았다. 시즌2 4부인 불고기 괴담 에피소드에 좀 많이 나온 걸 빼면 내 출연 분량은 별로 없다. 시즌2 5부에는 아예 안나온다”면서 “만약 그렇게 느꼈다면, 제 역할이 달라져 그렇게 보일 수도 있을 것 같다. 한준희 감독님은 그렇게 할 분이 아니다. 자신의 콘텐츠에 엄청난 자부심을 가지고 일하시는 분이다”고 말했다.

손석구는 임지섭 캐릭터를 부각시키기 위해 많은 연구를 했다. 임지섭 캐릭터를 틀안에 가두고 기획해 연기하는 게 아니라 이 캐릭터가 어떤 모습으로 갈 수 있는지를 한번 만들면서 해보려고 시도했다.

“임지섭은 시즌2 5화에는 아예 등장을 안하는데,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시청자는 궁금해하실 것이고, 이 사이에 어떤 생각을 했을까 하고 바라보신다. 머리로만이 아니라 경험과 체화의 감정을 느껴보는 게 중요하다. 물론 똑같은 말을 했겠지만, 말할 때의 감정을 중요시 하는 거다.”

손석구는 “임지섭 대위가 구자운 준장(지진희)을 만났을때 두려움에 떤다. 이 사람의 말 한마디가 법이다. 그런 사람 면전에서 임 대위가 증언할 때 엄청 떨렸을 것이다. 이때 한마디 한마디 후폭풍을 두려워 하면서 불안함을 연기로 보여주고 싶었다. 흔들렸던 불안함이다”고 설명했다.

군무 이탈 체포조 준호와 호열이 여전히 변한 게 없는 현실과 부조리에 끊임없이 부딪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D.P.’를 두 시즌이나 촬영하면서 자신의 군생활 생각이 많이 났다고 했다. 특히 변화하는 캐릭터를 맡아 의미가 각별한 듯 했다.

“이건 픽션이고 하나의 극이라 제가 개인적으로 겪은 것과는 다르지만, 공감이 됐다. 동떨어진 얘기가 아니라 내 얘기 같기도 했다. 현실감이 들고 섬세하게 잘 표현된 것 같다. 극중 ‘뭔가 해야 되지 않겠나’는 대사에 특히 공감했다. 정해인이 처절한 사투를 벌이는 걸 보면서, 서로가 불씨가 되어줘야 하지 않겠나 하는 생각을 했다.”

그러면서 책임감이 결코 쉬운 게 아니라고 했다. 손석구는 “더불어사는 세상과 조직에서 핑계나 도망갈 거리를 만들려면 만들 수 있는 건데 정면돌파한다. 의무를 직시하는 임지섭 대위도 성장한 것이다”면서 “비밀이 담긴 USB를 제출하는 데 무려 12화까지 걸린 거다. 바위에 계란 던지는 것 하나에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드라마 ‘D.P.’ 이야기를 하면서 주제가 자연스럽게 손석구의 연기 인생으로 이어졌다. 그는 “나도 배우 초기에 자책을 많이 했다. 가족과 주변인, 사회의 기대에서 오는 무게감을 벗어버리면서 달라졌다. 30대초반 어두운 생활을 많이 한 것 같다. 생존본능이 더 강해졌다”면서 “그때는 바닥에 있으면 안되는 줄 알았지만, 지금은 바닥에 있어도 괜찮다”고 했다. 이어 “지금은 생존본능으로 연기하는 건 아니다. 즐기면서 일 하고 있다”고 전했다.

손석구는 최근 출연한 연극 기자간담회에서 연극에서의 연기를 두고 ‘가짜연기’라고 표현하면서 선배 연기자 남명렬이 오만하다고 지적하는 등 구설수에 올랐다. 이를 통해 많은 걸 배운 듯 했다.

“위축될 필요는 없지만 말을 조심하고, 순화해서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렇게 계속 기사회가 될 정도로 남명렬 선배님과 오해가 있었던 건 아니다. 그 일이 있고 그 다음날 다 풀었는데, 미디어에서는 내가 거기 매몰돼 빠져나오지 못하는 것처럼, 또 디스전으로 계속 나왔다. 오늘은 ‘D.P.’에 관해 많은 얘기를 나눴으면 좋겠다.”

손석구는 ‘D.P.’ 시즌1과 시즌2가 촬영되던 지난 1년 4개월동안 단조로운 생활의 연속이었다. 집과 촬영장을 오가는 일정의 반복이었다.

“반복 안에 교훈이 있다. 과거에는 이런 게 원하는 삶이었다. 원하는 게 연기자였고, 지금 쓰임을 받는 것인데, 여기서 최대한 많이 배우고 싶다.”

이제 많은 작품들이 손석구를 기다리고 있다. 손석구가 선택의 키를 쥐고 있다. 작품 선택 기준도 궁금했다.

“대다수 작품이 한 사람의 아이디어에서 시작된다. ‘D.P.’는 김보통 작가다. 그리고 한준희 감독이다. 작품을 기획한 분들의 의도가 착하고 진솔하면 제가 하고싶어진다. 그게 작품 내용과 캐릭터를 따지는 것보다 우선이다. 내가 커리어를 만들려고 한다고 되는 게 아니다. ‘나의 해방일지’도 변곡점이 될 거라고 생각해서 한 게 아니다.”

손석구는 2021년 공개된 왓챠 옴니버스 프로젝트 ‘언프레임드’에서 ‘재방송’이라는 단편영화를 연출한 적이 있는데, 연출하면서 5년은 늙은 것 같지만 행복감을 맛봤다면서 또 해보고싶다고 했다. 그는 연기하면서 동양철학의 도움을 많이 받는다고 했다. “많이 물어라”는 노자로부터 배웠고, 중용 제 1장 천명지위성(天命之謂性, 천이 명하는 것, 그것을 일컬어 성이라 한다)을 특히 좋아한다고 했다.

“어릴 때 다도(茶道)선생님이 논어, 중용, 대학을 읽어보면 도움 될 거라고 했는데, 당시는 무슨 말인지 몰랐다. 책도 읽고 유튜브 강의도 들으면서 이해가 되고 마음의 평화를 얻는다. 동양철학의 고전들을 읽으려고 중국어학원에 다닌 적도 있다. 그 속의 이야기가 추상적으로 느껴질 수도 있지만 저는 일상적이고 삶속의 당연한 이야기로 받아들인다. 이런 이야기를 통해 내 스스로 솔직한 대화를 할 필요가 있다. 거기에 답이 있다. 그것이 연기라고 생각한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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