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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매립지라 태풍·폭염·악취에 취약”...4년전 예견된 잼버리 사태
2019년 작성 정부 보고서 확인
각종 문제 예견한 내용 현실화
국가 신뢰도 하락 우려도 포함
지난 2019년 새만금개발청이 작성한 ‘2023년 세계잼버리 준비 및 새만금 투자 활성화’ 보고서

매립지 특성상 새만금이 태풍과 폭염에 취약할 수 있다는 정부 보고서가 4년 전에 이미 작성된 것으로 8일 확인됐다.

당시 보고서에는 화장실 등에서 악취가 날 수 있고, 이로 인해 대한민국 국가 신뢰도가 떨어질 수 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그러나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는 제대로 된 대처 없이 진행됐고, 보고서 우려는 예언처럼 맞아 떨어졌다. 외국에서 온 어린 스카우트 대원들이 폭염에 쓰러졌고, 푸세식 화장실은 막혀 파리가 꼬였다. 결국 태풍까지 겹치자 대원들은 대부분 철수하면서 파행으로 치닫게 됐다.

헤럴드경제가 입수한 새만금개발청의 2019년 보고서 ‘2023년 세계잼버리 준비 및 새만금 투자 활성화’ 총평에는 매립지 특성상 태풍에 취약할 수 있고, 이를 철저하게 대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태풍과 우기가 많은 8월중 매립지에서 잼버리대회를 치르는 것이므로 태풍에 대비한 안전대책 마련과, 우기에 대비한 적절한 배수시설을 설치하고 상부층은 양질 토사로 매립·다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매립지이기 때문에 폭염에 취약하다는 점도 담겼다. 보고서는 “우리나라 여름철은 온도와 습도가 높고, 매립지 특성상 수목 등이 없는 벌판에 있어 참가자 안전을 위해 더위를 피할 수 있는 그늘막과 내부 쉼터 등 조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화장실 등 위생문제도 거론됐다. 보고서는 “악취 등으로 인한 국가의 신뢰도가 하락하지 않도록 관리 부분도 미국처럼 전문요원을 배치하여 운영할 필요가 있다”며 “샤워시설 및 화장실 등 위생시설도 미국 수준 이상으로 설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특히 미국 현지 상황을 참고해야 한다는 내용이 강조됐다. 보고서는 “(미국은) 위생시설 1개에 화장실 8개, 샤워부스 6개가 있어 총 화장실 2688칸, 샤워부스 2016칸을 보유했다”며 “전문 청소인력을 배치하고 위생적으로 관리해 냄새가 전혀 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미 이러한 지적이 있었으나 보고서의 우려는 그대로 현실화됐다. ‘폭염·악취·태풍’ 등 잼버리를 최악으로 만든 모든 원인을 알고 있었지만, 4년 동안 제대로 된 대응책을 마련하지 못한 것이다. 결국 보고서 우려대로 잼버리 대회가 파행으로 치달으면서 국가 신뢰도 추락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잼버리 대원들은 이날 대부분 새만금을 떠난다. 태풍 ‘카눈’의 북상 때문이다. 156개국에서 온 약 3만6000명이 버스 1022대를 이용해 이동한다. 철수 전까지도 잼버리 행사는 진행 수준이 최악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잼버리 현장에서는 지난 2일 개영식에서만 100명 넘는 온열질환자가 발생했고, 외신들은 ‘생존미션·보건위협’이라고 칭하기도 했다. 홍태화 기자

th5@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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