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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 설]사회생활 시작하자마자 빚의 굴레에 갇히는 청년들

미성년자에서 갓 벗어난 만 20대 이하 연령층의 2분기 말 연체율(1개월 이상 원리금 연체 기준)이 0.44%로 집계됐다.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2018년 3분기 말 이후 약 5년 만에 가장 높을 뿐 아니라, 사실상 역대 최고 수준이라는 게 은행권의 설명이다. 0.17~0.21%에 머문 30~60대 연체율과 견줘 두 배 이상 높다. 연령 특성상 직업이 아예 없거나 고용이 불안한 이들이 전세나 월세 자금을 대출받고는 이자조차 제때 갚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청년층의 과도한 빚은 결국 금융불안, 소비위축은 물론 저출산까지 부추기는 단초가 된다는 점에서 여간 심각한 일이 아니다.

20대 이하의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6월 말 현재 34조2500억원으로 2018년 9월 말(13조4700억원)의 2.54 배에 이른다. 같은 기간 연체액도 200억원에서 7.5 배인 1500억원으로 뛰었다. 특히 19세 이하의 주택담보대출 연체율은 2분기 말 현재 20.0%에 이르렀다. 이는 무소득자도 대출이 가능한 주택금융공사 전·월세 대출의 영향이 컸다. 비대면 대출이 가능한 카카오뱅크에 청년들이 쏠리면서 이 은행의 19세 이하 주택담보대출 연체율은 6월 말 현재 27%까지 치솟았고, 나머지 은행들의 연체율도 4.2%로 높아졌다. 주로 학생이나 비정규직 청년들이 원룸 등의 전·월세를 얻기 위해 대출을 받는 경우가 많은데, 일자리나 고정 수입이 없는 데다 금리까지 오르자 제때 이자를 갚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진 것이다.

얼마 전 코로나19로 실직한 20대 여성이 단돈 몇십만원이 없어 불법 대부업체에서 돈을 빌렸다가 나체사진으로 협박까지 당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원금의 수십배를 물리는 대부업체의 무자비한 채권추심에 당한 피해자의 60~70%가 20~30대 청년층이다. 소득 수준과 신용 등급은 낮은데 여기저기서 돈을 빌린 30대 이하 다중 채무자가 지난해 말 기준 46만명에 달한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정부의 최대 100만원 급전 소액대출에도 청년층이 몰려간다.

사회생활을 막 시작하자마자 청년들이 빚의 굴레에 갇히는 것은 벌어서 차근차근 갚아나갈 형편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올 들어 고용시장에 온기가 돈다고 하지만 지난 6월 청년층(15~29세) 취업자는 9만9000명 줄어 7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장기저리 대출 보완 등 청년 맞춤형 금융 대책도 마련해야 하지만 결국 최선의 대책은 양질의 일자리다. 정부와 정치권, 지방자치단체, 온 사회가 합심해 우리 기업들이 질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낼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규제 혁파와 노동시장 유연화, 세제 인센티브 등 할 수 있는 건 뭐든 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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