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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 아이 살려줬는데” 그 아이는 하늘나라…엄마는 웃지 못 했다
서울아산병원에 입원했을 당시 리하. [유튜브 서울아산병원 캡쳐]

[헤럴드경제=고재우 기자] “심장이식은 (공여자가) 꼭 하늘나라를 가야하는 것이기 때문에 빨리 이식이 됐으면 좋겠다고… 차마 그 생각은 못 하겠더라고요.”

세 번의 유산 끝에 얻은 귀한 아이. 하지만 김리하(2)의 심장은 엄마 뱃속에서부터 심상치 않았다. 남들보다 심장이 빠르게 뛰었기 때문이다.

태어난 뒤에도 리하의 심장은 다른 아이들과 달랐다. 약물치료로 어떻게든 건강을 되돌려 보려 노력했으나,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결국 지난해 4월 7일 리하는 ‘만 14개월’만에 서울아산병원 소아중환자실 생활을 시작했다.

돌이켜 보면 소아중환자실에 입원하는 것조차 여의치 않았다. 리아가 앓았던 확장성심근병증은 심장이 확장되면서 기능이 저하되는 심근 질환이다. 약물치료로 효과를 보지 못 할 경우 남은 선택지는 ‘소아 심장이식’ 밖에 없는데, 소아이식이 가능한 의료기관은 국내에 ‘5곳’ 뿐이다. 당시를 회상하며 리하 엄마는 이렇게 말했다.

“휴대폰에 저장된 이름 중 서울과 관련 있는 사람이라면 새벽에도 전화를 했어요. 좀 도와 달라고. 리하가 중환자실에 입원할 수 있게 해달라고. 대전에 사는 제게 입원 가능한 병원을 수소문 하는 것은 불가능한 미션 같았거든요.”

리하가 자신의 몸보다 큰 바드(VAD·심실보조장치)를 단 채 병원 내에서 걷고 있다. [리하 엄마 제공]

리하가 중환자실과 일반병실을 들락날락한 지 한 달. 아직 세상을 제대로 겪어 보지도 않은 아이에게는 또 다른 미션이 주어졌다. 지난해 5월 4일, 소형냉장고만한 크기의 바드(VAD·심실보조장치)를 달게 된 것이다. 바드는 심실에 소규모 인공펌프를 부작 후 수축기능이 저하된 심실로부터 직접 혈액을 뽑아내 다음 단계로 분출해주는 장치다.

소아심장 공여자를 찾기까지 기다림을 위해 리하는 바드를 달았다. 리하 주치의였던 최은석 서울아산병원 소아심장외과 교수는 “특히 작은 아이들의 경우 심장이식 대기를 시작해도 공여 심장이 나오는 확률이 매우 낮다”며 “심장이식 대기를 하면서 좌심실 보조장치를 달아 리하 상태를 건강하게 하려 했다”고 말했다.

목이 마른 리하가 울먹이고 있다. 리하에게 허용된 하루 물의 양은 60ml에 불과했다. [유튜브 서울아산병원 캡쳐]

리하 엄마는 이 시기를 가장 힘들었던 때로 기억한다. 기약 없는 기다림은 차치하더라도, 물을 마음껏 마실 수 없는 아이를 보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또 리하에게 연결된 바드 선이 꼬이기라도 하면 위험한 상황에 빠질 수 있기 때문에 불안한 마음에 그는 ‘24시간’ 아이를 안고 있어야만 했다.

“확장성심근병증은 심장에 무리가 가면 안 되기 때문에 하루에 마실 수 있는 물이 60ml정도 였어요. 리하가 물을 달라고 항상 보채고, 너무 목이 마르고 갈증이 났겠죠.”

드디어 기다리던 심장이식 소식이 왔다. O형이었던 리하의 혈액형에 맞는 심장공여자가 6개월 만에 나타났다. 운이 좋은 케이스였다. 실제로 송진영 삼성서울병원 소아과 교수팀이 2000년 1월부터 2020년 1월까지 삼성의료원·서울아산병원·서울대학교어린이병원 등 심장이식 대기자 등록됐던 18세 미만 소아환자 254명 기록을 검토한 결과, 254명 중 145명만이 심장이식을 받았다. 대기 중 사망한 소아환자 66명이었다. 4명에 1명 꼴로 사망한 셈이다.

지난해 12월 2일 퇴원한 리하는 현재 건강하게 생활 하고 있다. [리하 엄마 제공]

지난해 12월 2일, 리하는 드디어 퇴원할 수 있었다. 서울아산병원에 입원한 지 ‘약 9개월’만이었다. 그럼에도 리하 엄마는 환하게 웃을 수 없었다. 리하에게 심장을 이식한 아이는 사망했다는 뜻일 뿐더러 아직까지도 심장이식을 기다리는 아이들이 많음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기자의 마지막 멘트 요청에 리하 엄마의 목소리는 이미 울먹이고 있었다.

“정말 운이 좋았어요. 세브란스병원에 입원한 어떤 아이는 11개월째 공여자를 기다리고 있어요. 또 한편으로는 심장이식은 꼭 하늘나라를 가야지 한 생명이 다른 새 생명을 살릴 수 있는 거잖아요. 매일 잊지 않고 생명을 주고 간 아이와 가족을 위해 기도하고 있어요.”

k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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