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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D.P.’시즌2 정해인,“그래서 뭐가 바뀌었냐고? 질문 던진 것만으로도 의미”

[헤럴드경제 = 서병기 선임기자]넷플릭스 시리즈 ‘D.P.’ 시즌2로 돌아온 정해인(35)은 더욱 단단해진 활약을 펼쳤다. ‘D.P.’ 시즌2는 군무 이탈 체포조(D.P.) 안준호(정해인 분)와 한호열(구교환 분)이 여전히 변한 게 없는 현실과 부조리에 끊임없이 부딪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정해인은 현실에 무력감을 느끼지만 변화를 위해 고군분투하고 성장하는 안준호 그 자체로 녹아들었다.

정해인은 강남의 한 카페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넷플릭스에서 1위를 했다. 많은 분들이 보셨다는 의미니까 감사하다”는 말부터 시작했다.

군대 탈영병을 잡으러 다니는 극의 내용부터가 외국인에게는 독특하다. 외국에서 지극히 한국적인 이런 서사에 어떻게 관심을 가지고 볼 수 있었을까?

“넷플릭스 1위가 당연한 건 아니다. 징병제가 있는 나라는 공감하면서 봤을 것이다. 군대가 없거나 익숙하지 않은 나라는 호기심과 궁금증이 시청의 이유라고 본다. 군대라는 집단 자체가 폐쇄적일 수밖에 없다. 모든 걸 사사건건 알릴 수 없는데, 알려지지 않는 데 대해 궁금증이 생길 것 같다. 군대도 하나의 커다란 회사 같은 느낌이다. 잘 모르는 외국인이 볼때, 한국 군인에게 저런 일이 있구나 하고 볼 수도 있지 않을까.”

정해인은 ‘D.P.’를 두 시즌 찍고난 후 군대에 세 번 갔다 온 것 같다고 했다. 멜로와 멀어진 것 같아 이제 멜로 할 때도 된 것 같다는 말도 했다.

“저는 ‘설강화’도 찍었고 ‘커넥트’도 했지만, 한준희 감독은 3년간 ‘D.P.’만 만지고 있었다. 시즌3 이야기까지 나오면서 나는 행복했지만 두 시즌을 150~200번 정도 봤다는 감독님은 휴식이 필요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시즌3를 한다면 나는 기회가 생기고, 무엇보다 현장이 좋았다. 쥐어짜내는 고통은 있었지만, 다들 즐거운 마음으로 연기에 임했다.”

한국 남자들의 군대 이야기는 끝이 없다. 사람마다 우리 때와 다르다는 말을 하기도 한다. 특히 MZ세대들은 ‘D.P.’ 시즌2에 대한 반응이 제각각이다.

“군대에 대한 경험은 세대에 따라 다르고 같은 세대라도 개인차가 크다. 나는 연천 부대에서 2010년 전역했고, ‘D.P.’는 2000년대 초반을 다룬다. 요즘 젊은 친구들에게는 분명 다른 부분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어렵고 힘든 곳이라는 데에는 모두가 동의한다. 닫혀 있고, 모르는 사람과 적응해야 하니까 더 힘들 것이다. 내가 연기하는 데 참고했던 것은 사단 신교대 훈련소에서의 기억과 적응하기 바빴던 이등병 시절이다.”

여섯 편으로 이뤄진 ‘D.P.’ 시즌2에 오면 이등병 안준호가 일병이 된다. 승진과 함께 감정선에도 변화가 온다. 시즌1과 시즌2는 어떻게 달라졌을까?

“나에게는 디피 보직 자체가 생소하고 낯설다. 계급에 따른 변화보다는 시즌1때 있었던 사건과 축적된 스트레스의 감정을 1년 6개월이 지나서 촬영한 시즌2에 고스란히 가져와야 하는 게 더욱 중요했다. 또 시즌1에서는 ‘뭉쳐보자’는 생각으로 연기했다면 시즌2에서는 ‘새로 모인 사람들에게 한마음으로 도와주자’는 생각으로 임했다.”

정해인은 시즌2가 시즌1때부다 대사가 줄어들었다. 버디 무비 느낌이 났던 상대역 한호열은 한동안 말을 못한다. 대신 군대 사고를 개인 책임이 아닌 국가와 조직의 문제로 보는 임지섭 대위(손석구)의 대사는 늘어났다. 정해인은 이 같은 임 대위의 법적 증언을 몸소 행동으로 옮기는 실천가라고 할 수 있다.

“이번에는 감정선과 리액션을 특히 중시했다. 상대 배우들이 나에게 편하게 연기했으면 좋겠다. 그래야 내가 맡은 안준호 배역도 살아난다. 시즌2는 더욱 무거워진다. 시즌1에서 황장수(신승호)에게 괴롭힘을 당했던 조석봉(조현철) 일병이 탈영해 결국 자신에게 총구를 들이민다. 시즌2에서도 괴롭힘을 당하던 김루기(문성훈) 일병의 총기난사 사건 얘기를 풀어가니 딥해지고, 군대 시스템 문제를 얘기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 사건을 겪고 엄청난 트라우마로 남아있는 시즌2에서도 계속 왁자지껄 하기는 힘들다. 제 생각에는, 만약 시즌3라면 다시 1으로 돌아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정해인은 올곧은 성정에 연달아 충격적인 사건을 겪으며 일렁이는 인물의 감정선을 세밀하게 표현했고, 더 나은 내일을 위해 필사적인 안준호의 모습을 설득력 있게 그려냈다. 또한 정해인은 격투에 능한 인물의 설정을 그대로 흡수해 고난도의 맨몸 액션도 유감없이 선보였다. 기차액션신은 그중 하나다.

“14대 1의 기차 액션신이 현실감이 떨어진다는 사람도 있다. 결과적으로 내가 졌다. 호열 선배가 날 구해준다. 감독님과 제가 원한 것은 단순히 멋있고 화려하고 싸움 잘하는 표면적인 것보다, 힘들고 처절함을 전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주먹 하나 내지르는 것도 ‘액션적인 감동’이 나왔으면 했다. 세트가 아니라 실제 KTX 열차안이라 협소해 여러 테이크를 찍어야 했다.”

인터뷰 종반에 ‘D.P.’ 시즌2의 주제와 관련된 군대 시스템에 대한 이야기도 했다. 실제로 불합리한 경험을 한 적이 없었냐는 질문에 “없을 리가 있을까. 요즘은 녹색 병영문화가 생기는 추세지만, 신참 시절을 경험하면 무섭다. 그래서 나도 고참이 되면 후임들을 괴롭히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고, 실천으로 옮겼다”고 말했다.

2021년 시즌1이 방송된 후 사람들은 집단 PTSD(외상후 스트레스장애) 증상을 호소하기도 하는 등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시즌2는 그 불합리와 부조리를 바꿔보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이다.

“PTSD가 왔다는 것은 공감이 됐다는 뜻이다. 물론 부정적인 기억이고 공감이지만. 후임들을 괴롭힌 황장수는 제대하고 복학해 아무 일 없던 것처럼 지내지 않나. 소름 끼친다. 아마 군대에서 자신을 괴롭힌 상사를 제대후 어디서 만난 경험을 가진 사람도 있을 것이다.”

사람들은 “그래서 뭐가 바뀌었나?”라는 이야기를 하고싶을지도 모른다. 이에 대해 정해인도 “아직 체감을 못하지만 많은 분들이 보셨고, 군대에서도 넷플릭스를 본다는 얘기를 들었다. 뭐가 됐건 질문을 던져준 데 대해 각자의 느낌은 있을 것이다. 그것만으로도 할 수 있는 일은 다 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한다.

정해인은 남들이 모두 예스(Yes)라고 할때 노(No)를 할 수 없는 사람이라고 했다. 그는 “이게 좀 이상하지 않냐고 말하고 싶을 때가 많다. 하지만 그 말을 하고 내가 스트레스를 짊어질 수 있을까를 생각하면, 과연 내가 그런 말을 할 수 있을까”라면서 “노라고 말하는 용기도 중요하지만, 노를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지, 그 태도도 중요하다. 직설적이기보다는 ‘이게 어떨까요’라고 부드럽게 이야기하는 스타일이다”고 말했다.

이어 “저는 대중예술,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아야 성공하는 직업인데, 까칠하게 아니라고 하면 그 이후의 상황은 나의 주변 사람들이 수습해야 하는 것을 알기 때문에 제가 나이스 하게 표현하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고 말하며 구체적인 방법론까지 제시했다.

정해인은 함께 촬영한 선배, 동료들과의 기억을 전하기도 했다. “구교환 선배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재치있는 탱탱볼 스타일이라 집중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손석구 선배는 함께 찍은 분량이 적어 아쉽다. 다음에는 꼭 더 함께 하고싶다.”

정해인은 지난 4년간 멜로 드라마를 하지 않았다. 의도적으로 피한 건 아니고 자연스런 흐름이었다고 한다. 그는 “최근 팬미팅을 했는데, 멜로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존 연하남 스타일과는 다른 멜로, 완전히 달라진 것은 아니고 익숙한 듯 한데 뭔가 다른 멜로를 했으면 한다”고 포부를 밝혔다.

데뷔 10년차인 정해인은 영화 ‘베테랑2’의 촬영을 끝냈다. 정해인의 기존 이미지와 다른 모습을 류승완 감독이 끄집어냈다고 한다. 그는 작품을 통해 공감대를 선사하고 대리만족을 느끼게 해주고 싶다는 바람을 거듭 강조했다. 정해인은 지금 군대에 있는 병사들에게 위로의 말을 전하고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부디 몸도 마음도 다치지 말고 무사전역하시길 바란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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