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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콘크리트 유토피아’ 박보영 “무서운 이병헌 ‘갈치’ 취급하며 마음 준비”[인터뷰]
“내 필모의 ‘굵은 글씨체’로 남을 작품”
재난물·오락물 아닌 생각꺼리 주는 영화
속상했던 러블리 이미지 “이젠 감사”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헤럴드경제=이현정 기자]“시나리오를 처음 읽었을 때 중간에 세 번 멈췄어요.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를 스스로 질문하며 멈추고 한숨 쉬길 반복했죠. 명화(극중 캐릭터)처럼 행동하고 싶지만, 정말 그렇게 총대를 멜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아직도 정답을 못 찾았어요.”

배우 박보영은 최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가진 헤럴드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의 시나리오를 처음 읽었던 순간을 이같이 기억했다.

9일 개봉하는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대지진으로 모든 것이 무너진 서울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아파트의 주민들의 이야기다. 김숭늉 작가의 웹툰 ‘유쾌한 왕따’ 2부 ‘유쾌한 이웃’을 원작으로 한 작품으로, 단편 영화계에서 탄탄한 내공을 쌓은 엄태화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영화는 아파트 주민들이 외부인의 출입을 원천 봉쇄하고 자기들만의 규칙을 만들어 생존하는 과정을 그린다. 자기밖에 모르는 극한 이기주의부터 남을 챙기는 이상적인 이타주의까지 살아남은 자들 사이에서 드러나는 다양한 인간성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박보영은 캐릭터들 가운데 가장 이상적인 성품을 가진 명화를 맡았다. 명화는 아파트로 몰려오는 외부인들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하는 인물이다. 외부인을 철저히 막고 아파트를 지켜야 한다는 입주자 대표 영탁(이병헌 분)과 대척점에 선다. 영탁을 돕는 명화의 남편 민성(박서준 분)과도 충돌한다.

박보영은 “명화는 이 영화에서 꼭 필요한 인물이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보여져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민성과의 케미가 꽁냥꽁냥만 하기보다는 현실적인 신혼 부부의 모습을 보여주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탁과 대립하며 긴장감을 끌고 가야 하는 역할인 만큼 부담도 적지 않았다. 특히 영탁과 직접적으로 갈등을 빚는 장면은 그에게 큰 부담이자 도전이었다. 박보영의 부담을 눈치 챈 엄 감독은 그에게 영탁으로 분한 이병헌의 사진 한 장을 전송했다. 그리고선 이병헌을 생선 ‘갈치’ 취급하듯이 보라는 ‘숙제’를 내줬다. 영탁의 얼굴에 익숙해져서 주눅들지 말라는 뜻이었다.

박보영은 “병헌 선배의 사진을 핸드폰 바탕화면으로 저장한 뒤 매일 사진을 보면서 ‘난 할 수 있다’, ‘난 무섭지 않다’고 스스로 주문했다”면서도 “첫 테이크 때 병헌 선배를 마주하는데 눈빛이 너무 무서워서 완전 주눅들었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이병헌을 비롯한 많은 배우 선배들과 연기한 이번 작품은 그 어느 때보다 감사하고 든든한 기회였다고 강조했다.

박보영은 “함께 작업해보고 싶었던 선배들과 대작에 출연하는 자체가 감사하다”며 “이 작품은 내 필모그래피에 ‘굵은 글씨체’로 남아 있을 것 같은 든든한 느낌”이라고 설명했다.

[BH 엔터테인먼트 제공]

이번 작품은 그동안 한정됐던 그의 이미지를 변신할 수 있던 기회이기도 했다. 박보영은 그동안 ‘힘쎈여자 도봉순’, 영화 ‘늑대소년’, ‘너의 결혼식’ 등 로맨스나 로맨틱 코미디에서 당차거나 발랄한 이미지의 역할을 주로 맡았다. 배우로서 다른 결의 이미지를 도전하고 싶었던 차에 ‘콘크리트 유토피아’를 만난 것이다. 영화를 본 관객이라면 그가 갖고 있는 러블리한 이미지에 대한 인식이 바뀔 수도 있을 듯 하다.

그는 “예전엔 러블리한 이미지로 너무 국한된 것 같아서 속상했는데 지금은 감사하게 여긴다”며 “아무런 장점이 없는 것보단 큰 장점이 있다는 건 좋은 것 같다”며 웃었다. 그는 이어 “예전엔 귀여운 말투로 얘기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는데 이젠 ‘이게 그냥 나인데’라는 생각으로 그런 말투가 튀어 나와도 받아들인다”고 덧붙였다.

[BH 엔터테인먼트 제공]

대작들의 경쟁으로 어느 때보다 치열한 이번 여름 극장가. 박보영은 ‘콘크리트 유토피아’의 차별점으로 ‘생각할 거리를 주는 영화’라는 점을 꼽았다.

“영화가 재난물이나 오락물이라고 생각하고 오면 당황할 수 있어요. 다양한 인간성이 나오는 만큼 그런 것에 대한 생각을 달리 해보는 시간이 됐으면 좋겠어요.”

ren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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