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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광장] 외국인 투자자 등록제 폐지

1992년 도입된 후 30여년간 시행되던 ‘외국인 투자자 등록제’가 지난 6월 5일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돼 올해 12월 중순부터 폐지된다. 올해 1월 5일 금융감독당국이 ‘외국인 투자자의 자본시장 접근성 제고 방안’의 일환으로 추진해 온 데에 따른 것이다.

외국인 투자자 관련제도를 개관하면, 1992년 외국인의 국내 상장주식 투자를 허용하면서 종목별 외국인 투자 한도 관리를 위해 등록제를 신설하는 등 투자관리 시스템을 구축했다.

그러나 1998년에 외국인 투자 한도 규제가 사실상 폐지돼 현재는 2500여개 상장회사 중 외국인 보유 전체 한도가 적용되는 것은 33개 종목 정도이고 게다가 개인별 한도관리 대상은 한전, 가스공사 2곳뿐인데도 외국인 투자자에 대한 등록제는 30여년간 그대로 유지돼 오고 있었다.

외국인 투자 등록 절차를 살펴보면 우선 금융감독원에 외국인 투자 등록을 신청하고 국내 증권사 및 보관기관(외국환은행 등)에 개설한 계좌를 통해서만 매매거래나 결제를 해야 하며, 국내 증권사는 외국인 투자자의 주문 대행, 체결 결과 통보 및 거래 내용을 금융감독원에 보고(외국인 투자관리 시스템·Foreign Investment Management System)한다.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면 그간 외국인 투자자들이 국내 상장증권(주식, 채권 등)에 투자하기 위해서는 사전에 금융감독원에 인적사항을 등록하면 외국인 투자등록번호(ID)를 받게 되는데 이것이 있어야 증권회사에서 주식 거래를 위한 계좌 개설이 가능하다.

이때 거래 내용은 금융감독원 외국인 투자관리 시스템(FIMS)에 집적되는데 금융감독당국은 이를 통해 외국인 주식 취득 한도를 관리할 수 있는 것이다.

한도 관리종목의 매매 주문은 FIMS에 전송하여 한도를 미리 확인한 후 이를 초과하지 않는 경우에만 거래소에 제출하도록 하며, 비관리종목은 거래소를 통해 거래 후 FIMS에 내용을 기록하도록 하고 있다.

다만 외국인 투자자 등록은 시간도 필요하고 구비해야 할 서류도 많아 외국인 투자자 유치에 걸림돌로 작용하는 측면이 있고, 미국, 일본 등 주요 선진국의 경우도 시행하지 않는 등 글로벌 스탠더드에도 어울리지 않다 보니 그간 제도 개선 필요성이 꾸준히 지적되어 왔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글로벌 자산운용사의 경우 투자 등록 단위인 펀드별로 매매 거래 및 결제를 수행해야 하므로 그 절차가 번잡하고 불요불급한 비용이 발생하며, 국내에 별도의 계좌, 보관 기관을 정해야 하므로 개인이나 중소형 기관투자자들은 국내 시장에 참여하기 어렵다는 등의 불만 등이다.

다행스럽게도 늦은 감이 없지는 않으나 이번 시행령 개정을 통해 외국인 투자자들은 금융감독원에 사전 등록하지 않고 증권회사에서 바로 계좌를 개설할 수 있게 되었다.

이번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으로 ‘외국인 투자자 등록제’가 폐지되면서 외국 법인은 LEI, 개인은 여권번호로 증권회사에서 바로 계좌를 개설할 수 있고, 증권사는 이 LEI, 여권번호로 계좌를 관리하게 된다.

LEI는 법인에게 부여되는 표준화된 ID(Legal Entity Identifier)로 법인명, 주소, 설립일, 법인 구분, 모회사 정보 등으로 구성되며 주요 20개국(G20)은 2011년 도입했다.

금융당국은 이미 등록을 한 외국인 투자자는 종전의 ‘투자 등록번호’를 그대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여 제도 변경에 따른 번거로움을 최소화하겠다고 한다.

한편 제도 변경 후에도 외국인 전체 한도나 인별 한도 관리가 필요한 종목들에 대해서는 외국인별 ID가 없어도 거래정보를 통해 외국인 전체 지분 보유 규모를 파악할 수 있고, 한전과 가스공사에 대해서는 LEI나 여권번호로 인별 한도 관리도 종전대로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외국인 투자자 등록제’ 폐지는 국제적 정합성 측면에서 바람직한 조치일 뿐만 아니라 외국인 투자자의 국내 증시 접근성이 높아져 증권시장 활성화에 긍정적인 역할을 해 줄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오랜 기간 자리 잡고 있던 제도인 만큼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는 등 급격한 변화로 인한 예기치 못한 실무상 혼선이 발생하지 않도록 꼼꼼하게 모니터링하고 세심하게 고민해야 할 것이다.

예를 들면 현재 증권회사는 투자등록증으로 고객의 실명을 확인하고 있는데 이를 대체할 확인 방법을 미리 강구하지 않으면 혼선 발생은 불 보듯 뻔하다.

또한 새로운 제도로 거래 내용에 대한 정보를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유관기관 간 통계 관리 체계도 새롭게 정비할 필요가 있다.

모쪼록 ‘외국인 투자자 등록제’ 폐지가 애당초 취지대로 부작용 없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고 국내 증권시장의 발전에 또 하나의 모멘텀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이후록 법무법인 율촌 수석전문위원

pin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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