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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밀수’ 박정민 “파마 머리에 비비드 패션, 김혜수 선배 영향 커”[인터뷰]

[헤럴드경제 = 서병기 선임기자]“처음부터 나쁜 사람이라고 접근하기 보다 그냥 내 앞에 놓여진 이득만 쫓다 보니 자연스럽게 나쁜 사람이 됐다. 찌질함과 허술함은 덤이다.”

순박하면서도 어눌했던 시골 청년. 그가 파마 머리에 화려한 원색의 옷을 입고 등장하면서 야망과 욕망으로 가득 찬 인물로 확 변신했다. 지난 달 26일 개봉한 영화 ‘밀수’에서 장도리 역할을 맡은 배우 박정민(36)의 이야기다.

류승완 감독의 신작 ‘밀수’는 1970년대 가상의 도시 군천에서 벌어지는 해녀들의 밀수 범죄를 그린 해양범죄 활극이다. 김혜수, 염정아 등 여성 배우가 투 톱으로 등장하고, 조인성과 함께 어시스트를 한 박정민의 활약도 눈부시다. ‘밀수’는 개봉 7일 째인 1일 현재 누적 관객 수 200만명을 돌파할 정도로 관객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박정민은 최근 헤럴드경제와 만나 그의 파격적인 변신에 대해 “처음에는 변화의 국면에서 어떻게 하면 부드럽게 넘어갈까 하고 생각했지만, 그냥 ‘대놓고 확 변해보자’며 즐겁게 촬영했다”고 되돌아봤다. 극 중반에 변신하는 캐릭터인 만큼 갑작스런 변화가 어색하지 않도록 신경쓰기 보다 자신 앞에 닥친 이득만 쫓는 모습에 충실하게 연기해 자연스럽게 나쁜 사람처럼 보이게 됐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촬영을 거듭 하다 보니 진지한 권 상사 역의 조인성과 자연스럽게 대조가 이뤄지더라”고 말하기도 했다.

박정민은 류승완 감독으로부터 캐스팅 제의를 받았을 때, 사실 대본도 안보고 출연을 수락했다. 그는 “류 감독이 직접 전화를 주셔 대본도 안보고 오케이 했는데, 막상 대본을 보고 좀 놀랬다”며 “늘 당하는 역할만 했지, 누굴 괴롭히는 연기를 해본 적이 없었다. 나쁜 사람을 해본 적이 없었다”고 말했다. 그의 평소 이미지만 봐서는 결코 맡을 수 없던 역할이었던 것. “그래서 더욱 감사했다”는 게 그의 소회다.

장도리의 톡톡 튀는 의상과 화려한 스타일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박정민은 “같이 출연한 배우 김혜수의 영향이 컸다”고 말했다. 김혜수 역시 극중에서 화려한 70년대 복고 스타일을 하고 등장하는데, 그 과정에서 박정민에게 미술감독이나 의상 전문가 수준의 아이디어를 제공했다는 후문이다.

그는 ‘밀수’라는 작품 전체에서 자신이 맡은 장도리 역할을 자연스럽게 연결시키는 것에 중점을 뒀다. 그는 “‘밀수’에는 착한 사람이 한 명도 안나온다. 정의감이 있는 인물은 있지만 결국 다 나쁜 사람들”이라며 “돈 때문에 욕망과 사리사욕을 채우려고 한다. 각자가 가진 권력의 모양이 다를 뿐”이라고 말했다. 즉 해녀는 피지컬(체력), 이장춘(김종수 분)은 공권력, 권 상사는 물리적인 힘을 무기로 자신들의 욕망을 채우는데, 그 사이에서 장도리는 이렇다 할 무기가 없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굳이 따지자면) 장도리의 무기는 생존본능”이라며 “장도리를 통해 억지로 웃겨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관객들이) 조금 긴장을 덜고 (영화를) 볼 수 있도록 연기했다”고 말했다.

박정민은 이번 영화에서 많은 사람들의 도움을 받았다. 특히 현장에서는 류 감독의 도움이 절대적이었다. 그는 “류 감독이 하도 현장에서 많이 움직이셔서 우리가 뭐라도 해야 할 판이었다”며 “전작들도 류 감독의 특유의 에너지가 현장에서 나온 것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김혜수 선배는 온라인몰에서 물건과 음식을 보내주실 정도로 세심하게 신경써주셨다”며 “염정아 선배는 저를 아들로 여기고 아껴줬고, 고민시는 현장에서 어떤 걸 주문해도 바로 오케이를 받아내 가장 부러웠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에 장점에 대해선 “감독이 시킨 걸 잘하는 것”이라며 “집에서 준비를 많이 해가고, 편견 없이 감독의 디렉션을 받아들인다”며 웃었다.

박정민은 ‘밀수’ 전에도 파격 변신의 아이콘이라 할 정도로 변신의 귀재였다. 영화 ‘그것만이 내 세상’에서는 서번트 증후군을 앓고 있는 피아노 천재 역할을 맡아 6개월 동안 하루 5시간씩 연습해 차이코프스키의 피아노 협주곡을 대역없이 쳤다. ‘변산’에서는 가사를 직접 쓰는 래퍼로,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에서는 트랜스젠더로 파격 변신했다. 필모도 많고, 변신을 위해 투자한 시간도 어마어마하다.

그는 “배우라는 직업인으로서 확대된 부분이 있다”며 “직장에 취직한 제 친구들을 보면 오전 9시에 출근해 저녁에 퇴근하는데, 나는 그들처럼 10시간 동안 대본만 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어떤 작품도 저를 괴롭히지 않는 작품이 없을 정도로 하나하나가 소중하다”고 덧붙였다.

박정민은 영화 일만 하는 것은 아니다. 출판사도 운영하며 책을 만들고 있다. 8년 전에는 책을 쓰기도 했다. 그는 “배우라 이름이 알려져, (출판사) 일이 다소 쉬운 부분이 있지만 드러내지 않으려고 한다”며 “그래도 일이 재밌다”고 말했다. 그의 차기작에 대해선 “책을 쓸 타이밍이 온 것 같다”면서도 “막상 책상에 앉았더니 잘 안 쓰여지더라”고 말했다.

박정민은 최근 EBS ‘곽준빈의 세계 기사식당’에 출연해 키르기스스탄에서 곽준빈과 함께 유목 문화를 함께 즐겼다. 예능 프로그램에 거의 나가지 않는 그로서는 의외의 출연이다. 그는 “이말년의 유튜브 채널 ‘침착맨’에 나간 적이 있는데, 그걸 보고 기사식당 측에서 섭외가 왔다”며 “곽준빈이 가감 없이 말하는 솔직한 성격이라 좋았고, 침착맨 출연으로 좋은 사람들을 만나 행복했다”고 말했다.

그는 ”저 같은 30대 배우들의 역할은 휘젓는 것”이라며 “선배님들이 잘 다져 놓은 곳에서 우리 세대가 해야 할 역할”이라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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