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덮밥을 당분간 판매하지 않겠다’고 안내한 서울 용산구 후암동의 한 횟집 [독자 제공] |
[헤럴드경제=이정아·김희량 기자] 서울 용산구 후암동에서 횟집을 운영하는 김모 씨는 8월부터 당분간 회덮밥을 판매하지 않기로 했다. 김씨는 지난달 27일 가락농수산물종합도매시장에 식재료를 사러 갔다가 허탕을 치고 돌아왔다고 했다.
그는 “상추 4㎏짜리 한 상자가 16만원이었다. 한 달 전(1만6000원)에 비해 무려 10배나 뛰었다”며 “우리 가게에서 광어회 1인분을 1만2000원에 파는데, 회덮밥에 넣을 상추를 한 상자 사려면 광어회 작은 접시(1인분) 14개를 팔아야 한다. 어처구니가 없어서 웃음이 났다”고 말했다.
폭우에 농작물 침수에 이어 폭염 피해까지 잇따르면서 상추 가격이 급등했고, 이는 외식업계에 곧바로 타격을 주고 있다. 상추 대신 쌈무나 알배추를 내놓는 고깃집도 등장하기 시작했다. 서울 마포구 공덕동에서 돼지 갈매기살을 판매하는 한 고깃집 업주는 “7월 중순까지 최대한 버텼는데, 상추 가격이 계속 올라서, ‘고기에 상추를 싸 먹는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라며 “8월부터는 ‘고육지책’으로 양배추 샐러드를 상추 대신 드릴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적상추 도매가격 추이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제공] |
1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최근 적상추 도매가격은 하루 만에 1만원 넘게 뛰었다. 가장 높았던 7월 27일, 서울 지역의 적상추 4㎏(상품) 평균 도매가격은 11만원이었다. 직전일(9만8200원)에 비해 하루 사이 12% 오른 것이다.
7월 31일 기준 평균 도매가격도 6만700원으로, 한 달 전(3만2775원)과 비교하면 1.9배가량 상승했다. 평년(3만6472원)과 비교해서도 1.7배 이상 치솟았다. 상추가 ‘금추’가 됐다.
평년 기준 3만원대를 유지하던 청상추(상품·4㎏)의 평균 도매가격도 7월 26일 무려 7만7700원까지 가격이 폭등했다. 7월 31일 기준 평균 도매가격은 6만4200원으로, 한 달 전(3만1440원)과 비교하면 2배가량 뛰었다.
적상추의 가격 급등 배경은 결국 이상기온 탓이 크다. 지난달 26일로 기록적인 장마는 끝났지만, 적상추를 비롯한 시금치, 애호박 등 채솟값은 멈출 줄 모르고 계속 오르고 있다. 폭우로 인해 일부 농산물 품목의 수확량이 급감했고, 수해 지역이 속출하면서 복구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리고 있기 때문이다. 장마 후 본격화된 기록적인 폭염 역시 상추 수확량을 떨어뜨렸다. 높은 기온은 잎채소 끝을 타게 또는 짓무르게 해서 시장에 내놓을 만한 품질의 제품의 수량을 줄게 한다.
150g에 5000원 수준으로 가격이 오른 상추 상품 [오아시스 캡처] |
이미 턱밑까지 올라온 밥상 물가도 또 한번 비상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서울 성북구에 거주하는 직장인 김모(29) 씨는 최근 마트에서 처음으로 적상추와 깻잎 대신 로메인상추을 구입해 멍게비빔밥을 해 먹었다. 적상추 한 봉지(150g) 가격이 5000원에 달하는데 반해, 대체재라 할 수 있는 로메인상추 가격은 2500원대로 비교적 저렴했기 때문이다. 김씨는 “적상추는 가격이 전보다 너무 올라서 더는 사 먹을 엄두가 안 났다”며 “이참에 취미 생활도 할 겸 채소를 키워 먹어 봐야겠다는 생각도 했다”고 말했다.
대형마트 등 유통업계는 상추, 시금치 등 채소가 9월까지 높은 시세를 유지할 것으로 내다보고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특히 주요 산지 중 하나인 충청권의 수해 피해가 완전히 복구되지 않으면서, 평년에 비해 물량이 30%가량 줄어들었다”며 “폭염으로 품질이 떨어지는 상품까지 많아서, 시세가 전반적으로 여전히 높게 형성돼 있다”고 말했다. 이어 “농작물은 보관기간이 짧은 편이라 특히 날씨에 따른 가격 변동폭(급락폭)이 높은 편”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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