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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재용 9조 승부수 통했다” 첫 M&A ‘야심작’ 6년새 15배 성장 ‘대반전’ [비즈360]
2016년 인수한 하만, 연간 영업익 15배 껑충
2017년 574억→지난해 8800억원으로 성장
올해 1조 영업익도 가능…이 회장 안목 집중 조명
이재용 회장과 하만 로고

[헤럴드경제=김민지 기자] “전장회사 하만 카돈을 방문했는데 자동차 업계의 급변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2022년 6월 이재용 회장이 유럽 출장 후 귀국길에서 밝힌 소감)

이재용 회장이 직접 점 찍고 9조원(당시 80억달러)을 투자했던 기업 ‘하만’이 6년여 만에 삼성전자의 건실한 사업부문으로 완벽히 안착했다. 하만은 이 회장이 지난 2016년 등기이사에 오른 뒤 처음으로 단행한 대형 M&A(인수합병)다. 한국 기업이 해외 기업을 인수한 사례 중 역대 최대 규모였다. 전장 사업을 미래 먹거리로 찍은 후 이 회장은 지난 2022년에는 6월과 9월 두 차례 하만 사업장을 방문할 정도로 각별한 공을 들이고 있다. 인수 직후에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적으로 ‘시너지 효과’가 저조했지만, 현재 반도체·가전 불황 속 알짜 사업부문으로 대반전에 성공했다는 평가다.

삼성전자 올 2분기 실적에서 하만의 매출은 3조5000억원, 영업이익은 2500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17.4% 늘었고,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무려 2.5배 성장했다. 삼성전자 사업부(가전·VD/ MX·네트워크/DS/디스플레이) 중 매출과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모두 늘어난 건 하만이 유일하다.

하만의 실적 개선에 대해 삼성전자 측은 “포터블/TWS(True Wireless Stereo) 중심으로 소비자 오디오 수요 증가와 비용 효율화로 매출과 이익이 모두 증가했다”며 “특히 역대 최대 규모의 전장 사업을 수주하며 성장 기반을 공고히 했다”고 설명했다. 하만의 사업은 크게 ▷전장부품(Automotive)과 ▷라이프스타일 오디오(Lifestyle Audio)으로 나뉘는데, 양쪽에서 고른 성장세를 기록했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하만의 성장은 이재용 회장에게 더욱 특별하다. 하만은 이재용 회장이 지난 2016년 9월 등기이사에 오른 뒤 처음으로 진행한 첫 M&A(인수합병)였다. 당시 부회장이었던 이 회장은 전장 사업을 미래 먹거리로 점 찍고, 당시 환율 기준 9조2000억원에 달하는 80억 달러를 투자해 하만을 인수했다. 역대 최대 규모의 국내 기업의 해외 기업 인수합병으로, 전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그러나 기대만큼 실적이 따라주지 못했다. 인수 직전 2016년 하만의 영업이익은 약 6800억원에 달했지만, 삼성이 인수한 후 2017년에는 574억원으로 급감했다. 당시 업계에서는 인수 직후 삼성의 ‘DNA’가 하만에 곧바로 이식되지 못해 하만의 혁신이 더뎌지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이후 하만은 2018년 1600억원, 2019년 3200억원으로 조금씩 성장하다가, 2020년 코로나 팬데믹으로 직격탄을 맞으며 연간 영업이익이 600억원으로 다시 쪼그라들었다.

[그래픽=김민지 기자]

하만이 본격적으로 빛을 보기 시작한 건 2021년부터다. 하만은 업계 최초로 5G TCU(차량용 통신 장비)를 출시, BMW의 럭셔리 SUV 전기차 ‘아이엑스(iX)’에 공급했다. 유럽과 북미 등 주요 완성차업체들과 잇따라 계약을 맺었고 삼성전자의 디스플레이, 소프트웨어 역량과 시너지를 내며 성과를 이어갔다.

지난해 하만은 연간 매출 13조2100억원, 영업이익 8800억원을 기록해 인수 전의 실적을 뛰어넘었다. 커넥티드카 및 전장 시장 성장성에 대한 이재용 회장의 안목이 탁월했음이 증명되는 순간이었다. 현재 하만은 디지털 콕핏(디지털화된 자동차 내부 운전 공간) 및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분야에서 1위를 달리고 있다.

CES 2023에서 공개된 ‘하만 레디 케어’ [삼성전자 제공]

올 초 열린 ‘CES 2023’에서 삼성전자와 하만은 공동 개발한 미래형 모빌리티 솔루션 ‘레디 케어(Ready Care)’를 선보였다. 레디 케어는 차량이 운전자의 상태 변화를 인지하고 최상의 운전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도록 관련 기능을 작동시키는 안전 운전 지원 솔루션이다. 특히 새롭게 개발된 머신러닝 기반 기술로 운전자의 상태 변화를 종합적으로 감지해 상황별 맞춤 기능을 제공하는 ‘인지 부주의 감지’ 기능도 탑재했다.

올해 하만은 새로운 역사를 쓸 것으로 기대된다. 금융투자업계는 하만의 하반기 실적 성장세가 더욱 가파라지면서 올해 영업이익 1조원 시대를 열 것으로 보고 있다. 하만은 소비자 오디오 분야에서 성수기 판매를 확대하고, 재료비와 물류비 등 제반 비용 효율화를 통해 수익성을 더욱 개선하겠다는 방침이다. 각 증권사는 하만의 연간 영업이익이 올해 1조~1조1000억원 사이일 것으로 보고 있다.

jakme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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