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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개미들 “주가조작 의심”…에코프로·포스코그룹 시총 1시간만 60조 증발[투자360]
[게티이미지뱅크]

[헤럴드경제=윤호 기자]올해 국내 증시를 주도하는 이차전지 종목들이 최근 극심한 변동성을 보이면서 수십조원 규모의 시가총액이 한시간만에 증발하는 등 혼란스러운 양상이 나타났다.

충격에 빠진 개인투자자들은 이차전치주에 대한 '주가 조작'을 의심하며 금융감독원에 민원을 제기하고 있다.

코인 저리가라네”…그룹 시총 34조원 급감 뒤 13조원 급증

최근 에코프로그룹과 포스코그룹은 주가가 요동치며 시가총액 수십조원이 들락날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변동성이 극심했던 지난 26일엔 주가가 신고점을 달성했다가 일제히 곤두박질치며 시가총액 60조원 규모가 약 1시간 만에 날아가기도 했다.

3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4일 약 72조원 수준(종가 기준)이던 에코프로그룹의 시가총액은 25일엔 9조원이 불어나며 81조원을 기록했으나 26과 27일, 이틀 연속 주가가 급락하며 64조원으로 쪼그라들었다.

28일엔 에코프로가 '황제주' 자리를 되찾고 에코프로비엠도 반등에 성공한 영향으로 70조원 수준을 회복했다.

지난 21일 처음으로 그룹 시총 100조원을 넘어선 포스코그룹은 24일 115조원, 25일 122조원으로 늘어났다가 이틀 뒤인 27일엔 105조원으로 줄었다. 28일엔 반등에 성공해 112조원으로 늘었다.

두 그룹의 시총 합산액은 25일부터 27일까지 이틀간 34조원이 증발했다가 28일 하루 만에 13조원을 회복한 셈이다.

26일 하루만 놓고 보면 변동성은 더욱 두드러진다.

당시 에코프로·포스코그룹 주가는 낮 12시 40분∼오후 1시 10분께 고점을 찍었는데 당시의 그룹 시총은 포스코그룹의 경우 144조8000억원, 에코프로그룹은 99조7000억원에 달한다. 이때 포스코그룹은 삼성, LG, SK에 이어 그룹사 시총 4위인 현대차그룹(130조원대)의 시총을 잠시 뛰어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곧바로 이들 기업의 주가는 급전직하하기 시작하며 오후 2시께 저점에 도달했다. 이 시각 기준 에코프로그룹주와 포스코그룹주 시가총액은 각각 73조, 110조원으로 감소했다. 두 그룹의 시총 합산액 60조원이 순식간에 증발한 것이다.

이처럼 주가가 롤러코스터를 타자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주식시장인지 코인시장인지 모르겠다'는 반응이 나온다.

'개인 대 공매도 전쟁'…공개 언급 꺼리는 증권가

에코프로·포스코 그룹주에 대한 공매도 역시 쏟아졌다.

이달 26∼27일 POSCO홀딩스의 공매도 거래대금은 5686억원으로 코스피 종목 가운데 가장 많았고 그다음은 3461억원을 기록한 포스코퓨처엠이었다.

같은 기간 코스닥시장에서는 에코프로비엠이 4955억원으로 1위, 에코프로가 1951억원으로 2위였다.

특히 26일 포스코퓨처엠(2360억원)과 에코프로비엠(4133억원)은 각각 역대 최대 공매도 거래대금을 기록하기도 했다.

하지만 증권업계는 에코프로를 비롯해 이차전지 종목들의 주가에 대해 공개적인 언급을 꺼리고 있다. 일부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이 에코프로에 대해 매수 철회 의견 리포트를 낸 뒤 이차전지 투자자들의 격렬한 항의에 곤욕을 치른 뒤로 증권사들은 리포트는 물론, 발언 자체를 꺼리는 분위기다.

표면적으로 조용한 증권사와 달리 여의도는 이차전지 관련 사건·사고로 들썩이고 있다.

지난 26일 에코프로 형제와 포스코그룹주 등 이차전지 기업들의 주가들이 장중 일제히 급락하자 개인 투자자들은 공매도 세력의 시세조종이 의심된다며 금융당국에 이를 조사해달라는 집단 민원을 넣었다.

이들은 대부분 '밧데리 아저씨'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박순혁 작가의 지지자들로, 박 작가는 국내 배터리 기업에 관한 책을 출간하고 각종 유튜브 방송에서 이차전지 관련주 8개 종목 매수를 추천하며 올 초부터 투자 붐을 주도한 인물이다.

개인의 수급이 쏠리며 이차전지 종목들의 주가가 급등하자 증시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밸류에이션(평가가치) 고평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고, 이는 평소 개인투자자들이 기관·외국인 등 공매도 투자자에 대해 갖고 있던 반감과 뒤섞여 '개인 대 공매도의 전쟁'으로 번지는 양상이다.

2차전지주 시총이 삼성전자 넘어서

이차전지로만 시장의 수급이 쏠리자 사업목적에 '이차전지'만 들어가도 주가가 급등하는 현상도 관찰된다.

대표적인 사례가 코스닥 상장사 자이글이다. 자이글은 본래 가정용 전기 그릴을 만드는 회사였으나 이차전지 사업 관련 공시를 내기 시작하며 지난 3월 한 달간 주가가 8∼9배 폭등했다. 이후 거품이 꺼져가는 듯했으나 미국 이차전지 합작 벤처 지분을 취득했다는 공시에 지난 28일 다시 상한가를 찍었다.

테라사이언스는 지난 4월 이차전지 핵심 원료인 리튬 생산·판매 사업을 사업목적에 추가하기 위한 임시주총 소집 공시 내자마자 곧바로 상한가까지 올랐다.

최근 언론에서 이 회사가 전남 신안 압해도에서 개발 중인 리튬 사업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자 사측은 "악의적인 추측성 보도"라고 반발하며 주주들을 상대로 '국민 검증단'을 모집하고 나섰다.

전례를 찾기 힘든 사례이다 보니 각종 진기록도 나오고 있다.

메리츠증권이 과거 국내 증시의 수급 현황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전체 거래대금에서 수급 쏠림 현상을 겪는 업종이 차지하는 비중은 30% 전후 수준에서 최고점을 형성한 경우가 많았으나, 이차전지는 40%대를 훌쩍 뛰어넘었다.

2004∼2007년 시장을 주도했던 조선 업종의 경우 코스피 거래대금의 20%를 차지하는 수준에서, 2014∼2017년 주도주인 셀트리온 등 제약업종은 코스닥 거래대금의 30% 수준에서 비중 정점을 형성했다.

이차전지 업종의 거래대금은 이미 지난 1월과 4월 코스피·코스닥 합산 거래대금의 30% 수준을 기록했고, 이달 26일에는 47.6%까지 잡아먹으며 유례가 없을 만큼 급격한 쏠림을 나타냈다.

시총 측면에서도 이차천지 업종은 독보적인 기록을 쌓았다.

이진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이달 25일 기준 삼성전자 시총(보통주)은 418조원이었고 이차전지 기업의 시총 합산액은 472조원에 육박했다"며 "국내 주식 시장에서 단일 테마가 삼성전자의 시총을 넘어선 적은 2000년 이후로는 없었다"고 말했다.

youkno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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