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가 27일 결혼하는 신랑 신부가 양가에서 3억원까지 세금 없이 증여받을 수 있는 결혼자금 증여세 감면 혜택 등을 골자로 하는 ‘2023년 세법개정안’을 내놨다. 주택 문제 등으로 결혼을 꺼리는 청년들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려는 의도다. 또 중소·중견기업 가업승계 시 특례 저율과세(10%)를 적용하는 재산가액 과세표준도 10억원 초과~300억원 이하로 늘리고, K-콘텐츠 산업경쟁력 강화를 위한 세제 지원도 새로 담았다. 지난해 법인세율 인하, 부동산세제 완화에 이어 연속 감세 기조를 유지한 것이다.

유례 없는 세수 결손 속에서도 감세에 나선 데에는 경제활력을 높이고 심각한 저출산 문제를 풀어보려는 의도로, 방향이 틀리지 않다. 이번 감세안에는 결혼자금 증여세 감면, 6세 이하 의료비 전액 세액공제, 18세 미만 양육비 지원액 100만원 인상 등 서민에게 피부로 다가오는 혜택이 적지 않다. 특히 결혼자금 3억원 증여세 공제는 부의 대물림이라는 지적이 있지만 지난 9년간 물가상승과 결혼비용 증가 등을 따지면 수긍할 만하다. 더욱이 선진국의 경우 공제 한도가 이보다 훨씬 높거나 아예 제한이 없다. 부모세대의 부를 평소 증여를 통해 자식세대로 물려줄 수 있는 길을 터주고 젊은 세대의 경제안정에도 도움을 주는 효과가 있는 것이다.

K-콘텐츠 제작비용의 공제 혜택을 최대 30%까지 높이고 신약이나 복제약 개발을 위한 시설 설비 투자의 25~30% 공제도 시의적절하다. K-콘텐츠는 ‘오징어게임’ 등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지만 제작비용 급등으로 지속적인 투자에 어려움이 많았다. 최대 5배까지 공제 혜택이 늘어나면 그만큼 투자가 늘고 제작 환경이 좋아질 게 당연하다.

문제는 세수 부족이 갈수록 심각해지는 상황에서 감세정책을 꾸준히 이어갈 수 있느냐다. 올해는 기업 실적 악화와 부동산거래 급감으로 예상 세수(400조5000억원)의 10%에 이르는 40조원가량의 ‘세수 펑크’가 예상된다. 나라 곳간이 비는 걸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럼에도 감세가 서민의 어려움을 덜어주고 기업이 일하기 좋은 환경을 만든다는 점에서 방향은 맞다. 오히려 소기의 성과를 거두려면 ‘찔끔 감면’에서 나아가 통 큰 세제 혜택이 효과적일 수 있다. 지난해 해외배당금 이중 과세를 없애자 10억8000만달러 적자(작년 1~5월)였던 배당수지가 올해 같은 기간 116억7000만달러 흑자로 돌아선 게 한 예다. 기업 부담이 줄자 국내로 돈을 들여와 투자에 쓴 것이다. 기업이 투자를 늘려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게 저출산과 경제활성화의 가장 좋은 해결책이라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