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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전 70주년, 과거와 현재 희망을 전시하다
임군홍 유화 등 120점 예화랑서 선봬
작가 5인 참여 남북 미래화합 기원전
9월 한미동맹 70주년 총결산 전시도
▲ 임군홍, 여인 좌상, 126x94cm,Oil on canvas, 1936,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예화랑 제공]
▲오두산통일전망대 ‘DIVISION, THE VISION-HARMONY IN DIVISION’ 전시전경 [갤러리박영 제공]

27일은 한국전쟁 정전 70주년이 되는 날이다. 한국 현대사의 거대한 질곡 중 하나였던 한국전쟁. 그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에 미칠 영향까지도 살펴보는 전시가 박물관과 화랑 등 곳곳에서 열린다. 전쟁의 참상에 집중하기보다 그 때문에 우리가 잃어버린 것은 무엇인지, 또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것은 어떤 것인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거기서 희망을 찾는 것은 관객의 몫이다.

▶무용가 최승희 사진 썼다가 투옥...화가 임군홍 재조명=임군홍(1912-1979)은 1930~40년대 활발하게 활동한 화가였지만, 화단의 기억에선 잊혀졌다. 한국전쟁이 발발하던 해에 월북한 이후 행적을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1931년 등단한 후 1950년 북으로 넘어가기 전까지 작업 세계 전반을 들여다볼 수 있는 전시가 서울 강남구 예화랑에서 열린다. 유화만 80여점, 스케치까지 120여점이 한자리에 모였다.

임군홍은 김환기, 이중섭 등 한국 대표 화가들과 동시대를 공유했던 작가다. 전문적인 교육을 받지 않았던 독학 화가다. 낮에는 생업을 위해 치기공사로 일했고, 저녁엔 야간 학교를 다니며 작업을 이어갔다. 김인혜 전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사는 “임군홍은 독학으로 공부하면서 서양의 다양한 화풍을 가리지 않고 습득했다”며 “좀 더 자유로운 화풍을 일굴 수 있었던 기반이 됐던 셈”이라고 설명한다. 임군홍 화백은 수완도 좋았다. 1940년대 중국 우한으로 건너가 광고, 인테리어, 디자인, 달력 등을 제작하며 재정적으로도 꽤 여유로웠다.

그랬던 그의 날개가 꺾인 건 달력 때문이었다. 북한에서 활동했지만 당시 무용계 최고스타였던 최승희를 달력 사진으로 사용했다가 1947년에 6개월 가까이 투옥됐다. 임군홍은 출소와 함께 복권이 이뤄졌지만, ‘빨갱이’이라는 낙인은 좀처럼 지워지지 않았다. 이에 1950년 전쟁이 발발하자 가족 모두 남한에 남겨두고 홀로 북으로 떠났다. 평생 다시 보지 못할 것이라는 걸 당시엔 알기 어려웠을 터다.

전시작들은 임군홍의 작가적 역량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작품들이다. 라이프지를 들고 다리를 꼬고 앉은 신여성(여인 좌상, 1936), 일식이 있었던 날 중국 베이하이 공원의 풍경(다리가 있는 풍경, 1939), 비온 뒤 물안개가 피어나는 베이하이 공원의 전경(북해공원, 1940년대) 등 대작은 물론 가족과 주변사람들을 따뜻한 시선으로 그려낸 작품들도 눈길을 끈다. 임군홍의 유산을 지켜온 둘째 아들 임덕진은 “올해로 아버지가 북에 가신지 73년”이라며 “한국전쟁 이전까지 30년대부터 작업을 모았다. 작업, 예술론, 탁월한 기량을 시원하게 보여주고 싶었다”고 소회를 밝혔다.

▶통일전망대에서 작가 5인이 바란 ‘남북의 화합’=갤러리박영은 경기도 파주 오두산통일전망대에서 기획전 ‘디비전, 더 비전 - 하모니 인 디비전’을 개최한다. 분단된 땅에 살고 있지만 미래엔 화합된 하나가 되길 바라는 희망가를 박승순, 이동춘, 최은정, 이주형, 정재철 등 5인의 작가가 함께 만들었다.

박승순은 70년 동안 서로 만나지 못한 13개 도를 다양한 색의 오브제로 표현하고, 이를 화합을 뜻하는 태극 문양으로 배치했다. 이동춘은 실향민이던 부모님이 가족과 씨족 문화에 대해 강조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같은 문화를 공유한 안동을 찍은 사진을 출품했다.

최은정은 실향민들의 염원을 담아 북한의 하늘을 설치작업으로 표현했고, 이주형은 남과 북의 오랜 대치 상태를 밤으로, 통일의 염원을 말풍선 속 글로 표현했다. 정재철은 ‘모순’을 주제로 렌티큘러 작업을 선보인다. 한쪽에서 보면 안중근 의사 초상이, 다른 한쪽에선 추상화로 보이는 이 작업은 자신이 처한 위치에 따라 대상에 대한 평가가 달라지는 상황을 은유한다. 8월 27일까지.

▶정전과 함께 시작한 한미 동맹, 그 관계의 역사=대한민국역사박물관은 정전 70주년, 한미동맹 70주년을 맞아 양국 관계의 역사를 다각도로 조망하는 전시를 진행 중이다. 외교·안보를 비롯해 문화예술과 민간교류까지 그 영역을 확대했다.

특히 지난 20일부터는 한류 특별전이 열리고 있다. 1950년대로 거슬러 올라가 미국이 한국 대중문화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 지부터 시작하는 전시는 미군 부대에서의 공연, AFKN 라디오, 영화 등을 거쳐 아시아를 휩쓸었던 홍콩과 일본의 대중문화, 1990년대 이후 폭발적으로 성장한 한국의 대중문화 등을 다룬다.

지난 4월부터는 한미동맹 70년의 역사를 돌아보는 특별전 ‘같이 갑시다’(We Go Together)도 열리고 있다. 박물관 측은 “한미동맹이 군사안보 조약을 넘어 포괄적 조약이라고 봤을 때, (전시를 통해 한미동맹이) 사회 각 분야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살펴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별전은 초대 주한 주미공사 박정양, 초대주한미국공사 루시어스 푸트를 살펴보는 외교인의 역사를 비롯해 총 11개의 전시를 만나볼 수 있다. 오는 9월엔 한미동맹 성과와 미래를 주제로 70주년을 총결산하는 전시도 예정돼 있다. 이한빛 기자

vick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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