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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텅 빈 글로벌 오피스 의자만 덩그러니…밀려오는 해외 대체투자 ‘손실 청구서’ [투자360]
여의도 증권가. [연합]

[헤럴드경제=유혜림 기자] 해외 부동산 펀드의 ‘손실 청구서’가 하나 둘 날라오자 투자자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글로벌 부동산 경기 침체에 금리 인상이 맞물리면서 투자업계는 건물 매각도 대출 상환도 어려운 ‘이중고’에 빠졌다. 올 하반기 증권사들의 해외 대체투자 부실화 위험 등에 따라 신용도가 떨어질 수 있다는 긴장감도 감돈다.

▶이지스, 독일 트리아논 건물 매각 개시 여부 결정키로=2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지스자산운용은 27일 리스크심의위원회 회의를 열고 ‘글로벌부동산투자신탁229호’를 통해 투자한 독일 프랑크푸르트 트리아논 빌딩을 파는 절차에 돌입할지 결정 짓기로 했다. 투자자들은 제값을 못 받더라도 일부라도 챙기는 ‘최후의 수단’을 준비하는 셈이다. 이지스 측은 “일단 매각 개시 여부를 결정짓지만 대주단 리파이낸싱(차환)을 해내고 만기를 연장하는 데 끝까지 주력할 것”이라고 했다. 펀드 만기는 오는 10월 말이다.

발단은 임차수요의 56%를 차지한 데카뱅크가 내년 6월 끝으로 인근 빌딩으로 이전하겠다며 계약을 연장하지 않으면서다. 주요 임차인의 공백 가능성이 불거지면서 건물 가치는 급격히 하락했다. 빌딩 매입 금액은 8750억원 수준에서 작년 말 7150억원까지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그간 이지스운용은 신규 임차인 유치와 대주단 리파이낸싱(차환) 관철에 주력해왔는데, 대주단은 차환의 조건으로 약 700억원 규모의 추가 출자 금액을 요구한 상태다.

하지만 사실상 건물 매각 수순을 밟을 가능성이 크다. 이지스운용은 회사 고유자금 150억원을 투입하겠다는 방침이지만 나머지 550억원은 아직 메우지 못했다. 최악의 상황은 올 10월까지 건물이 팔리지 않을 경우다. 이 건물의 처분 권한이 대주단에 넘어가면 자금 회수는 지금보다 더 어려워진다. 이지스운용은 2018년 10월 펀드를 설정해 공모펀드(1865억원)와 사모펀드(1835억원)로 자금을 모았다.

▶글로벌 ‘큰손’들도 백기 투항=위험 징후가 본격적으로 가시화되는 분위기다. 미래에셋그룹 산하 운용사인 멀티에셋자산운용은 19일 집합투자재산평가위원회를 열고 홍콩 골딘파이낸셜글로벌센터(GFGC) 빌딩 대출용 펀드 880억원의 80~100%를 손실 처리하기로 결정했다.

미국 금리가 오르자 각국 중앙은행도 일제히 따라 금리를 올렸고, 대출 상환 부담이 커졌다. 또 재택근무가 자리를 잡으면서 사무실 수요도 급감했다. 특히 증권사가 투자한 전체 해외 부동산 중 절반(약7조7500억원)은 오피스 건물에 몰린 것으로 조사됐다.

하나 둘 매각 채비에 나서는 분위기다. 운용사들이 빌딩을 매입가보다 낮게 팔 경우 개인 공모 투자자와 기관투자자들이 손해를 볼 수 있다. 한투리얼에셋운용의 공모펀드가 투자한 벨기에 법무부 청사 빌딩은 지난 4월 말 기준 에쿼티 감정평가액이 4530만 유로를 기록하며 2019년 매입가(에쿼티 감정평가액 6662만 유로) 대비 30% 가량 감소했다. 한투리얼에셋운용은 올 하반기 자산의 환경등급 개선 및 임차 연장 등으로 자산 가치를 높이고 매각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만기는 내년 6월이나 자산 가치가 급격히 하락한 만큼, 손실 가능성이 농후하다.

글로벌 유수의 투자은행들도 ‘백기’를 들고 있다. 세계 최대 사모펀드 기업인 블랙스톤은 지난 3월 2017년 인수한 핀란드 자회사인 스폰다오이가 소유한 사무실과 매장을 기반으로 한 5억6250만 달러 규모의 부동산 담보증권에 대한 채무불이행(디폴트)을 선언했다. 지난 2월 미 부동산 회사 컬럼비아 프로퍼티 트러스트, 4월엔 캐나다 자산운용사 브룩필드가 각각 미국 오피스 투자 건으로 디폴트 상태다.

금융당국도 커지는 해외 대체자산 투자 리스크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20일 황선오 부원장보 주재로 열린 간담회에서 해외 대체투자 건에 대한 상시 자체 점검, 담보·보증·보험 등 투자자 권리 구제 장치 점검 등을 업계에 촉구했다.

fores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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