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가 여전한 가운데 금융회사의 해외 부동산 투자에서도 위험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기준 주요 26개 증권사의 해외 부동산의 투자 규모는 15조5000억원에 이른다. 이 가운데 오피스투자건을 중심으로 경고등이 켜졌다. 미국발 고금리가 불러온 부동산 경기침체 여파로 해외 오피스의 공실이 크게 증가하면서 투자 부실이 늘어날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증권사들은 오피스에 전체 해외 부동산 투자 규모의 절반인 7조7500억원을 투자했다. 한 증권그룹 계열 자산운용사는 홍콩 골딘파이낸셜글로벌센터빌딩에 투자하기 위해 2019년 조성한 총 2800억원 규모 펀드(증권사 자체 투자금 300억원)자산의 약 90%를 상각 처리하기로 최근 결정했다. 투자금의 90%가 증발한 것이다. 저금리 국면에서 고수익을 좇아 해외 상업용 부동산에 적극적으로 투자한 게 부메랑으로 돌아오는 모양새다.

설상가상으로 증권사의 국내 부동산 투자는 더 온전치 못하다. 지난 3월 말 증권사의 부동산 PF 대출연체율은 15.88%에 이른다. 2021년 말 3.71%에서 지난해 말 10.38%로 뛰며 급등세를 이어갔다. 전체 금융권 연체율(2.01%)보다도 월등히 높다. 부동산 호황기에 고위험 우려에도 고수익을 노리고 투자했다가 고금리와 경기부진으로 부실 우려가 발생했다는 측면에서 해외 부동산 투자와 유사하다.

증권사들이 조성하거나 판매한 부동산펀드에는 일반투자자들이 맡긴 자금도 들어 있다. 퇴직금의 수익률을 높여 노후자금으로 쓰려 했던 한 은퇴자는 “안전하다”는 증권사 담당자의 권유로 목돈을 맡겼다가 투자 원본이 손실되는 낭패를 보기도 했다. 그런데 고객이 투자 손실로 울고 있는 사이 증권사 담당자들은 두둑한 성과급을 챙겼다는 사실에 배신감이 더하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증권사들이 작년 부동산 PF와 관련해 성과보수로 지급한 금액이 3525억원으로 나타났다. PF 부실로 회사 존폐가 불확실해 정부의 긴급 유동성 지원을 받은 증권사 4곳도 770억원의 보너스를 줬다. 성과급은 40% 이상을 주식 등으로 3년 이상 분할 지급하는 게 원칙이다. 투자가 중장기에 걸쳐 결실을 보는 경우가 많은 만큼 장기 성과를 따지라는 얘기다. 하지만 성과급의 80%가 일시에 현금으로 지급됐다. 이러니 단기 성과에 치중하는 PF대출이 많을 수밖에 없다.

위험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해 공적 자금으로 연명하면서도 성과급은 칼같이 챙기는 도덕적 해이가 용인되는 사회는 희망이 없다. 수익은 사유화하고 비용은 사회화하는 행태가 반복되지 않도록 금융당국은 기강을 바로 세워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