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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원금보다 많은 이자’ 50년 만기 주담대, 득일까
3억 주담대 이자만 3억9400만원
비싼값에 집판후 대출 갚으면 유리
중장기적 집값향방 따라 득실 좌우

은행들이 잇따라 50년 만기의 초장기 주택담보대출 상품을 내놓고 있는 가운데, 계산기를 두드리는 예비 차주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등 대출 규제를 피하고 연 원리금 부담을 낮출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상품의 매력은 분명하다. 하지만 상환 기간이 늘어나는 만큼 총이자가 불어날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중장기적 집값 향방, 금리 수준 등에 따라 득실을 결정될 수 있는 만큼, 상품 선택에 앞선 소비자들의 신중한 판단이 요구된다.

▶50년 만기 주담대 등장...“원금 3억원에 이자만 4억 낼 수도”=25일 금융권에 따르면 SH수협은행은 올해 초 은행권 최초로 주담대 만기를 40년에서 50년으로 상향했다. 이후 은행권은 연달아 만기 상향 움직임에 돌입했다. NH농협은행은 지난 5일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중 처음으로 50년 만기의 주담대 상품을 내놨다. 이어 국민은행과 하나은행도 이달 주담대 상품의 최장 만기를 50년으로 변경했다.

은행들은 하나같이 대출 기간을 확대해 고객의 금융 부담을 완화시킬 수 있다는 점을 기간 연장의 이유로 제시했다. 하지만 은행들이 대출 문턱을 낮춰 더 많은 대출 자산을 끌어모으려는 속내를 감추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현재 은행 대출에 적용되는 DSR 규제는 40% 수준이다. 이에 따라 연간 은행에 내는 원리금은 연 소득의 40%를 넘을 수 없다. 하지만 만기를 늘려 연 상환액이 줄어들면, DSR이 낮아져 추가 대출이 가능해진다. 은행이 같은 소비자에게 더 큰 규모의 대출을 실행할 수 있게 된다는 얘기다.

예컨대 연 5000만원의 소득을 벌고 기존 대출이 없는 소비자가 4%의 이자로 30년 만기의 원리금균등 주담대를 실행할 시 최대 대출 가능 금액은 약 3억4900만원 정도다. 그런데 같은 조건으로 50년 만기의 주담대를 실행할 시 대출 가능 금액은 4억3100만원으로 늘어난다.

물론 만기를 늘리면 전체적인 이자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역시 연 5000만원의 소득을 버는 소비자가 연 4%의 이자로 3억원의 주담대를 실행한다고 가정할 때, 30년 만기 주담대의 총이자는 2억1500만원 정도다. 그러나 50년 만기 주담대의 총이자는 3억9400만원으로 대출 원금보다 높다. 만기를 20년 늘리는 데 따르는 비용이 1억8000만원에 달하는 셈이다.

▶장기적 집값 향방, 금리 수준으로 득실 결정=하지만 이를 단순 비교하기는 힘들다. 주담대 차주가 만기를 채워 상환하는 사례는 많지 않기 때문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실거주 목적으로 봤을 때, 50년 만기를 다 채운다는 건 한 집에서 50년을 산다는 얘기인데 이는 흔하지 않은 경우”라며 “원리금을 줄여 여윳돈을 모으거나 더 비싼 값에 집을 팔고 이사하며 대출금을 줄이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예컨대 10년간 거주를 하다 집을 팔고 주담대를 상환하는 경우를 가정할 때, 그간 납부한 이자액은 만기 기간이 길어질수록 줄어든다. 매월 납부하는 원리금 수준이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이다. 같은 기간 해당 주택 가격이 상승한다면, 자산 규모를 불리면서도 원리금을 최대로 절약할 수 있다. 실제 사례를 고려하면 긴 만기를 선택하는 경우가 되레 비용적 측면에서 효율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집값이 오르지 않았을 때다. 매수 당시보다 싼 가격에 주택을 매도하지 않는 한 대출 상환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최악의 경우 집값은 떨어질 대로 떨어지고, ‘울며 겨자먹기’로 원금보다 많은 이자를 상환하는 사례가 생길 수 있다. 결국 중장기적인 집값 흐름이 어떻게 형성되느냐에 따라 만기 선택의 득실이 좌우될 가능성이 높다.

아울러 향후 금리 수준 또한 이자 부담을 결정하는 중요 요소다. 그런데 현재 국내 은행권에서 판매하는 주담대 금리 유형은 대다수가 변동형 혹은 혼합형으로, 모두 변동금리 기간이 포함돼 있다. 이에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사실상 장기적인 금리 수준이나 부동산 경기를 정확히 파악해 그에 딱 걸맞은 대출을 실행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변동성을 본인의 미래 소득으로 부담할 수 있을 만큼의 여유를 두고 대출 조건을 정하는 것을 추천한다”고 말했다. 김광우 기자

w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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