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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르누보 대가, 체코 영웅 알폰스 무하, DDP에 오다 [함영훈의 멋·맛·쉼]
22일 개막, 10월 30일까지 전시

[헤럴드경제=함영훈 기자] 체코 여행을 가면, 수많은 예술가 중에서 아르누보의 개척자 알폰스 무하(Alphonse Mucha), 실의에 빠진 체코 국민을 고향 이웃의 아저씨 처럼 품어준 국민 음악가 드보르작(Antonin Dvorak), 폴란드 출신으로 어느 곳에서도 인기를 끌지 못하다 프라하 피아노 독주회 때 엄청한 환호를 받고 유럽 최고스타 음악가로 급부상한 쇼팽(F.Chopin)의 흔적들이 우리를 반긴다.

동양적 느낌도 드는 묘한 매력의 ‘모라비안 여인’(알폰스 무하 작품)은 파리 귀족 미녀를 능가하는 아름다움을 가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드보르작과 무하는 우열을 가리기 힘든 체코의 문화예술 영웅이다. 드보르작은 한국에서도 그의 노래를 감상할수 있지만, 무하의 작품과 족적은 체코 현지에 가야만 했는데, 이번에 서울 DDP(동대문 디자인 프라자)로 상륙한다.

‘미술·건축예술의 대중 공유’, ‘생활 속 예술 투영’으로 요약되는 아르누보 개척자, 알폰스 무하의 작품을 디지털화해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현하는 전시가 열리는 것이다.

글로벌 브랜드인 아이무하의 프로젝트로 기획된 ‘알폰스 무하 이모션 인 서울’ 전시로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아시아 최초로 공개된다. 22일부터 10월 30일까지 뮤지엄 전시1관에서 열린다.

알폰스 무하

체코에서 태어난 알폰스 무하(1860.7.24-1939.7.14)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화가이자 장식 예술가로, 아르누보 시대를 개척한 아티스트이다.

이번 디지털 버전의 작품는 2017년 5월,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선보여 신선한 충격과 감동을 전해준 클래식 미디어아트 공연 ‘비발디아노-거울의 도시’의 프로듀서이자 연출가인 뮤지션 미칼 드보르작과 알폰스 무하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는 리처드 푸사 재단이 공동제작했다.

360도 프로젝션을 활용하고 오케스트라의 웅장한 음악이 가미된 미디어아트와 원화 전시, 두 가지로 구성되어 더욱 풍성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즉각적 감흥’의 정도가 덜했던 미술이 음악이라는 천군만마를 얻은 것이다.

DDP가 펼칠 알폰스 무하 미디어 아트와 원작전시

‘알폰스 무하 이모션 인 서울’ 제작자이자 총 감독인 미칼 드보르작은 프로듀서, 작곡가, 영화 및 무대 악보 작가, 그룹 루시(Lucie)의 멤버로 다양한 활동을 하며 국제 영화 및 멀티미디어 축제인 사운드트랙 포데브래디(Poděbrady)를 기획하고 제작했다. 그는 21세기의 천재 음악가 중 한면으로 손꼽히기도 한다.

드보르작의 후예 드보르작과 무하의 유작, 둘이 빚어내는 하모니를 한국에서 감상한다는 것은 실로 특별한 감회를 선사한다.

무하의 작품은 아르누보 스타일에 기반을 둔 섬세하고 아름다운 이미지가 특징이다. 1894년 겨울, 무명의 예술가였던 그는 우연한 기회로 파리 최고의 배우 사라 베르나르 주연의 연극 지스몽다(Gismonda) 포스터를 제작하면서 큰 명성을 얻게 된다.

유럽에 파문을 일으킨 문제의 아르누보 포스터

단순한 구성이 일반적이었던 당시의 포스터 트렌드와 달리 전신 사이즈의 파격적인 크기와 여성의 곡선과 아름다움을 강조한 파스텔 톤의 포스터는 사람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해당 포스터의 성공 이후 건축과 디자인에서는 ‘아르누보’ 스타일 열풍이 불기 시작했다.

특히 동양인 느낌이 드는 모라비안 여성의 초상 포스터는 동서퓨전의 아름다움이 세련된 파리 귀족 여성 보다 더욱 아름답다는 미적기준의 변화를 초래하기도 했다. 모라비아, 바바리아, 켈트, 보헤미아 등은 동유럽에 근거지를 두면서 훈(흉노), 마자르(말갈), 몽골, 투르크(돌궐) 등 동방 사회와 끊임 없이 교류하고 갈등하던 문화접변 지역 혹은 유목민족이다.

체코 관광청은 인사동에 무하의 그림 속 배경을 실물로 차려놓고, 무하 그림 주인공 되어보기 챌린지를 한국 여성들을 상대로 진행한 바 있다.

인사동 알폰스 무하 챌린지

무하는 나중에 작품같은 우표, 미술품 같은 지폐, 박물관의 한켠 같은 시민의 집 발코니 등도 만들게 된다.

이번에 선보이는 멀티미디어 전시는 프라하의 무니시팔 하우스(Municipal Hous)와 프라하성 등에서 이미 많은 관람객들을 관심을 끌며 작품성을 검증받았다.

전시는 ‘무하의 작업실’, ‘무하와 뉴욕’, ‘파리 산책’, ‘아르누보 정원’, ‘성 비투스 성당’, ‘슬라브 대서사시’ 등 무하의 일생에서 중요한 시기들과 주요 작품을 다루는 6개의 에피소드로 이루어진다.

장식성이 강한 아르누보 스타일의 아름다움을 선사하고 아울러 슬라브 대서사시와 같은 국내에서 생소한 작품들도 포함해 알폰스 무하의 폭넓은 작품 세계를 오케스트라 음악과 함께 감상할 수 있다.

또한 알폰스 무하의 대표적인 작품인 ‘지스몽다’, ‘연인들’, 사계’, ‘네 가지의 예술’, ‘네 가지의 보석’, ‘모나코 몬테-카를로’ 등의 작품도 만나볼 수 있다.

고갱이 취중 연주한 이 피아노는 프라하 무하박물관에 그 자리 그대로 있다.

프라하에 있는 무하의 옛집, 무하박물관에 가면, 허물없는 무하의 절친인 고갱(P. Gauguin)이 하의실종 패션으로 취중 피아노연주를 하는 사진이 걸려있다. 이들은 예술가 ‘그들만의 리그’가 아니라, 그냥 흔히 만나는 필부필부의 삶도 예술가의 걸작 처럼 풍요로울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었고 이를 실천하려고 노력했다. 그리고 성층권에 있던 예술을 대기권으로 끌어들여 대중들이 늘 향유하는 사회를 만드려 노력했던, ‘전환시대’의 주인공들이다. 우리는 올 여름 동대문에서 체코 예술여행을 한다.

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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