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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뇌성마비로 태어난 신생아…법원 “직접 진료 안 한 의사 책임, 12억 배상”
“태동 약하다”며 입원했지만 1시간40분 지나서야 태아 상태 확인, 결국 뇌성마비
법원 “의사가 상태 관찰 소홀히 한 점이 태아의 장애에 대한 직접적 책임”
“임신부 병원 도착 직후 진료했다면 더 이른 시기에 적절한 조치 이뤄졌을 것”
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는 참고용 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

[헤럴드경제=안세연 기자] 뇌성마비로 태어난 신생아에 대해 “분만을 담당한 산부인과 의사가 12여억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이 나왔다. 출산예정일 하루 전 입원한 임신부가 태동이 약하다고 증상을 말했지만, 직접 진료하지 않고 방치해 적절한 치료 시점을 놓친 책임이 인정됐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원지법 평택지원 1민사부(부장 박병찬)는 신생아의 부모 등이 의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지난 5월 원고(부모 등) 승소로 판결했다. 법원은 “의사 A씨가 부모 측에게 12억5552만2190원을 지급하라”고 판시했다.

사건은 유도분만 예정일 하루 전에 발생했다. 임신부는 진통이 아닌 태동이 약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상황 설명을 들은 병원은 입원을 권유했고, 1시간 만에 도착한 임신부는 태동검사(NTS 검사)를 받았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의사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간호사가 관장을 시행하는 동안 태동검사도 일시 중단됐고, 결국 태아곤란증이 뒤늦게 발견됐다.

의사는 임신부가 입원한 지 1시간 40분이 지나서야 태아의 상태를 확인했다. 당시 간호사조차 의사에게 “태동이 없는데 왜 이제 왔냐”고 화를 냈다. 의사는 뒤늦게 응급 제왕절개술을 실시했지만, 이미 늦은 뒤였다. 태아는 자가 호흡과 심박동이 없는 상태로 태어났다. 대학병원 중환자실에서 치료받은 끝에 목숨은 건졌지만 뇌손상에 따른 뇌성마비 장애를 가지게 됐다.

부모는 의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책임을 물었다. “태동이 약하다는 이유로 병원에 입원했을 때 담당 의사 A씨 또는 병원에 소속된 다른 의사가 대면진료를 했어야 했다”며 “그때 직접 산모의 상태를 확인하고 추가로 정밀초음파 검사 등 조치를 취했다면 상황은 달랐을 것”이라고 했다.

법원은 부모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의사 A씨가 임신부의 상태 관찰을 소홀히 하고 대응을 뒤늦게 한 점이 태아의 장애에 대한 직접적인 원인이 된 것으로 보인다”며 “임신부의 병원 도착 직후 직접 진료했다면 태동이 감소된 원인 파악 및 해결 조치가 더 이른 시기에 이뤄졌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사건을 감정한 다른 산부인과 의사가 “의료진들의 처치가 미흡했다”며 “의사의 즉각적인 개입이 이뤄지지 않은 점이 안타깝다”는 의견을 낸 것도 이같은 판단의 근거가 됐다.

단, 손해배상 책임의 범위에 대해선 70%로 제한됐다. 임신부가 이미 출산 경험이 있어 병원 입장에서 특별한 이상 상황이 생길 것으로 예상하기 어려웠던 점, 태아를 소생하기 위해 노력한 점 등이 고려된 결과였다.

재판부는 태아에게 이미 지출한 치료비, 앞으로 들어갈 간호비, 만약 사고가 없었다면 정년까지 일해서 벌 수 있었던 수입(일실수입), 정신적 피해에 대한 위자료 등을 합쳐 의사가 부모 측에게 12억5552만2190원를 지급하라고 결론 내렸다.

notstr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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