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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기 바닥 찍었다지만...‘데드록’에 빠진 한은
새마을금고 부실 등 금융 여전히 불안
주담대 7조 급증...가계부채 사상최대
당분간 물가 안정·경제성장에 방점

한국은행이 올해 2월, 4월, 5월에 이어 이달까지 네 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소비자물가상승률이 한은의 물가안정목표인 2%에 근접하고,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은 낮아지면서 기준금리 유지를 결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 격차가 사상 최대 수준이고, 이달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더 올리면 한미 금리차가 더 벌어지는 점은 부담이지만 한은이 금리를 추가로 인상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경기 회복이 지연되는 데다 최근 새마을금고 부실 문제 등으로 금융 불안이 확대될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 사이클이 사실상 종료됐고, 올해 안에 금리 인하로 통화정책 방향을 돌릴 것이란 기대도 나오지만 가계부채 증가 등을 감안하면 인하 역시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금리를 올리기도, 내리기도 어려운 상황에 놓인 한은은 당분간 기준금리 동결로 물가안정과 금융안정, 경제성장 사이에서 최선의 방어를 이어갈 전망이다.

▶물가상승률 2%대 진입...가까워진 ‘물가안정’=한은이 4연속 기준금리 동결을 결정한 배경에는 물가상승률 둔화가 자리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소비자물가상승률이 6%를 넘어서며 ‘물가안정’이 한은의 가장 시급한 과제였지만 올해 들어서는 물가상승률이 점차 안정되며 6월 2.7%까지 내려갔다. 2%대 물가상승률은 2021년 9월 이후 1년 9개월 만에 처음이다.

2021년 8월부터 올해 1월까지 가파르게 진행된 기준금리 인상이 효과를 나타내면서 한은은 물가안정목표인 2.0%에 가까이 다가가게 됐다.

정부도 이달 발표한 ‘2023년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에서 올해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기존 3.5%에서 3.3%로 낮췄다. 물가가 안정 궤도를 찾아가고 있음을 시사한 셈이다.

▶낮아진 성장률 전망...‘상저하중’우려=물가가 안 정화 흐름을 보이는데 반해 우리 경제에 대한 전망은 여전히 밝지 않다.

정부는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6%에서 1.4%로 낮췄고,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1.8%에서 1.5%로 하향 조정했다. 해외 기관들도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내려잡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한국 경제성장률을 지속적으로 낮추며 1.5%를 제시했다. 아시아개발은행(ADB)은 1.5%,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1.1%를 전망했다.

정부와 한은은 우리 경제가 상반기 부진에서 하반기로 갈수록 나아지는 ‘상저하고’ 흐름을 예상했지만 경기 회복이 지연되면서 ‘상저하중’에 그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경기가 바닥을 찍었다는 저점론에 대해 “경기가 추가적으로 악화되지 않았다는 의미에서 저점이라고 이야기할 수는 있겠지만 아직 회복된다는 의미로 반등을 이야기하기는 어렵다”면서 “현재까지는 악화된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고 보는 게 맞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경기는 반도체 업황 턴어라운드(전환)에 달려 있다”며 “경기가 저점 근처에 있는 건 사실이지만 저점 중에서도 꼭짓점에 있느냐는 섣불리 판단할 수 없다. 경제가 V자로 꺾어서 올라갈 것인지, U자 형태가 될 것인지 알 수 없다. 미국이 경기 침체에 빠지면 우리나라 경제가 올라간다고 해도 다시 꺾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은행 가계대출 사상 최대...금융 불안도 우려=가계부채와 금융 불안은 한은의 통화정책 결정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지난달 은행 가계대출 잔액은 1062조3000억원으로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했고, 주택담보대출(814조8000억원)은 한 달 새 7조원 급증했다. 지난해 고금리에 주춤해졌던 가계부채가 다시 들썩이는 모양새다.

여기에 최근 새마을금고 부실이 도마에 오르며 금융 불안이 우려되는 점도 한은에는 부담 요인이다. 한은의 최우선 목표인 ‘물가안정’이 어느 정도 달성된 상황에서 ‘금융안정’도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교착 상태’ 빠진 한은...“당분간 동결 전망”=한은은 기준금리를 올리기도, 내리기도 어려운 교착 상태에 놓여 있어 당분간 동결을 유지할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안 교수는 “현재 상황에서는 한은이 보수적으로 움직일 것이라는 게 중립적 판단”이라며 “당분간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이 금리를 올리는데 우리가 내리면 환율을 자극할 수 있고, 가계부채도 더 늘어날 수 있다. 경기 침체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금리를 낮춰야 하는데 낮추기는 힘들다. 여러 가지 요인이 맞서고 있다”며 “한은은 데드록(교착 상태)에 걸려 있다”고 평했다.

물가상승률이나 경기 회복 또한 여전히 변수로 남아 있다. 성 교수는 “물가가 안정화된 건 아니고 지난해 물가가 많이 올라 기저효과가 작용했다. 기저효과 때문에 물가상승률이 변하는 것이지 물가가 내려가는 게 아니다. 전기요금, 교통요금 등 일부 물가 반영을 천천히 하고 있어서 그렇지 물가 상승 압력이 여전히 있다”며 “한은이 추가로 돈을 푸는 기준금리 인하는 부담이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현경 기자

pin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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