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아트 서울은 추미림 작가의 개인전 ‘카오스 콩’을 개최한다. 추미림 작가 [이한빛 기자]

[헤럴드경제=이한빛 기자] 늦은 밤, 잠자리에 들기 전 휴대전화로 하는 웹서핑. 수면시간이 줄어든다는 것을 알면서도 끊을 수 없다. “늘 흘러가는 데이터 위에 있다. 일종의 무의식이고 습관 같은 것”이라고 생각한 추미림작가는 데이터를 사각형태로 시각화 한 뒤 이를 끊임없이 재생시킨다. 그 위엔 도시를 상징하는 투명 아크릴 조각들이 놓였다. “동영상의 불빛에 반사된 아크릴 판들이 도시의 점멸하는 네온사인 같지 않나”

그리드와 픽셀을 조형언어로 디자인과 순수미술을 넘나드는 조형적 실험을 선보이는 추미림의 개인전 ‘카오스 콩’이 서울 종로구 백아트 서울에서 열린다. 전시명인 카오스 콩은 네트워크 속도를 저하시키거나 전체 머신 집단을 멈추게 하는 카오스 엔지니어링의 일종이다. 카오스 엔지니어링은 운영 환경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대비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발생시키고 해결책을 구축하는 실험의 일종이다.

아이콘 디자이너로 또 웹디자이너로 오랜기간 활동한 작가는 ‘카오스 콩’을 들었을 때, 어릴적 하고 놀던 ‘동키 콩’이 떠올랐다고 한다. “각종 장애물을 넘어 공주를 구하는 게임인 동키 콩의 과정이 데이터를 넘어 목적지 없이 끝까지 올라가는 카오스 콩의 방식과 닮았기 때문”이란다. 그래서 본인이 생각하는 카오스 콩의 형태는 유실 됐으나 데이터 그물 사이에 갇힌 모습이다. 깨지고 또 이어지고 여러 레이어가 복잡하게 섞인 카오스 그 자체다.

전시를 통해 작가는 지난 2001년부터 직접 생성하고 백업해온 데이터들의 변형과 유실을 살펴보고, 백업되지 못한 부스러기 데이터들을 재해석한다. 그에게 동시대 일상의 환경은 웹과 데이터가 끊임없이 흐르는 도시다. “그러나 이 데이터가 특정한 방식으로 흘러간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한다. 화면은 (좌우로 움직이기보다) 스크롤 업다운하는 방식으로 제작된다. 웹의 운영방식이 그렇다. 우리가 사는 현실의 상황도 비슷하지 않나”

손쉽게 빠르게 발행되는 디지털 이미지가 그 작업의 주요 대상이지만 정작 작가는 수작업을 고집한다. 이미지를 구성하기 위해 스텐실을 만들고, 찍어내고, 그 위에 붓으로 마감한다. 완성된 작업들은 수직과 수평의 구조들 사이를 귀여운 아이콘들이 빠르게 돌아다니는 듯한 느낌을 준다. “드라이브가 원래 CD롬 같은 저장매체를 운영한다는 뜻에서 왔다는데, 개인적으로는 아이콘과 데이터 사이를 운전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동시대 감성 아닐까” 전시는 8월 12일까지.

백아트 서울, 추미림 개인전 ‘카오스콩’ 전시전경 [이한빛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