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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이번엔 금품수수 논란...선관위 자율 자정능력 상실

‘아빠 찬스’ 특혜 취업 의혹으로 사회적 비난을 받아온 선거관리위원회가 이번에는 금품수수 논란에 휩싸였다. 선관위 직원 128명이 지역 선관위원들로부터 해외여행경비 등을 받아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무더기 적발된 것이다. 감사원이 공개한 선관위 기관감사 결과가 그렇다.

금품을 주고받은 내용도 시대착오적이다. 직원들은 근무지를 옮기면 ‘전별금’을, 명절에는 ‘떡값’ 명목으로 돈을 받았다. 아예 해외여행을 함께하면서 그 비용을 선관위원들이 대주거나 제주도 골프여행경비를 수수한 직원도 있었다. 이전 공직사회에서 더러 이런 일들이 있기는 했지만 그 자취를 감춘 지 이미 오래다. 그런데 이 같은 구시대적 행태가 선관위에는 아무렇지도 않게 버젓이 남아 있었다니 기가 막힐 뿐이다.

주고받은 돈의 출처는 선관위원들의 회의수당이었다는 점도 정도를 한참 벗어났다. 선관위원은 해당 지역 인사로, 비상근 명예직이다. 이들의 회의수당을 별도로 적립해 수시로 직원들에게 나눠줬다고 한다. 그러나 선관위원은 지역 유지급 인사인데 민간인 자격이다. 게다가 정치권 진출을 꾀하는 정당 출신도 많아 언제든 공직선거에 출마할 수 있다. 실제 출마자도 많다. 그럴 경우 이 돈은 선관위의 감시를 받는 입장에 대비한 ‘보험’이 될 수도 있다. 이런 사실을 선관위도 모를 리 없었을 것이다.

더 어처구니없는 것은 중앙선관위가 이러한 관행을 제지하기는커녕 되레 공식화해줬다는 사실이다. 지방 선관위원은 해당 지역 선관위 직원의 ‘상사’이므로 격려금 차원에서 지급하는 정당한 돈이라는 문안을 작성해 내부 게시판에 올려두기까지 했다. 하지만 ‘민간인’은 선관위 직원의 ‘상사’가 될 수 없다는 게 감사원의 판단이다. ‘헌법상 독립 기관’임을 내세워 감시와 견제의 사각지대에 오래 놓이다 보니 선관위는 일반 공직사회와 동떨어져 엉뚱하게 진화한 ‘갈라파고스 거북이’가 되고 만 것이다.

공직선거 후보자가 밥 한 끼만 사도 자칫 선거법 위반이 될 수 있고, 이를 처벌하는 기관이 선관위다. 그 어떤 기관보다 높은 공정성과 도덕성이 요구되는 곳이다. 그런 선관위가 내부적으로는 비정상적인 금품을 주고받고, 공정의 가치를 무너뜨리는 부정 채용의 의혹을 받고 있다. 그러면서도 ‘소쿠리 투표’로 국민을 경악하게 했다. 환부가 회복 불능 상태로 썩으면 아무리 유능한 의사라도 환자를 되살릴 수 없다. 이제라도 선관위의 전면적 대수술을 위해 과감히 메스를 들어야 한다. 이번 감사 결과는 선관위 상태가 더는 방치할 수 없는 한계에 도달했음을 말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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