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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극단의 정쟁에 희생양 된 15년 숙원 국책사업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서울~양평 고속도로사업’을 전면 백지화하겠다고 전격 선언했다. 더불어민주당이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 일가에 대한 특혜 의혹을 제기하자 아예 사업 취소로 맞선 것이다.

원 장관은 6일 국민의힘과 당정 협의회를 마친 뒤 “김 여사가 (땅을) 처분하지 않는 한 민주당의 날파리 선동이 끊이지 않을 것”이라며 “아무리 팩트를 얘기해도 김 여사를 악마로 만들기 위한 가짜 뉴스 프레임을 말릴 방법이 없다”면서 그런 의혹을 받을 바에야 사업 자체를 접겠다고 했다. 예비타당성까지 마친 고속도로 정책사업이 극단의 정치싸움으로 하루아침에 없던 일이 된 것이다. 민생은 안중에 없이 정치셈법만 가득한 여야 정쟁이 한참 도를 넘었다.

민주당이 제기하는 의혹의 핵심은 기존에 계획했던 고속도로 노선의 종점이 정부가 나서 김건희 여사 일가가 보유한 토지 일대로 변경됐다는 것이다. 종점으로 낙점된 강상면에서 500m 떨어진 자리에 공교롭게도 김 여사 일가 토지가 있어 특혜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정부는 환경영향평가 등을 고려해 노선 변경을 위한 의견수렴을 진행 중으로, 확정된 것이 아니고 김 여사 토지는 사전에 몰랐다는 입장이다.

사실 여부를 떠나 고속도로나 지하철 건설 과정에서 노선을 변경하는 일은 드문 일이 아니다. 경제성과 이용편의성을 따져 대안이 낫다면 고려하는 게 마땅하다. 애초 노선과 달라지면 의심을 갖는 것 역시 당연하다. 권력자와 관련돼 있다면 더욱 의심을 살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종점 위치가 바뀐 과정을 조사해, 있는 그대로 차근차근 설명하면 될 일이다. 그런데 원 장관은 “정치생명, 장관직을 걸었다. 민주당은 간판을 걸어야 한다. 이재명 대표, 민주당 간판 걸고 붙자”며 보기 민망할 정도로 격하게 대응했다. 국가살림을 놓고 주무 부처 장관이 ‘장관직을 걸고 한 판 붙자’는 식으로 말하는 건 격에 맞지 않는다.

서울~양평 고속도로는 양평군이 2008년부터 추진해온 숙원사업이다. 경제성이 떨어져 10년 가까이 미뤄지다 2017년에서야 국토부 고속도로사업에 포함됐다. 서울에서 양평까지 1시간30분 걸리는 이동시간이 15분대로 확 줄어 지역주민은 물론 고질적인 주말나들이차량 정체 해소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가 컸다. 그런 국책사업이 장관 마음대로 폐지하는 게 맞는지 따져봐야 한다. 민주당은 당장 원희룡 장관 탄핵 추진과 국정조사, 감사를 들고 나왔다. 민생과 거리가 먼 소모적인 정쟁이 또 이어질 판이다. 이런 정치판에 신물 난다는 이들이 많다. 양당에 등 돌린 무당층이 30%나 늘어난 이유를 곰곰이 돌아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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