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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재직 조건 있는 정기상여금도 통상임금”…HJ중공업, 퇴직자 160명에 40억 지급
근로자 측“정기상여금, 매년 짝수월마다 정기적 지급됐으니 통상임금 O”
사측 “지급일 기준 재직 중인 자에게만 지급됐으므로 통상임금 X”
법원 “재직 조건 있어도 통상임금 해당, 별도 성과 요구하지 않고 정기적 지급”
HJ중공업 영도조선소. [HJ중공업 제공

[헤럴드경제=안세연 기자] ‘재직 조건’이 달린 정기상여금도 통상임금에 포함해야 한다는 판결이 굳어지고 있다. 지난해 11월 대법원에서 같은 취지의 판결이 확정된 이후 하급심의 판단도 같은 추세를 보이고 있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41민사부(부장 정회일)는 HJ중공업(옛 한진중공업) 전 직원 160명이 낸 임금 소송에서 지난 4월 근로자 측 손을 들어줬다. 이 판결이 확정되면 HJ중공업은 직원들에게 40억원 상당의 미지급 퇴직금 및 법정수당을 지급해야 한다.

이 사건의 쟁점은 ‘재직 조건 있는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할지’ 여부였다. 통상임금은 정기적·일률적으로 지급하는 임금이다. 통상임금이 중요한 이유는 각종 수당의 기준점이 되기 때문이다. 통상임금 범위가 넓어지면 퇴직금과 수당 금액도 커진다.

재판에서 근로자 측은 “정기상여금이 매년 짝수월 말일마다 정기적으로 지급됐으니 통상임금”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사측은 “지급일 기준 현재 재직 중인 자에게만 지급됐으므로 고정성이 인정되지 않아 통상임금에 해당하지 않는다”라고 반박했다.

법원은 근로자 측 주장을 인정했다. 정기상여금도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고 봤다. 재판부는 그 근거로 “정기상여금 지급에 별도의 성과를 요구하지 않고 정기적으로 지급한 점, 정기상여금 금액이 전체 임금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높아 근로자로선 당연히 수령을 기대하는 임금에 해당하는 점” 등을 들었다.

이에 더하여 재직 조건 자체가 ‘무효’라고 판시했다. 법원은 “기본급에 재직 조건을 부가하는 것을 허용할 수 없다”며 “그날그날의 근로 제공으로 임금이 발생했는데도 지급일 전 퇴직한 근로자에게 이를 지급하지 않는 것은 근로기준법에 반하여 무효로 봐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HJ중공업이 근로자들에게 퇴직금과 수당을 추가 지급하더라도 예측하지 못한 재정적 부담을 지게 된다고 인정할 만한 객관적 자료도 없다”며 근로자들에게 40억원 상당의 퇴직금과 연 6%비율로 계산한 지연이자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번 판결은 금융감독원 전·현직 근로자 1832명이 금융감독원을 상대로 86억원 상당의 통상임금 소송을 걸어 승소한 것과 결을 같이 한다.

지난해 5월 2심을 맡은 서울고등법원은 1심을 뒤집고, 근로자 측 승소로 판결했다. 당시 서울고등법원은 “정기상여금은 소정의 근로를 제공하기만 하면 그 지급이 확정된 것이라 볼 수 있다”며 “정기적·일률적으로 지급되는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

대법원에서도 지난해 11월, 2심 판결이 확정됐다. 심리불속행 기각으로 대법원이 별다른 판단을 내놓은 것은 아니었다. 다만 ‘재직 조건 달린 정기상여금도 통상임금’이라는 판결이 확정되면서 앞으로도 유사한 판결이 줄지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notstr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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