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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표 쓰란 말에 출근 안한 직원 방치했다면…법원 “해고 의사”
버스기사 A씨, 부당해고 소송 파기환송심서 승소
무단결근에 관리팀장과 말다툼…“사표 쓰라” 반복
출근 않고 3개월 지나 A씨가 구제신청하자 근무 통보
1·2심은 원고 패소…해고한 것으로 볼 수 없다 판단
대법 “버스키 회수, 노무 수령 않겠다는 의미 평가 가능”
“대표 승인·추인 가능성…원심 판단 잘못” 파기 환송
파기환송심, 대법 판결 취지따라 원소 승소 판결
[헤럴드경제 DB]

[헤럴드경제=안대용 기자] 사표를 쓰라는 회사 간부의 말에 출근하지 않은 직원을 수개월간 그대로 방치한 경우 사측이 묵시적으로 해고 의사를 표시했다고 볼 수 있다는 파기환송심 판단이 나왔다. 앞서 사건을 파기환송한 대법원 판단 취지에 따른 판결이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전고법 행정1부(수석부장 이준명)는 버스기사 A씨가 중앙노동위원회 위원장을 상대로 낸 부당해고 구제 재심판정 취소 소송 파기환송심에서 지난달 29일 원고 승소 판결했다.

A씨는 2020년 1월 한 전세버스 회사에 입사해 다른 회사 통근버스 운행 업무를 맡았다. 그런데 두 차례 무단 결근했다가 같은 해 2월 중순 회사 관리팀장과 말다툼을 하게 됐다. 관리팀장은 A씨에게 “사표를 쓰라”는 말을 여러 차례 반복했고, A씨가 “해고하는 것이냐”고 묻자 “응”이라 답하면서 “사표 쓰고 가라”는 말을 반복한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그 다음날부터 출근하지 않았다.

회사 측은 A씨가 출근하지 않는 것을 문제삼지 않다가 A씨가 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 신청을 접수하자 같은 해 5월 해고한 사실이 없으니 즉시 근무할 수 있다는 취지로 ‘무단결근에 따른 정상근무 독촉 통보’를 했다. 열흘 뒤 A씨는 ‘2월 해고가 부당해고인 것을 인정하고 사과하면서, 복직 전 부당해고 기간 동안의 임금 상당액을 먼저 지급하면 복직하겠다’는 내용 증명을 발송했고, 회사 측은 다시 ‘속히 출근해 근무하기 바란다’고 통보했다.

하지만 지방노동위원회는 A씨의 구제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고, 중앙노동위원회도 같은 취지로 재심판정을 기각했다. 그러자 A씨는 2020년 12월 소송을 냈다.

1심과 2심은 관리팀장에게 해고할 수 있는 권한이 없고, 회사 대표가 A씨에 대한 해고를 승인한 적도 없다며 회사가 A씨를 해고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면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회사 관리팀장이 A씨에게 “사표를 쓰라”고 한 것은 무단결근 이후 무례한 언행에 화를 내는 과정에서 나온 우발적 표현일 뿐, 이러한 발언으로 근로계약 관계가 종료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반면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지난 2월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A씨와 관리팀장이 말다툼하기 직전 관리팀장이 버스 키를 반납하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냈고 이후 관리상무를 대동해 버스 키를 직접 회수했다”며 “이는 근로자의 노무를 수령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평가할 수 있다”고 밝혔다. 사표를 쓰고 나가라는 말을 여러 차례 반복한 것도 단순 우발적 표현으로 볼 것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또 “관리팀장이 대동한 관리상무는 해고에 관한 권한이 있다고 볼 여지가 많다”며 “회사의 규모와 인력 운영 현황 등을 고려할 때 A씨 노무수령을 거부하는 경우 여러 어려움이 발생할 가능성이 많았는데 이 조치가 이뤄진 것은 회사 차원의 결단으로 볼 여지가 많다”고 했다.

아울러 “실제 3개월 넘도록 출근하지 않아 버스 운행에 어려움이 발생한 것으로 보이는데도 출근 독려를 하지 않다가 A씨가 구제신청을 접수한 직후에야 정상근무를 촉구한 점을 고려하면 대표이사가 묵시적으로나마 노무수령 거부를 승인했거나 추인했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지난 2월 사건을 대전고법으로 돌려보냈다. 파기환송심을 맡은 대전고법은 대법원 판결 취지에 따라 원고 승소 판결했다.

dand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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