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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 잇따른 침수 우려에도…작년 올해 반지하 300개 늘어
작년·올해 지하층 건축 허가 300곳 늘어
10년간 지하층 건축 5516곳…한해 1000곳 넘기도

서울시 관악구 반지하 밀집지역 일대. 정목희 기자

[헤럴드경제=박혜원·정목희 기자] 폭우로 인한 반지하 침수 피해가 잇따르면서 서울시에서 ‘퇴출’ 방침을 내세우고 있지만 실제로는 이행이 미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는 지난해뿐 아니라 2010년 콘파스 태풍 이후에도 지하·반지하 건축을 제한한다고 밝혔으나 실제로는 작년과 올해에도 300곳에 대해 지하층 건축 허가를 냈다.

작년·올해 지하층 건축 300곳 늘어

4일 홍기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서울시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서울시는 지난해와 올해 각각 270곳, 30곳의 지하반지하 주거용 건축을 허가했다. 이중 81곳이 지난해 8월 폭우 이후 허가됐다. 다만 해당 통계에는 실제 주거용 건축과 함께 주차장 등의 시설도 포함돼 있어 68곳은 실제로는 비주거용이라는 게 서울시 입장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주거용으로 허가된 주택도 경사로 등 침수 우려가 없는 곳”이라며 “침수예방, 피난시설이 갖춰질 경우 사용 승인을 허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밖에 서울시는 지난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10년간 5515곳에 대해 지하·반지하 주거용 건축물 허가를 내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2010년에는 태풍 ‘콘파스’ 이후 침수 피해가 많았던 저지대에 반지하 주택 신축을 제한하는 방안을 정부에 제안했다. 이를 통해 마련된 것이 건축법 11조 ‘상습 침수지역 또는 침수 우려지역 건축물 지하에 주거용 공간을 설치할 경우 건축위원회 심의로 불허할 수 있다는 근거 규정’이다. 그러나 그 이후인 2016년엔 1032곳, 2017년엔 964곳을 허가하는 등 지하층 주거용 건축은 지속해서 늘었다.

지난해 폭우로 ‘세 모녀 참사’ 등이 발생한 이후로도 서울시는 재차 반지하 퇴출 방침을 밝혔다. 서울시는 지난해 8월 지하층 주거용 건축 전면 금지 방침을 밝히고 25개 자치구에 지하·반지하 주거용 건축을 원칙적으로 불허하라는 지침을 전달했다. 당시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하·반지하 주택은 안전·환경 등 모든 측면에서 취약계층을 위협하는 후진적 주거 유형”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반지화 퇴출을 현실화하려면 재차 건축법을 개정해야해 현재로선 이행이 쉽지 않다. 2010년 개정된 건축법 11조는 건축위원회 심의를 전제로 하고 있어, 지하층 건축 자체를 금지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서울시 한 자치구 관계자는 “건축 허가는 자치구 직권”이라며 “(반지하 건축 금지) 관련 지침을 서울시로부터 전달받았으나 강제성이 없는 권고 사안이라 이행하긴 어렵다”고 했다.

반지하는 다시 ‘만실’…“지금도 비 오면 물 샌다”
서울시 관악구 반지하 밀집지역 일대. 지난해 폭우 피해 이후 물막이판을 설치한 곳들이 눈에 띈다. 정목희 기자

지난해 침수 피해가 컸던 지역주민 중 여전히 반지하를 떠나지 못한 이들이 많다. 지난달 29일 헤럴드경제가 서울의 반지하 밀집지역에서 만난 주민은 ‘비용’ 문제를 호소했다.

30년째 마포구 반지하 주택에서 살고 있다는 김모(59) 씨 인근 가구들은 지난해 폭우 당시 집 앞의 흙벽이 무너지면서 큰 피해를 봤다. 김씨는 “비가 많이 오면 지금도 콘크리트 틈 사이로 물이 들어온다”면서도 “돈이 없으니 다른 곳으로 나가기도 쉽지 않다”고 털어놨다. 이곳의 한 공인중개사 관계자는 “작년 가을까지만 해도 반지하는 아예 보여주지도 말라는 말이 많았는데 올해 들어서는 다시 입주민이 들어오기 시작해 공실이 없다”고 했다.

방지대책이 미흡한 상황에서 지난해와 같은 참사가 올해도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달 강수량이 평년(245.9~308.2㎜)보다 많을 확률’은 80%다. 차상곤 주거문화개선연구소장은 “반지하 거주민이 옮겨갈 수 있는 장소 마련과 함께 월세 지원이 동반된다는 전제하에 반지하 금지는 장기적으로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홍기원 의원은 “정부는 당장 장마에 실효성 있는 대책을 강구하고, 정부 안 마련으로 늦어지고 있는 건축법 개정에도 속도를 내야 한다”고 했다.

k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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