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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은행 채용비리 입사자, 이번엔 ‘해고 정당’…미필적 고의 인정
“해고 부당하다” 판결 잇따랐지만 이번엔 ‘해고 정당’
법원 “최소한 미필적으로나마 부정 행위 인식했던 것”
“학점 2.98로 추천 없었다면 서류전형 통과할 가능성 없었다”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 입구 모습 [연합]

[헤럴드경제=안세연 기자] 부정채용으로 우리은행에 입사한 직원을 해고한 것은 정당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기존엔 부정채용으로 합격한 은행직원들의 "채용 청탁을 몰랐다"는 주장에 해고할 수 없다는 앞선 판결들과 반대의 판단이다. ‘미필적 고의’가 인정됐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13부(부장 박정대)는 전 우리은행 직원 A씨가 낸 부당해고구제 재심판정취소 소송에서 지난 4월 A씨 측 패소로 판결했다.

A씨는 2015년 우리은행 신입 공개채용에 지원해 합격했다. 하지만 2017년 국정감사에서 금융기관의 대규모 채용비리가 적발됐다. A씨도 은행장의 추천으로 서류전형에 합격하는 등 부정채용에 연루된 사실이 확인됐다. 우리은행은 2021년 2월 A씨를 해고했다.

A씨 측은 “부당해고”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지방노동위원회에 이어 중앙노동위원회에서도 구제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법원에 소송을 냈다. A씨 측은 “은행장의 추천을 받은 게 사실이라 하더라도, 본인이 채용청탁을 한 적은 없다”며 “A씨에게 귀책사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은행장이 스스로 A씨를 추천인 명부에 올렸다는 주장은 사회통념상 납득하기 어렵다”며 “당시 수많은 채용 청탁을 받고 조직적으로 청탁대상자 명부를 관리했던 만큼 부정 청탁이 있었다고 보는 게 경험칙상 부합한다”고 했다.

재판 결과에 따르면 A씨의 아버지는 우리은행 거래실적 수십억원 상당인 VIP고객으로 명예지점장이었다. 평소 A씨 가족은 우리은행장 등과 친분을 갖고있었다. 당초 공무원을 준비하던 A씨는 ‘공채에 지원해 보라’는 우리은행 임원의 제안에 따라 원서를 낸 것으로 밝혀졌다.

재판부는 “A씨도 아버지가 은행장 등과 상당한 친분을 갖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으므로 은행장 등의 영향력이 작용하길 암묵적으로나마 기대했을 것”이라며 “이는 묵시적 청탁으로 볼 여지가 있으며 최소한 미필적으로나마 부정 행위를 인식했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A씨는 학점 2.98로 특수자격증이나 주요 명문대학 출신 등 특별한 장점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며 “관련 기준에 따르면 은행장의 추천이 없었다면 서류전형을 통과할 가능성이 없었던 사정 등을 고려했을 때 해고는 정당하다”고 판시했다.

이러한 결론은 기존의 다른 은행 부정입사자들에 대한 판단과 다르다. 지난해 8월 서울행정법원 3부(부장 유환우)는 우리은행 부정입사자 B씨에 대해 “해고는 부당하다”고 판결했다. “채용 청탁 상황을 몰랐다”는 B씨의 주장이 받아들여진 결과였다.

B씨도 아버지가 우리은행 임사담당 상무에게 지원 사실을 알려 개입하게 하는 등 채용비리가 있었던 사실 자체는 인정됐다. 하지만 당시 법원은 “B씨 본인이 부정한 행위에 직접 개입했다고 볼 증거는 없다”며 “본인에게 귀책사유가 없으므로 부당한 해고”라고 했다.

한편 A씨 측은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서울고등법원에서 2심이 열릴 예정이다.

notstr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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