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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잠실주공 5단지 ‘70층 재건축’ 삐걱
신통기획 10% 반대 땐 철회 가능
비대위 철회동의서 5% 이상 확보
신통방식 신청단지 5곳 모두 진통
70층으로 층수 상향을 노리던 송파구 잠실동 잠실주공5단지 재건축 사업이 시와 협의를 시작하기도 전에 난관에 봉착했다. [헤럴드경제DB]

신속통합기획 자문방식을 통해 70층으로 층수 상향을 노리던 송파구 잠실동 잠실주공5단지 재건축 사업이 시와 협의를 시작하기도 전에 난관에 봉착했다. 단지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에서 철회 요청서 확보에 나서면서다. 과반수의 동의를 받아 신통기획 자문방식을 신청했음에도 사업이 ‘순항’하기 힘들어 보인다는 분석이 나온다.

27일 정비업계 등에 따르면 잠실주공5단지 비대위는 최근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신통기획 철회요청서 확보에 나섰다. 지난달 말 과반수의 조합원 동의를 얻어 구청에 제출한 신통기획 주민합의안을 무산시키기 위해서다.

신통기획 자문사업은 토지 등 소유자 30% 이상이 동의할 때 선정이 가능하다. 10% 이상 반대하면 철회도 가능하다. 잠실주공 5단지 비대위 관계자는 “(약 4000명의 조합원 중)현재 200장 넘게 철회 동의서를 제출해 5%를 넘게 확보한 상황”이라며 “우리편이 800여명에 이른다. 무조건 (철회동의서를 10% 이상) 걷어 신통기획을 뒤집으려 한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애초 조합에서 신속통합 동의서를 걷을때 임대주택 등 기부채납이 많다는 등의 부작용에 대한 설명을 명확히 하지 않아 문제의 소지가 크다”고 지적했다.

조합은 난감한 상황이다. 주민들의 의지를 보여주기 위해 동의율 50%를 넘겨 신통기획을 신청했음에도 단 10%만 철회를 요청하면 사업이 앞으로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구청에 신통기획 자문사업을 신청한 단지는 잠실주공 5단지를 포함해 여의도 목화·여의도 삼부·여의도 대교·대치동 선경 등 5개 단지다. 이들 가운데 대치 선경도 지난 4월 신속통합기획 자문사업 신청 2주만에 철회를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단지들에서도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한 재건축단지 조합 관계자는 “정비사업에 비대위가 없는 곳이 드물다”면서 “철회에 10% 요건만을 둔 것은 기준이 너무 낮다. 10%룰이 오히려 분쟁의 소지를 낳을 수 있어 보인다”고 설명했다.

철회를 할 수 있는 기간에 제한을 두지 않은 것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시의 설명에 따르면 최종 가이드라인이 나오기 전까지 철회가 가능한데, 여기까지 6개월에서 1년의 기간이 걸린다는 점을 감안할 때 그간 투입된 행정력의 낭비가 클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또 시의 설명에 따르면 철회 후 다시 신청이 가능한데 신청과 철회를 반복하며 주민간 감정의 골만 깊어질 수도 있다.

한 자문방식 신통기획 신청단지 관계자는 “언제 철회될지 모르는 사업을 진행한다는 게 살얼음판을 걷는 것 같다”면서 “비대위는 10% 철회동의서를 받아 놓고 조합과 협상을 하는 카드로 쓰려고도 한다. 결국 ‘신속’도 ‘통합’도 불가능하다”고 했다.

이에 최소한 과반수의 동의를 받아 신청한 경우에는 철회 가능 요건을 까다롭게 한다거나 신통기획 신청 후 수개월이 지났을 때는 철회가 불가능하게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신통기획 자문방식은 가이드라인 작성을 위해 도움을 주기 위한 것일 뿐 결국 최종 결정은 주민들이 해야 할 문제”라면서 “자문사업 방식이 올해 초에 세워졌고, 아직 진행한 사업장이 없는 만큼 좀 추이를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시가 가시적인 성과를 빠른시일 내에 보여주기 위해 철회 요건을 쉽게 해놨다는 분석도 나온다. 다른 재건축 전문 변호사는 “철회 동의율을 10%만으로 정해놨다는 것은 주민들의 합의가 이뤄지지 않고서는 패스트트랙(신통기획)을 타지 못한다는 시의 의지를 보여주는 부분”이라면서 “조직화 돼 있고 성과가 나올 수 있는 곳들만 시는 끌고 가겠다는 점을 강조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서영상 기자

s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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