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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삼성 500억·SK 250억 또 쐈다”…‘한국형 엔비디아’ 과연 나올까 [김민지의 칩만사!]
‘칩(Chip)만사(萬事)’

마냥 어려울 것 같은 반도체에도 누구나 공감할 ‘세상만사’가 있습니다. 불안정한 국제 정세 속 주요 국가들의 전쟁터가 된 반도체 시장. 그 안의 말랑말랑한 비하인드 스토리부터 촌각을 다투는 트렌드 이슈까지, ‘칩만사’가 세상만사 전하듯 쉽게 알려드립니다.

[헤럴드경제=김민지 기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국내 반도체 생태계 활성화를 위해 또 다시 거금을 투자하기로 했습니다. 특히, 이번에는 반도체 생태계의 근간을 이루는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업체와 팹리스(반도체 설계) 기업을 정조준해 지원합니다.

기존 펀드와 비교해 역대 최대 수준입니다. 반도체 패권 전쟁 속에서 한국의 취약점으로 꼽히는 소부장, 팹리스 분야를 키울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글로벌 GPU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엔비디아에 버금가는 ‘한국형’ 팹리스 기업 육성에 민관이 손을 합쳤습니다.

‘팹리스·소부장’ 키워라…3000억원 규모 펀드 조성

산업통상자원부는 26일 서울 YWCA 회관에서 ‘반도체 생태계 펀드’ 출범을 위한 업무협약(MOU) 체결식을 열었습니다. 이날 협약식에는 허길영 삼성전자 부사장, 김동섭 SK하이닉스 사장 등을 비롯해 반도체 업계의 주요 재무담당자들도 참석했습니다.

26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 YWCA 회관에서 열린 ‘반도체 생태계 펀드’ 조성 협약식에서 허길영(왼쪽 세번째) 삼성전자 부사장, 김동섭(왼쪽 네번째) SK하이닉스 사장 등 협약 당사자들이 서명 후 기념촬영 하고 있다.[연합]

반도체 생태계 펀드는 3000억원 규모로 조성됩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각각 500억원, 250억원을, 성장금융·산업은행·기업은행 등 정책금융이 750억원을 투자해 총 1500억원의 모펀드를 조성합니다. 여기에 민간투자자 1500억원을 결합합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기존 반도체 펀드에도 수백억원씩을 투자했습니다.

지난 2017년 최초의 반도체 전용 펀드로 조성된 ‘반도체성장펀드’에는 삼성전자가 500억원, SK하이닉스가 250억원을 출자했습니다. 2020년 조성된 ‘시스템반도체 상생펀드’에도 각각 500억원, 300억원을 투자했습니다. 이번 펀드까지 더하면 삼성전자는 지금까지 무려 1500억원, SK하이닉스는 800억원을 반도체 전용 펀드에 투자한 셈입니다.

허길영 삼성전자 부사장은 “이번 펀드가 국내 반도체 생태계의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며 “반도체 업계의 어려운 점을 고려해 지원을 확대해 준 모든 관계자 분들께 감사드린다”고 밝혔습니다.

세계 최대의 반도체 생산기지인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의 제조 라인 내 직원 모습.[삼성전자 영상]

김동섭 SK하이닉스 사장도 “반도체 업황이 상당히 어려운 상황 속에서 오늘 조성되는 펀드가 국내 반도체 산업 생태계 활성화에 큰 기여를 할 것”이라며 “SK하이닉스도 올해 투자를 조금밖에 못 했으나 내년에는 남은 부분도 다 투자할 수 있도록 경기가 나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아마 그렇게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전세계 1% 불과한 韓 팹리스…‘한국형 엔비디아’ 탄생 기대

이번에 반도체생태계조성 펀드는 소위 ‘한국형 엔비디아’를 육성하는 데 초점이 맞춰질 전망입니다. 메모리 중심의 국내 반도체 밸류체인을 시스템 반도체 및 소부장으로 확장하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입니다. 총 3000억원 중에서 소부장에 2000억원, 팹리스에 1000억원 규모의 하위펀드가 조성될 예정인데, 특히 국내 중소·중견 팹리스 기업들의 M&A 또는 스케일업도 지원합니다.

장영진 산업부 제1차관은 이날 협약식에서 “오늘 출범하는 ‘반도체 생태계 펀드’는 최근 금리 인상, 업황 악화 등으로 투자자금 조달에 애로가 발생하고 있는 팹리스·소부장 기업의 성장과 자립화를 위한 것”이라며 “이번 펀드가 미래 반도체 산업을 이끌 ‘한국형 엔비디아’ 탄생의 마중물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 [EPA]

전세계 메모리 반도체의 70% 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한국이지만, 팹리스 시장에서는 점유율이 1%도 채 안됩니다. 하지만 AI 서비스, 자율주행차 등의 부상으로 미래에는 팹리스가 폭발적으로 성장할 전망입니다. 최근 리벨리온, 퓨리오사AI 등 주요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AI 반도체 설계에 대한 성과가 나타나고 있지만, 아직 글로벌 기업들 수준에는 미치지 못합니다. 대기업과 정책자금 등으로 구성된 대규모 펀드가 필요한 이유입니다.

앞선 반도체 전용펀드들의 성과가 상당히 고무적이어서 이번 생태계 펀드에 대한 기대감도 큽니다. 반도체성장펀드는 지난달 말 기준 총 71개 기업에 2209억원의 투자를 집행하며 투자를 완료했습니다. 반도체용 특수가스 관련 기업인 ‘티이엠씨’의 경우, 2017년 11월 58억여원을 투자 받았는데 2023년 1월 코스닥 시장에 상당하며 248억여원을 회수했습니다. 약 7.8배의 수익을 실현한 것입니다.

시스템반도체 상생펀드는 지난달 말 기준 40개 기업에 676억원을 투자했습니다. 소진율은 56.3%입니다. 아직 투자되지 못한 400억원 가량은 내년까지 대부분 소진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2020년 12월 10억원을 투자받았던 가온칩스는 현재 삼성 파운드리향 디자인서비스업계 1위입니다. 2022년 5월 코스닥 시장에 상장, 약 40억원을 회수하며 4배의 수익실현율을 기록했습니다.

jakme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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