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수억 그림 척척 사도 몇천원 커피값은 아낀다” [헤럴드 ‘더 리치 서울’ 보고서]
5명중 2명 “미술 투자하거나 할 것”
상속·절세 ‘쏠쏠한 재테크’ 인식
주차비 소소한 것은 절약 또 절약
소비성 지출과 저축 유사한 비중

“미술품 박람회에 가보면 진짜 부자들은 수억원짜리 그림을 ‘척척’ 사요. 하지만 적은 돈은 다 아끼는 것 같아요. 제일 아끼는 건 주차비, 그리고 커피값이에요. 백화점에서 이야기 하다가도, 무료주차 시간 지나면 벌떡 일어나서 차 빼고 돌아간다니까요.”(금융자산 70억원, 부동산자산 40억원 보유한 50대 A씨)

부자의 소비는 달랐다. 고가의 시계와 그림을 구입하는 데에는 통 크게 쏘지만, 쉽게 빠져나가는 몇 천원 주차비와 커피 비용은 아까워했다. 보석과 금 같은 전통적 실물 자산보다 미래 가치 측정이 어려운 그림 등으로 시선을 옮기는 것도 보통 대중과는 다른 점이다. ▶관련기사 3면

특히 재벌가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미술품은 어느새 부자들의 ‘잇템’이 되면서 시장이 커졌다. 미술품은 우선 집에서 감상할 수 있으면서 감가상각이 이뤄지지 않아 이득이다. 취득과 보유, 양도까지 끊임없이 실시간으로 세금이 부과되는 부동산보다, 이른바 ‘K-세금’에서도 비교적 자유롭다.

서울 부자들 중 일부는 수억원에 이르는 그림을 수집하기 위해 예술 박람회 방문은 물론, 미술사 연구까지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었다.

▶“그림이 집보다 낫다”...미술 공부하는 서울 부자들=헤럴드경제와 우리금융경영연구소가 공동 발간한 ‘2023년 서울 부자 보고서(The Rich Seoul)’에 따르면 서울 부자들은 그림이 좋은 투자 수단이라는 데 공통적으로 동의했다. 설문조사와 함께 진행된 심층인터뷰에서 5명 중 2명은 미술품 투자를 이미 하고 있거나 앞으로 하고 싶다고 답변했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의 예술경영지원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미술시장 작품 유통 액수는 역대 최초 1조원대를 넘어섰다. 아트페어와 화랑업체들의 매출액이 급증한 영향이다. 극소수 재벌가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미술품 투자가 부자들 사이에서 쏠쏠한 재테크 수단으로 자리 잡은 결과다.

부동산자산 40억원은 물론, 금융자산도 약 70억원 보유한 50대 A씨는 최근 미술 공부 및 미술품 수집을 직업처럼 삼고 있다고 털어놨다. 수십억원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어 어디에 투자할지 고민중인 A씨는 최근 미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그림이 부동산에 버금가는 가치를 보유한다고 느끼고 있다.

A씨는 “그림이 집보다 더 나을 정도로 많이 오르고 있고, 또 이미 많이 올랐다”며 “미술은 앞으로도 더 잘될 거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 작가가 아직 너무 저평가 돼 있다고 느낀다”고 평가했다. 그림을 본격적으로 구매하지는 않아도, 조각 투자 등 ‘간접투자’를 진행하고 있는 서울 부자도 있었다. 금융자산 12억원, 부동산자산 15억원을 보유하고 있는 B씨는 “미술품투자는 하고 있지만 아직은 안목이 없다”며 “그림 투자의 맛보기를 해보기 위해 소액 투자, 조각 투자를 해본 경험이 있다”고 했다.

이같은 미술투자는 주로 주변 사람의 권유로 시작되는 경우가 많았다. 3억~4억원 규모의 미술품을 소장하고 있다는 A씨는 “미술사 공부를 하고 주변사람 따라 사다 보니까 관심을 갖게 됐다. 그림 산 지는 5년 됐고, 공부한 지는 10년이 넘었다”고 말했다. 그림 구입에 돈을 아끼지 않는 이들은 대부분 미술품을 상속 및 절세 수단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미술품의 경우 양도시 세금이 부과되지만, 이마저도 개인 간 양도의 경우 기타소득으로 분류돼 22% 단일세율로 분리과세를 적용받고 있다. 점·조당 6000만원 미만이거나, 양도 당시 생존한 국내 작가의 작품일 경우 과세 대상에서 제외되기도 한다.

▶커피값·주차비 절대 절약...“돈 쓰는 게 싫어” 말하기도= 비싼 그림값에는 아깝지 않다고 생각하는 서울 부자들도 커피값과 주차비 등 자잘한 소비를 최소화하는 등 절약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자산의 규모가 클수록 사회·공익적 가치가 있는 곳에 소비하는 가치소비의 비중도 늘어났다.

금융자산 15억원, 부동산자산 40억원을 보유한 C씨는 “물욕이 없고 돈을 버는 게 어려웠다는 걸 아니까 돈 쓰는게 싫다”며 “나를 위해 아예 안 살순 없지만 아주 극히 일부분이고 아기를 위해 조금 사는 정도다. 아내도 사치를 안 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세대에 따라 소비 습성이 다르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B씨는 “재산이 1000억원이 넘는 분들은 소비 형태가 진짜 소소하다”며 “그들에게 좋은 차는 슈퍼카가 아니라 국산차”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자수성가해 부자가 된 분들은 그렇게 살지만, 2세의 경우 확실히 명품을 많이 걸치고 다니더라”고 했다.

큰 규모의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서울 부자들이 꼭 소비하는 만큼 저축한다는 사실도 수치로 드러났다. 30세 이상, 금융자산 10억원 이상의 서울 부자 300명을 조사한 결과 이들은 연 소득의 80% 수준(2억6000만원)을 연간 지출하고 있었다. 이중 소비성 지출과 저축이 각각 38%와 30%로 유사한 비중을 차지했다.

홍승희 기자

hss@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