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87세 신구, 심장박동기 달고 혼신의 무대…“소리 질러도 거뜬하다”
연극 ‘라스트세션’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배우 신구(가운데)와 남명렬(왼쪽), 이상윤(오른쪽). [연합]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내가 어렸을 때 아버지와 함께 걸은 적이 있었어. 근데 어떤 남자가 아버지 모자를 쳐서 길바닥에 떨어뜨렸어. 그 남자가 외쳤지. ‘유대인, 인도로 다니지 마.’ 그 남자와 아버지 둘 중 누굴 더 혐오해야 하는 거지?”

연극 ‘라스트 세션’ 속 정신분석학자 프로이트의 대사. 여든 일곱의 노배우 신구의 목소리가 단단하다. ‘유대인’이라고 말할 땐 천둥 같은 소리가 기자간담회 현장에 가득 찼다. 지난해 심장 박동기를 이식한 그는 “지금은 소리를 질러도 지장이 없다”며 웃었다.

“죽기 전에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작품을 제대로 한번 남기고 싶은 소망이 있어요. 이번 공연이 그런 의미가 될 거예요.”

배우 신구가 돌아왔다. 연극 ‘라스트 세션’(7월 8일 개막, 대학로 티오엠 1관)을 통해서다. 이 작품은 무신론자인 정신분석학자 프로이트와 유신론자인 ‘나니아 연대기’의 작가이자 신학자인 루이스가 치열한 논쟁을 벌이는 2인극이다. 프로이트 역엔 신구와 남명렬, 루이스 역엔 이상윤과 카이가 캐스팅됐다.

‘라스트 세션’은 신구에겐 각별한 의미가 있는 작품이다. 세 번의 시즌까지 오는 동안 한 번도 빼놓지 않고 참여했다. 새로운 시즌을 앞둔 신구는 “매시즌 부족하고 미진한 점이 많지만, 그런 부분을 채우고 메워서 좀 더 잘해보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무수히 쏟아지는 대사들을 분명히 전달하는 것이었다.

“(다함께) 모여서 대본을 읽고 활자를 확인하며 읽어도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이 있어요. 토론을 해도 쉽게 답이 안 나오는 부분이죠. 관객이 우리가 말하는 것만으로 이해할 수 있을까 의문이 생기더라고요. 보다 명확하고 확실하게 전달해 관객이 편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대사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어요.”

연극 '라스트세션' 기자간담회에서 배우 이상윤이 신구에게 질문을 재전달하고 있다. 왼쪽은 배우 남명렬. [연합]

배우 신구의 든든한 파트너는 이상윤과 카이다. 이상윤은 고민 끝에 합류했다. 그는 “연극을 많이 해보지 않았는데, 두 번을 같은 작품을 하니 새로운 걸 해보고 싶다는 이야기도 했다”며 “그 무렵 (신구)선생님과 식사 자리를 가졌는데, 너무도 당연히 같이 한다고 생각하시는 모습을 보고 그 자리에서 바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선생님은 언제나 늘 겸손하게 기본으로 돌아가서 보여주세요. 최근 선생님의 연극을 보러 갔어요. 저도 모르게 선생님과 익숙해져, 함께 무대에 서는 선생님이라고 생각했는데 그 작품을 보고 선생님께 압도 당했어요. 까불지 말고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이상윤)

이상윤과 함께 뮤지컬 배우 카이도 연극 무대로 돌아온다. 카이가 연극 무대에 서는 것은 2016년 ‘레드’ 이후 7년 만이다. 그는 “뮤지컬이 가진 장점이자 약점은 언어의 힘이 음악에 가려지는 부분이다. 7년 전 연극을 했을 때도 ‘음악을 빼고 무대에 올라왔을 때 나란 사람이 어떤 존재인가’에 대한 의문이 있었다”며 “어떻게 하면 비워내고, 본질에 접근할 수 있을지를 생각했다”고 말했다.

두 사람과 함께 하며 신구는 “젊은이들이 꾀 부리지 않고 진지하고 열심히 하니 너무 고맙다. 내가 오히려 힘을 받는다”고 했다.

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예술가의집에서 열린 연극 '라스트세션'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배우 남명렬, 신구, 이상윤, 카이. [연합]

2020년 초연 이후, 시즌을 거듭할수록 연극과 함께 신구도 나이테가 늘었다. 그는 “대사를 듣는 데엔 지장이 없지만, 나이가 들어 잘 안들린다”고 말했다. 지난 시즌엔 급성 심부전으로 병원에 입원하기도 했다. 심장기능이 떨어져 혈액이 제대로 공급되지 않았다. 신구는 “일주일간 입원해 박동기를 넣는 시술을 했다. 박동기가 (심장이) 일 분에 몇 번 뛰도록 맥박수를 조절한다”며 “심장이 늦게 뛰거나 쉬면 이 녀석(박동기)이 알아서 전류로 자극해 맥박 수를 맞춰준다니, 건강은 보시다시피 괜찮다”고 했다.

“이게 10년은 유지된다고 하더라고요. 10년이면 나 죽은 다음이니까 걱정은 안 해도 될 것 같아요. (웃음) 자연인으로서 죽을 때가 가까워졌어요. 그래서 이게 마지막 작품일 수도 있어요. 힘을 남겨놓고 죽을 바에야 여기 다 쏟고 죽자는 생각도 있습니다.”

shee@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