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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라이프칼럼] 어른아이

법당의 한 주지 스님과 한 불자(佛子)의 고민상담이 한창인 프로그램을 봤다. 마흔을 훌쩍 넘긴 큰딸과 그 뒤를 쫓는 30대 후반의 둘째 딸이 결혼할 생각은 하지도 않고 부모 집에 함께 살면서 직장도 그만둔 채 용돈을 받아간다며 한숨 섞인 이야기를 이어갔다. 그것만으로도 못마땅한데 더 큰 고민은 때에 맞춰 밥도 차려줘야 한다며 하소연했다. 듣고 있는 필자도 모자이크 처리된 어머니의 근심과 어두운 표정이 보이는 것 같았다.

꿈과 모험의 나라 네버랜드에 사는 피터팬은 나이를 먹지 않고 평생 어린아이로 지낼 수 있는 삶을 웬디에게 제안한다. 이처럼 신체적으로나 생물학적으로 성인임에도 성인이 되기를 거부하고 어린아이에 머무르기를 원하는 심리 상태를 ‘피터팬 증후군’이라고 한다. 이 증후군이 걸리면 사회적 책임을 져야 하는 어른이지만 이러한 책임을 회피하고 현실에서 도피하고자 타인에게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 결혼하지 않았다고, 스스로 밥을 차려 먹지 않는다고 무조건 ‘피터팬 증후군’이라고 하는 게 아니다. 인간은 각 발달시기에 맞춰 성취해야 할 과업이 있고 그것을 통해 내적인 힘을 만들어가는데 그 시기마다 타인에게 의존하고 책임을 떠넘기려는 경험을 반복하다 보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경제침체와 함께 변화의 속도가 빨라지면서 한 개인에게 기대하는 사회의 요구사항이 많아진 데다 교육 수준, 기본적인 의식주를 어렵지 않게 해결할 수 있는 풍요로운 시대에 자신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내면적인 힘은 기르지 못했기 때문이다.

또한 성장 과정에서 원하는 것을 쉽게 얻고, 때로는 넘쳐나 과하게 욕구를 채우게 되면서 오히려 ‘고착화(인간의 성장 과정에서 어느 한 시기에 발달이 정지해 있는 것)’돼 어른이 돼도 언제나 어린아이처럼 화내고 삐치고 쉽게 포기하며 불리한 상황에 직면하면 울어버리는 모습을 보이게 되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결정에서도 누군가 설정한 방식만을 선택하려고 한다. 때로는 선택이 힘들어 이를 포기하고 미루기도 한다. 자신의 선택을 책임질 힘이 부족하기에 선택과 결정을 미루면서 자신에게 주어진 환경에 불평 불만을 갖는 것이다.

누구나 ‘젊음’을 갈망하고 부러워하며 지나간 시간을 그리워한다. 하지만 이미 숫자로 표기되는 생물학적·신체적 나이를 거스르고 젊은이들의 패션을 따라하고 유행을 좇는 것을 넘어 내적인 힘까지 그들과 같아지기 위해 멈추는 것은 ‘어른아이’이기를 자초하는 것이다.

선택이 두렵고 독립을 피하고 싶어도 정신적으로 성숙해져 성취감과 자립심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 하루에도 몇 번씩 선택의 갈림길에 서는 우리다. 그 선택에 대한 부정적 결과가 두렵고 결정까지의 과정이 귀찮더라도 그 경험이 주는 결과는 어마하다. 인생에 정답은 없다고들 한다. 그렇기에 어떠한 선택을 하더라도 무엇이 정답이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저 내가 한 선택에 책임을 지고 그것이 좀 더 나은 선택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다. 혹시 이 글이 자신의 이야기라도 느껴지는 독자라면 당장 이것부터 선택해보는 것은 어떨까. 어른 몸에 갇혀 아이의 모습으로 살 것인가, 내 몸에 맞는 책임감과 내적인 힘으로 살 것인지 말이다.

김은성 호남대 작업치료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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