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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IT과학칼럼] 새로운 양자시대로 도약

꽤 오래전이다. 영국 여행 중 주머니 속에 있던 20파운드 지폐를 꺼내 본 적이 있다. 다른 지폐와 마찬가지로 앞면에는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초상화가 있었다. 뒷면으로 넘기니 영국인이 사랑하는 최고 과학자 중 한 명인 마이클 패러데이의 얼굴이 있었다. 그는 1831년 자석을 이용해 전기를 만드는 실험을 통해 전자기유도 현상을 발견하였다. 지금 우리가 누리고 있는 정보통신 기술의 토대가 된 전자기학의 시작이라는 점에서 과학사에서 매우 의미 있는 발견으로 평가받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1960년대 대학에 전기전자공학과가 설치되면서 이에 관한 연구가 시작되었다. 1980년대 반도체와 통신산업이 발전하면서 본격적인 성장기에 들어서게 되었다. 패러데이가 전자기유도 현상을 발견한 시점을 기준으로 한다면 150년 후의 일이다. 한참 후발주자로 정보통신 기술 경쟁에 뛰어들다 보니 기초연구부터 단계를 밟아서는 빠르게 성장하기 어려운 구조였다. 그렇지만 선택과 집중 전략을 통해 상용기술에 집중하면서 세계 최고의 ICT 강국으로 성장하였다.

최근 전자기 시대를 넘어 양자기술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시작되고 있다. 1920년대 양자역학에 대한 코펜하겐 해석 이후 1990년대까지는 실험적 증명이 계속되었다. 이후 2000년대 들어 양자통신·센서·컴퓨터분야에 대한 대규모 연구개발이 본격화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2010년대 들어서며 이러한 분야에 대한 본격적인 연구개발에 돌입하였다. 그렇지만 아직 선도국과는 격차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우리에게는 전자기 시대 150년이라는 격차를 따라잡은 성공의 경험이 있다. 이와 비교할 때 10년이라는 양자기술의 격차는 그리 크지 않다. 우리가 잘 준비하고 과감하게 도전한다면 충분히 해볼만 하다. 세계 3번째로 양자암호통신 상용장비 개발과 중력센서 세계 최고기술 확보 등 이러한 가능성이 구체화되고 있다.

선진국과 양자기술의 격차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우선 핵심 기술을 빠르게 따라잡아야 한다. 양자 큐비트의 생성과 얽힘전송과 같은 기초기술에서 아직 세계적 수준과는 거리가 있다. 통신·센서 분야로의 응용 또한 서둘러야 한다. 기초 원천기술과 함께 양자통신·센서·컴퓨터와 같은 응용기술을 한데 모은 집중 연구를 통해 기술격차 극복에 속도를 붙여야 한다. 국가적 연구역량과 자원의 결집이 필요하다.

핵심 인재의 중요성은 양자기술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양자기술 박사급 인재는 400명이 되지 않는다. 기술 난이도가 높은 만큼 핵심 인재 양성은 기술경쟁력 확보의 선결과제다. 또한 양자기술을 타 산업에 확산시키기 위해서는 양자기술과 응용 영역의 지식을 함께 보유한 융합인재의 확보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통신과 반도체처럼 성숙된 제조공정을 갖춘 분야와 달리 양자를 구현하고 제작하기 위한 표준화된 방법과 공정기술이 없다. 그만큼 다양한 연구를 통해 최적의 방법과 공정기술을 찾아야 한다. 다양한 아이디어가 구현되는 것을 지원하는 연구 인프라로서 양자 전용팹 구축이 시급하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기술개발과 인재양성, 인프라가 톱니바퀴처럼 서로 맞물려 함께 움직여야만 빠르게 기술격차를 극복할 수 있다. 이를 종합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대규모 예산과 체계 마련이 필수적이다.

새로운 미래를 열어갈 양자 시대의 서막이 올랐다. 전자기 시대, 우리의 ICT의 도전과 성공의 경험을 발판 삼아 양자 시대의 진정한 주역이 되는 퀀텀 점프를 향해 힘을 모아야 할 때다.

전성배 정보통신기획평가원 원장

nbgk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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