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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U도 민감기술 제3국 투자 제동...사실상 中 타깃
역내 인프라·기업 3국 인수도 통제
정상회의서 ‘유럽경제안보전략’ 논의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왼쪽)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과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이 20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세인트 세임스 궁에서 열린 우크라이나 재건 회의 사전 리셉션에서 대화하고 있다. [AP]

유럽연합(EU)이 첨단반도체 등 민감한 기술을 보유한 역내 기업의 과도한 제3국 투자에 제동을 걸기로 했다. 군사용으로 전용될 가능성이 있는 제품군에 대해서는 수출 통제를 강화하고, 역내 중요 인프라 및 기업이 제3국에 인수되는 문제도 적극 대응한다.

20일(현지시간) EU 집행위원회는 주간 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유럽경제안보 전략 통신문을 채택했다고 밝혔다. EU가 포괄적인 경제안보전략 수립 추진을 공식화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통신문은 EU 집행위가 추진하려는 정책구상 방향을 담은 문서로, 법적 구속력은 없다. 일반적으로 통신문 채택을 시작으로 정책추진을 위해 필요한 논의 및 입법 작업이 본격화된다. 이번 유럽경제안보전략은 이달 말 열리는 EU 정상회의에서 구체적 논의가 이뤄질 예정이다.

이날 공개된 14장 분량의 통신문 중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민감한 기술 보유 기업의 해외 투자 규제를 시사한 대목으로, 집행위는 “회원국과 긴밀히 협력해 (EU 기업의) 해외 투자로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안보 위험을 조사할 것”이라며 각국 전문가로 구성된 협의체를 꾸릴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집행위는 민감한 기술로는 양자기술, 첨단 반도체, 인공지능(AI) 등을 예로 들며, 조사 결과를 토대로 “연말까지 새 이니셔티브를 제안하기 위해 해외투자와 연관된 안보 위험에 대응하기 위한 가능한 조처를 검토할 것”이라고 전했다. 관련 기술 혹은 제품을 보유한 역내 기업이 저렴한 인건비 등을 위해 제3국에 공장을 짓는 등의 투자 행위에 제동을 걸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군사용으로 전용 가능성이 있는 ‘이중용도’ 제품군의 해외 유출을 막기 위한 수출통제도 예고했다. 집행위는 통신문에 “이중용도 제품을 포함해 민감한 신흥기술이 유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 (회원국 간) 협력 강화가 요구된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기존에 있는 이중용도 관련 수출통제 규정을 완전히 이행하고, 그 효과성을 보장하기 위한 새로운 제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더불어 해외 기업이 EU 안에 있는 핵심 인프라나 기업을 무분별하게 인수하는 것을 막고자 외국인 직접 투자 심사를 강화하고, 경제안보 공급망 안정을 위한 제3국과 협력 강화 등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들 대책은 사실상 중국을 겨냥한 조치로 해석된다. 다만 통신문에 중국에 대한 직접 언급은 없었고, 대신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되고 기술 진전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특정 경제의 유입에 따라 발생하는 위험을 최소화하는 한편 경제적 개방성과 역동성을 최대 수준으로 유지하는 데 초점을 둔다”는 설명만 있었다.

앞서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지난 3월 방중을 앞두고 디리스킹(위험 제거)을 새로운 대중 정책으로 천명하면서 경제안보전략 발표를 예고한 바 있다. 당시 그는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중국과 관계를 단절하는 것은 실행이 가능하지도, 유럽의 이익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본다”며 “중국과 관계 분리가 아니라 위험 요소를 없애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중국에 대한 EU의 접근 방식을 두고 회원국 간 이견이 여전히 적지 않은 데다 복잡한 입법 절차를 고려하면 실제 세부 입법이 마련돼 시행되기 전까지는 다소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손미정 기자

balm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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