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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미일 공급망 공조강화...中 디리스킹 접근 필요”
냉전시대 같은 완전한 디커플링 희박
엔데믹 맞은 세계경제 동조화 가속
대중 의존도 낮추고 수출 다변화
우크라 전후 복구 참여기회 늘려야

김흥종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원장은 미·중 갈등을 “‘디커플링 ’으로 대변되는 세계 경제의 블록화, 지역화가 아니라 자국의 위험요인을 줄여가는 ‘디리스킹 ’측면에서 바라봐야 한다”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재편될 세계 경제 구도에서 인도·태평양 지역을 아우르는 ‘W-커브’를 강조했다. [KIEP 제공]

“미국과 중국 두 나라가 경쟁을 하면서도 자국에 위험이 되는 요소는 줄여 나가는 차원에서 현재의 세계 구도를 봐야 한다. 앞으로 1990년 이전 냉전 상황과 같은 완전한 ‘디커플링(decoupling)’이 재현될 가능성은 현실적으로 희박하다. 한국은 역내외 안정적인 공급망을 확보하기 위해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한·미·일 공조 체제를 공고히 해야 한다”

국책연구기관인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을 이끌고 있는 김흥종 원장은 최근 헤럴드경제와 만나 최근 격변기 세계경제 질서에 대한 대응 방안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김 원장은 “일각에서 중국과의 관계 악화를 우려하는 시각도 있지만, 미중 경쟁 구도에만 매몰되기 보다는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는 투자 격언처럼 위험을 분산시키는 디리스킹(de-risking)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공급망의 불안정을 줄이기 위해 한·미·일간 굉장히 긴밀하게 협력과 대화를 지속해야 정부와 기업의 예측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고 제언했다.

최근 미국과 중국의 갈등 구조로 세계 공급망이 분리되고 있는 ‘디커플링’에 대해 김 원장은 ‘디커플링’이라는 용어는 이미 자국의 이익을 저해하는 위험요인을 줄여 간다는 의미의 ‘디리스킹’이 대체했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미국은 중국이 레버리지(협상력)를 키우지 못하게 그 수단을 줄여 가는 차원에서 다분히 선별적으로 ‘디리스킹’ 전략을 구사해 갈 것”이라며 “1990년 이전 냉전 상황에서와 같은 완전한 ‘디커플링’이 재현될 가능성은 현실적으로 희박하다”고 강조했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최근 중국을 방문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봐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일각에서 제기하는 블록화, 지역화도 세계화의 흐름을 거스를 수 없다고 그는 강조했다. 그는 “세계화의 수준은 2005년 세계 경제가 ‘골디락스(goldilocks, 높은 경제성장을 이루고 있어도 물가가 상승하지 않는 이상적인 경제 상태) 시절과 비교해도 지금의 세계화 수준은 그보다 훨씬 더 높다”며 “탈세계화를 주장하는 것은 마치 (시속) 100㎞로 달리다가 뒤로 가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과 같아서 앞으로 진행하고(세계화가 진전되고) 있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김 원장에 따르면 지난 1990년 냉전 해체를 계기로 1단계에 진입한 세계화는 2001년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과 이후 세계의 공장으로 부상한 중국으로, 2단계에 진입했다.

현재는 아시아권이 부상하면서 세계화 지수가 크게 증가한 3단계로, 미국은 중국을 타깃으로 아시아권의 블록을 해체하고 있는 중이라고 김 원장은 분석했다.

김 원장은 “아메리카는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을 중심으로, 유럽은 EU를 중심으로 블록화가 진행됐다”면서 “한·중·일을 비롯해 아시아 지역 내부의 밸류 체인이 굉장이 잘 짜여지면서 아시아 블록을 미국이 인위적으로 해체하고 있는 것이 현재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현 세계 경제에 대한 진단에 이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후 이후 세계 경제의 변화 방향에 대해 김 원장은 “우호 진영의 지원을 받고 있는 양국 간 전쟁이 단기적으로 끝날 것 같지 않다”고 전제했다. 러시아는 패전할 경우 푸틴의 실각으로 이어질 수 있는 중차대한 전쟁이고,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유럽은 러시아의 서진(西進)을 묵인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고 그는 설명했다.

김 원장은 “러시아로서는 오데사를 비롯해 과거 러시아 영토를 회복해 흑해를 튀르키예와 양분할 때까지 전쟁을 끝내지 않을 것”이라며 “유럽도 이를 알고 있는 만큼 전쟁은 계속될 수 밖에 없다”고 했다. 이어 “양국이 협상 테이블에 앉더라도 서로가 생각하는 마지노선이 다르기 때문에 협상에도 시간이 오래 걸릴 수 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주변국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는 우크라이나 전쟁 전후 복구 사업과 관련해 김 원장은 “전쟁 복구 비용은 대략 한국의 1년 예산인 600조원 정도로 추산된다”며 “엄청난 재원을 쏟아 붓기 위해 국제사회가 이미 회의체를 가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올해 초에는 스위스에서 미국, 독일, 프랑스, 한국 등이 참여한 우크라이나 전후 재건사업 회의가 열렸고, 올해 하반기에는 다자개발은행 프로젝트 플라자가 예정돼 있다.한국 정부도 우크라이나에 대해 총 1억3000만달러의 신규 재정 지원을 하고, 유럽부흥개발은행(EBRD)이 주최하는 우크라이나 사업설명을 위한 특별 세션을 제안할 예정이다.

김 원장은 “(우리도) 우크라이나 전후 복구 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양자 채널이든 다자 채널이든 기회를 넓혀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김 원장은 팬데믹 이후 세계 경제의 ‘커플링(동조화)’ 현상에 주목했다.

그는 “코로나19 사태를 기점으로 비대면으로 생활방식이 바뀌고 디지털 기기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었다”며 “이를 기점으로 폰 판매 추이도 전 세계가 동조화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국제 유가가 요동친 것도 팬데믹과 함께 세계 경제의 동조화를 견인한 외부 충격이라고 말했다.

대표적인 사례로 유가의 급격한 상승으로 각국의 인프라나 대형 기계들이 에너지 절약형으로 전환되면서 대형 선박이 화력 기반에서 LNG 컨테이너선으로 교체되는 현상을 꼽았다.

김 원장은 “팬데믹으로 인해 스마트폰 뿐만 아니라 세계 경제의 사이클이 갑자기 다 통일이 돼버렸다”며 “한국 효자 수출 상품인 반도체도 국가별, 대륙별 수요곡선이 코로나를 기점으로 유사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중국 의존도를 줄이는 동시에 메모리 일변도의 반도체 수출 구조를 다변화해야 하는 것은 이미 십여년 전부터 나온 얘기”라며 “메모리 반도체로부터 얻는 수익에 안주하던 국내 기업들이 뒤늦게라도 비메모리, 시스템 반도체의 경쟁력 강화에 나서고 있는 만큼 민관이 같이 고민하고 해결방안을 마련해 신속히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태형 기자

th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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