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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시사] 대법원 친노조 판결, 민주당과 공동보조 취하나

김명수 대법원의 친노본색(親勞本色)이 다시 한 번 여실히 드러났다. 현대자동차가 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차 비정규직지회 소속 조합원 4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대법원은 15일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 난 1·2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부산고법으로 돌려보냈다. 파기환송은 대법원 3부 주심 노정희 대법관에 의해 주도됐다.

노 대법관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020년 7월 경기도지사로 재직할 당시 선거법 위반 여부에 대한 전원합의체 사건의 주심이었으며 무죄 판결을 주도했다.

그 후 2020년 11월 선거관리위원장에 취임했다. 유력 대선주자인 이재명 지사에게 유리한 판결을 낸 대법관이 대선 투표를 관리하는 선관위원장이 되는 게 적절하냐는 비판이 제기됐지만 거기까지였다.

파기환송심의 판결 요지는 “노조 내 역할, 쟁의 참여도, 손실 유발액 등을 따져 불법파업 참가자의 가해액을 ‘개인별’로 산정해 배상을 요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개인별 가해액 구분 산정’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파기환송심은 불가능한 것을 ‘지능적’으로 요구한 것이다. 파기환송심은 민법 제760조를 정면으로 부정하고 있다. 동조는 “수인(數人)이 공동의 불법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끼쳤지만 수인의 행위 중 누구의 행위가 손해로 연결됐는지를 알 수 없을 때 연대해 손해를 배상하라”는 것이다. 그리고 교사자나 방조자는 공동 행위자로 본다. 민법 760조는 경제를 떠받치는 ‘자연법’이다.

노정희 대법관은 과거에도 일부 판결에서 공동 불법행위자 사이의 책임비율을 달리할 수 있다고 판단한 바 있으며, 이번에 “노동쟁의 사안의 특수성을 고려해 예외적으로 ‘조합원 개별’로 책임의 정도를 산정해야 한다”고 판시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파기환송심은 큰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공동 불법행위자들의 책임을 개별적으로 판단하는 것은 대법원 설명대로 ‘예외적’인데 이번 판결로 앞으로는 노동쟁의 분야에서 조합원의 책임을 개별 입증하는 것이 ‘예외가 아닌 원칙’이 돼 버렸기 때문이다. 불법행위 피해의 입증 책임이 사측으로 넘어가면 불법행위는 크게 부추겨질 것이다.

피해 원상 회복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입증 책임 귀속’이다. 피해자에게 입증 책임을 지우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독극물을 뿌린 사람을 처벌하지 않고 ‘독극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게 하면 사회는 무한대의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 때 자리에 오른 좌파 대법관들은 임기 끝까지 ‘친노 판례’ 작성의 주구(呪具)가 되겠다는 결심을 한 듯하다.

파기환송심 판결의 파장이 큰 것은 더불어민주당이 밀어붙이는 ‘노란봉투법’ 입법 취지와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노란봉투법은 ‘노조활동으로 인한 손해배상 책임 범위는 귀책사유와 기여도에 따라 개별적으로 정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번 파기환송심 판결로 노란봉투법의 핵심 내용이 사실상 도입된 것이나 마찬가지 효력을 지닌다. 즉 ‘노란봉투법을 굳이 입법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이미 ‘판례’로 노란봉투법의 입법취지가 살려졌다는 것이다. 의도한 것은 아닐지라도 법원과 국회가 짬짜미로 정책을 공조한 것이다. 판례로 입법의 효과를 낸다면 삼권분립 정신은 여지없이 농락당하는 것이다. 대법원은 민주당의 요구에 따라 판례를 만드는 2중대로 전락할 수도 있다. 반대로 판례가 입법을 대신하면 국회는 무용지물이 된다.

불법행위로 상대방에게 손해를 끼치면 가해자는 피해자의 손해를 원상 회복시켜줘야 한다. 이것이 ‘정의의 원칙’이다. 따라서 이번 파기환송 판결은 정의에 반하는 것이다. 가담자가 많은 대형 불법 파업일수록 개별 불법행위를 피해자가 입증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생산라인을 멈춰 세워도 가해자가 배상에서 면책되면 경제는 붕괴된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

ra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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