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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민지의 현장에서] 행동주의펀드, DB하이텍 ‘파운드리 강화’ 길 터줘야

글로벌 패권전쟁 최전방에 있는 K-반도체의 생태계 강화 중요성이 커지는 가운데 굴지의 국내 반도체기업과 행동주의펀드 간 갈등이 심화되고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바로 DB하이텍과 KCGI다. KCGI는 지난 3월 DB하이텍 지분 7.05%를 인수하며 2대 주주로 올라섰다. 김준기 DB그룹 창업회장(지분 3.61%)보다도 3.44%포인트 많다.

행동주의펀드는 지분 인수 후 기업 지배구조 개선 및 주주 가치제고 등을 위해 경영에 적극 개입하는 펀드를 말한다. KCGI는 DB하이텍이 지난해 영업이익률 46%를 기록하는 등 우수한 성적을 내고 있지만, 그에 비해 기업가치가 저평가 됐다고 지적했다. 그 원인으로 후진적 거버넌스(지배구조)를 거론했다.

KCGI는 거버넌스 개선을 위한 대면 협의에 DB하이텍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다고 주장한다. 급기야 DB하이텍에 보낸 주주서한을 공개한 데 이어, 최근에는 회계장부 등의 열람을 요구하는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반면 DB하이텍은 원활한 협의를 위해 준비하고 있는 상태에서 KCGI가 느닷없이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는 입장이다.

문제는 이러한 분쟁 조짐이 주주가치 제고에 오히려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점이다. DB하이텍 주가는 지난 4월 KCGI의 지분매입 후 장중 8만3600원까지 반짝 치솟았지만 이후 하락세를 거듭하다 현재 6만원대에서 횡보 중이다. 최근 한 달 새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주가가 30% 이상 급등한 것과 대조되는 양상이다.

지지부진한 주가에 대해 일각에서는 경영권 분쟁 양상이 불안요소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안정적인 투자를 선호하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대거 떠났다는 것이다. KCGI 지분매입 이전 30%에 근접했던 DB하이텍 외국인 보유율은 18일 기준 18.9% 수준까지 떨어졌다.

주목할 점은 최근 시스템 반도체가 급부상하면서 팹리스(반도체 설계)와 파운드리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DB하이텍은 국내 반도체 기업 중 유일한 순수 파운드리 전문 업체다. 매출 기준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 10위권 내에 자리잡고 있다. DB하이텍은 최근 팹리스 사업부를 떼어내는 물적 분할을 통해 파운드리 경쟁력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고객들의 이해상충 문제를 해소하고, 순수 파운드리에 집중해 역량을 키우기 위해서다. 대만 파운드리 기업 UMC는 과거 설계사업부서를 미디어텍과 노바텍으로 분사하고 본업인 파운드리사업에 집중하며 사업규모를 10배 가까이 늘린 바 있다.

반도체를 둘러싼 글로벌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KCGI의 모습은 한국 반도체 경쟁력 제고에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 앞서 또다른 행동주의펀드(얼라인 파트너스)가 SM엔터테인먼트 인수 당시 주주가치 제고를 빌미로 주가를 올린 후 지분을 팔아치워 수십억원의 차익 실현으로 뭇매를 맞기도 했다. 행동주의펀드의 진정성 논란이 커지는 가운데, KCGI는 진정한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DB하이텍과 원만한 협의를 해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jakme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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