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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테슬라 충전방식 북미 표준될까? 車업계가 경계하는 이유는 [비즈360]
테슬라 ‘NACS’에 GM·포드 합류…스텔란티스도 저울질
국제전기차충전단체 “테슬라 슈퍼차저 아직 표준 아냐”
“회원제 골프장 사라지는 꼴…편의성 떨어질 듯” 비판도
서울 시내 한 건물에서 충전 중인 테슬라 모델. [연합]

[헤럴드경제=김지윤 기자] 미국의 대표 완성차 업체인 제너럴모터스(GM)와 포드가 잇달아 테슬라의 충전시스템을 채택하겠다고 밝히면서 북미 충전 시스템의 대세가 테슬라로 굳어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테슬라의 방식이 업계에 개방형 충전 생태계를 제공하지 않는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향후 테슬라의 방식이 표준이 될 경우 판매량 등에 타격을 입을 수 있는 만큼 현대차·기아 등 글로벌 완성차 업계는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미국 자동차 업계는 잇따라 테슬라식 전기차 충전 규격을 따르겠다고 발표했다. 테슬라는 업계에서 주로 쓰이는 ‘합동충전시스템(CCS)’ 대신 자체 규격인 ‘NACS’를 쓰고 있다. GM과 포드는 기존에 사용하던 CCS 대신 2025년부터 자신들이 제조하는 차량에 NACS 연결 포트를 기본으로 장착하겠다고 했다.

세계 4위 완성차 업체인 스텔란티스도 조만간 이 동맹에 합류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스텔란티스는 “NACS 표준을 지속 평가하고 있으며 앞으로 더 많은 논의를 기대하고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

전기차 충전소 운영업체들도 대세를 따라가는 분위기다. 미국 내 전기차 충전소 제조업체인 블링크차징, 차지포인트, 호주에 기반을 둔 트리티움 등도 자신들의 충전소에 CCS와 함께 NACS 연결 포트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스위스 충전기 제조업체 ABB의 미주법인도 NACS 커넥트를 제공하기로 하고 현재 설계와 테스트가 진행 중이라고 했다.

업계가 이처럼 테슬라의 표준을 따라가는 이유는 미국 내 전기차의 주류가 테슬라로 굳어졌기 때문이다. 올해 1분기 기준 미국 전기차 시장에서 테슬라의 점유율은 62.4%에 달했다. 충전방식을 통일하기로 한 GM과 포드까지 더한 3사의 합산 점유율은 74.6%다.

업계에서는 향후 테슬라와 포드, GM의 제휴로 NACS 방식이 미국 전기차 시장의 60%를 점유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동안 전기차 충전 시장은 국가별 혹은 제조사별로 다양한 규격이 존재해 왔다. 미국·유럽·한국의 경우 CCS를 주로 사용해 왔다. 반면 일본은 ‘차데모’, 중국은 ‘GB/T’를 사용했다. 가장 큰 전기차 시장 중 하나인 미국에서 그동안 대세로 여겨졌던 CCS 대신 테슬라가 밀던 NACS가 새로운 주류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현대 EV 스테이션 강동. [현대차 제공]

CCS는 1개 충전구로 완속·급속·비상 급속충전을 할 수 있고, 급속충전 속도가 빠른 것이 장점이다. 반면 무겁고 주파수 간섭이 발생할 경우 충전정보를 원활히 제공할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 NACS는 케이블이 짧고 가볍고, 플러그앤차지(Plug&Charge) 기능을 제공해 충전과 결제가 간편하다는 것이 특징이다.

각각 장단점이 있지만 업계에서는 테슬라의 간편 충전 시스템을 GM, 포드가 차별 없이 활용하려면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고객의 동선과 충전량 등 주요 데이터가 공유되는 부분에 있어 갈등이 생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CCS를 표준으로 활용해 오던 업계의 반대도 넘어야 할 산이다. 국제전기차충전기술협의체 차린(CharIN)은 테슬라의 전기차 충전 모델이 표준이 아니며, 업계에 개방형 충전 생태계를 제공하지도 않는다고 주장했다.

차린은 NACS 방식의 표준화 심사를 위한 테스크포스를 소집할 예정이다. 업계 전문가 심사를 포함해 이해관계자들이 참여해 표준화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주장이다. 현대차·기아를 비롯해 미국에서 CCS를 써왔던 폭스바겐, 리비안, BMW 등 완성차 업체들은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테슬라가 미국 정부의 보조금을 노리고 충전기를 개방했지만, 장기적으로 충전기가 모든 제조사에 공유되면서 테슬라 고객들의 불편을 초래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국내 전기차 충전 플랫폼 회사인 차지인(charzin)의 최영석 대표는 “이미 테슬라의 미국 점유율이 60%가 넘는 상황에서 지금도 줄을 서서 충전하는 곳이 많은데 다른 제조사의 전기차까지 온다면 고객 편의는 떨어지게 될 것”이라며 “마치 회원제 골프장과 같은 ‘슈퍼차저’가 퍼블릭 골프장으로 바뀌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jiy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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