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양형위원회 양형기준 수정 대상 선정
8월 전체회의에서 양형기준 수정 심의 진행
내년 4월까지 수정 후 공청회 등 거쳐 확정 전망
[헤럴드경제=안대용 기자] 기술 유출 범죄에 대한 양형기준 상향 논의가 본격화된다.
대검찰청과 특허청은 12일 열린 대법원 양형위원회 125차 회의에서 영업비밀 침해 범죄 등 기술 유출 범죄 양형기준이 정비 대상으로 선정됐다고 13일 밝혔다. 두 기관이 지난 4월 대법원 양형위원회에 제안한 ‘기술 유출 범죄 양형기준 정비 제안서’가 채택되면서 양형기준 상향 등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양형기준은 법관이 형사 재판에서 형량 및 집행유예 여부를 결정할 때 참고하는 기준이다. 원칙적으로 구속력은 없지만 법관이 양형기준을 이탈하는 경우 판결문에 양형이유를 적어야 하기 때문에 합리적 사유 없이 양형기준을 위반할 수는 없다.
국가정보원에 따르면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간 적발된 산업기술 해외유출 사건만 총 93건이고, 피해규모가 약 25조원으로 추산된다고 대검과 특허청은 설명했다. 적발되지 않은 사건까지 고려하면 기술 유출로 발생하는 경제적 피해는 더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법조계와 산업계에선 기술 유출 범죄로 인한 피해에 비해 처벌은 미흡하다는 지적이 이어져왔다. 대검과 특허청은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선고된 기술 유출 사건(부정경쟁방지법 18조 1항 및 산업기술보호법 36조를 위반한 기술 유출 사범)으로 법원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것은 445건 중 47건(10.6%)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대검 통계에 따르면 평균 징역 형량은 2018년 12.7월, 2019년 14.3월, 2020년 18.0월, 2021년 16.0월, 2022년 14.9월로 나타났다. 영업비밀 해외유출에 대한 법정형이 최대 징역 15년으로 규정된 점을 감안하면 실제 처벌 수위는 미약하다는 게 대검과 특허청의 설명이다.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오는 8월 8일 126차 전체회의에서 기술 유출 범죄를 비롯한 지식재산권범죄 양형기준 수정 심의를 진행하기로 했다. 대검과 특허청 등 관계 기관에서 제출한 의견을 검토하고 기술 유출 범죄 양형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고려해 양형기준을 수정한다는 방침이다. 지난 4월 출범한 9기 양형위원회의 상반기에 해당하는 내년 4월까지 지식재산권범죄 양형기준 수정 작업을 거친 후 양형기준안에 대한 공청회 등 의견수렴 절차를 거쳐 새 양형기준을 확정한다는 계획이다.
양형위원회는 스토킹범죄, 마약범죄, 동물학대범죄, 사기범죄, 전자금융거래법위반범죄, 성범죄 양형기준도 정비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