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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이 유기농, 포기합니다”…고물가 속 엄마 ‘한숨’ 계속되는 까닭 [푸드360]
과자를 먹고 있는 아이 모습(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없음) [photoAC]

[헤럴드경제=이정아 기자] “쌀로 빚은 ‘떡뻥(떡뻥튀기)’ 끊고, 이제는 홈런볼이나 칸쵸를 먹입니다.”

경기 하남시에서 36개월 된 아이를 키우고 있는 남민선(36) 씨는 더 이상 유기농 과자를 고집하지 않는다. 영유아 육아 커뮤니티에서 입소문이 난 유기농 우유인 ‘상하목장 팩 우유(125㎖·매일유업)’도 대용량으로 할인 판매할 때만 저렴하게 구매한다.

남씨는 “유기농이나 한우 같은 프리미엄 식재료만 사용해 아이 음식을 만들지 않는다”며 “두 돌이 지나 성인이 먹는 식재료를 먹일 수 있는 시기가 왔다는 점도 있지만, 그보다는 용량 대비 유기농 제품 가격이 올라도 너무 올랐다. ‘반강제적으로’ 유기농·무항생제 음식을 포기하게 됐다”고 말했다.

프리미엄 식재료로 채워졌던 ‘아이 밥상’의 빈도가 줄었다. 물가가 장기간 고공 행진하면서 벌어진 일이다. 5월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3%로 4개월 연속 하락세였지만, 먹거리 품목이 연달아 오르면서 물가 둔화를 소비자들이 체감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실제 5월 가공식품과 외식 부문의 세부 품목 112개 중 31개(27.7%)는 물가 상승률이 10%를 뛰어넘었다.

고물가 장기화로 아이를 위한 밥상이 바뀌고 있다(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없음). [월페이퍼 플레어]

유기농·무항생제 식단으로 꼽히는 친환경 상품 가격도 덩달아 올랐다. 코로나19 팬데믹이 발발한 2020년 초에만 해도 통밀 식빵 1봉(250g)은 3000원대로 구매가 가능했다. 하지만 이달 기준 통밀 식빵은 5000원대까지 가격이 올랐다. 12일 기준 서울 용산구 ‘용리단길’의 유명 베이커리에서 판매하는 통밀빵(100g)은 무려 7500원에 달한다.

경기 포천시에서 두 아이를 키우는 신재희(36) 씨도 “아이에게 좋은 것만 먹이고 싶은 게 부모의 마음”이라면서도 “저렴한 식재료로 얼마든지 영양가 있고 균형 잡힌 집밥을 만들 수 있다. 이제는 전체 식단의 10~20%만 유기농 재료를 쓸 정도로 빈도를 줄였다”고 설명했다.

신씨는 8일 오전 4만원 이상 구매 시 8000원을 할인해 준다는 이마트에브리데이 할인 행사에 ‘오픈런’으로 갔지만, 아무것도 사지 않고 돌아왔다고도 털어놨다. 그는 “(오프라인 마트에서) 프리미엄 브랜드의 딸기잼 500g 1통이 1만원에 달했다. 할인가를 고려해도 너무 비쌌다”고 했다. 이어 “지금 당장 꼭 사야 하는 상품이 아니면, 굳이 오프라인 마트에서 사지 않는다. 온라인 쇼핑에서 행사 상품 위주로 구매해야 비용면에서 훨씬 싸다”고 덧붙였다.

이렇다 보니 유기농 영유아식 사업을 확장했던 식품업계도 특정 세대만을 겨냥하지 않고, 가족세대 전체 소비자층을 포괄하는 식물성 제품 브랜드로 운영 전략을 바꾸고 있다. 대표적으로 2018년 베이비푸드 브랜드 ‘아이생각’을 통해 영유아식 사업을 시작한 롯데웰푸드(옛 롯데제과)는 지난해 이유식 시장에서 철수했다. 영유아기 인구가 감소하면서 가뜩이나 수요가 줄었는데 고물가로 소비자들이 가격에 민감해지면서 상품가까지 대놓고 올리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식품업계 관계자는 “친환경 유기농 식품 사업은 아이, 청소년, 시니어까지 모든 계층을 소비자로 포괄하기 위한 전략을 꾀하고 있다”며 “맞춤 영양, 건강 관리 등이 필요한 소비자를 위한 생애 주기별 맞춤 상품 브랜드로 변모하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ds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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