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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北 해커부대 5년간 가상화폐 4조 훔쳐
WSJ “작년에만 2조”...핵·미사일 개발 투입

북한의 해커부대가 지난 5년간 사이버 범죄를 통해 4조원에 가까운 가상화폐를 훔친 것으로 집계됐다. 해커부대가 벌어들인 자금이 북한의 핵실험과 탄도미사일 개발 지원에 투입됐다는 주장이 나와 주목된다.

1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블록체인 분석회사 체인애널리시스의 집계를 인용해 지난해 북한의 해커부대가 갈취한 가상화폐 규모가 16억5000만달러(약 2조1300억원)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지난 2021년 4억3000만달러에 비해 1년만에 약 4배가 증가한 것이다. 이를 포함해 북한 해커부대가 활동을 본격화한 지난 2018년부터 훔친 가상화폐 규모는 30억달러(약 3조8000억원) 이상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WSJ는 지난해 3월 가상화폐 기반의 비디오 게임사 스카이마비스에서 발생한 7700억원 규모의 가상자산 도난 사건을 언급하며, 전세계 가상화폐 인프라가 북한 해커들의 집중 타깃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알렉산더 라센 스카이마비스 최고운영책임자(COO)는 “도난 당한 자금의 규모를 보면 (북한 해커들이) 지금까지 이뤄온 것의 실존적 위협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미 정부 역시 북한 해커들에 의한 사이버 범죄 증가를 우려하고 있다. 앤 뉴버거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사이버·신기술 담당 부보좌관은 “지난 1년동안 가상화폐 인프라를 겨냥한 북한 해커들의 대규모 강도사건이 급증하고 있다”면서 “미 정부도 북한 해커부대에 대한 대응에 집중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 정부 관리들은 현재 전세계에서 활동하는 북한의 IT 관련 인력이 수천명에 달하고, 이들 대부분이 사이버 범죄 활동에 가담하고 있다고 밝혔다.

북한 해커부대는 타깃으로 삼은 기업에 위장 취업을 하고, 사내 서버를 악성프로그램에 감염시켜 방어벽을 허무는 방식으로 범죄를 저지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닉 칼근 전 미 연방수사국(FBI) 분석가는 “이러한 가짜 IT 인력을 가려내 퇴출시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목했다.

북한의 해커부대가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속에서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의 자금줄 역할을 하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뉴버거 부보좌관은 북한의 탄도미사일 개발에 투입되는 외화 자금의 약 50%가 북한의 사이버 작전에 의해 공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북한의 해커부대가 대규모 가상화폐 공격을 시작한 지난 2018년 이후 북한의 미사일 발사 시도와 성공사례가 급증했는데, 이것이 해커부대가 벌어들인 자금과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 국제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제임스 마틴 비확산연구센터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시도 성공 사례는 42건이 넘는다.

최근 북한의 사이버 범죄는 더욱 정교해지고, 동시에 가상화폐 등을 훔치는 데 집중되는 것으로 파악된다. 뉴버거 부보좌관은 “대부분의 국가 주도 사이버 프로그램은 지정학적 목적을 위한 스파이 활동이나 공격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북한은 국제 제재를 피한 절도 행위가 중심”이라고 설명했다. 손미정 기자

balm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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