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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 아이 취직 좀” 다 큰 아들딸은 뭐하고…엄빠들은 ‘면접 중’
팬데믹(대유행) 이후 부모에 대한 젊은 자녀들의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구직활동이나 직장생활에 부모가 개입하는 이른바 ‘헬리콥터 육아’가 극성을 부리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전했다. [로이터]

[헤럴드경제=손미정 기자] “지원자보다 부모가 먼저 문을 열고 들어오는 일까지 있어요.”

미 버몬트 제퍼슨빌에 위치한 호텔인 스머글러스 노치 리조트의 인사담당자 맥도웰은 여름을 맞아 직원을 신규 채용하면서 평소와 다른 경험을 하고 있다고 했다. 자녀를 ‘취직’시키기 위한 부모들의 연락이 쏟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그는 면접 자리에도 부모들이 동행하는 것을 자주 목격했다면서 “누가 인터뷰하러 온 사람인지 모를 정도”라고 말했다.

최근 미국에서는 자녀의 일거수일투족을 따라다니며 개입하는 이른바 ‘헬리콥터 부모’가 이슈로 부상하고 있다. 과거 헬리콥터 부모들이 주로 자녀의 학교를 찾아가는 등에 머물렀다면, 이제는 직접 자녀의 취업을 위해 발로 뛰거나 자녀의 직장까지 찾아와 자녀의 ‘애로사항’들을 해결하려는 부모들까지 나타나고 있는 형국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직장에 헬리콥터 부모들이 나타나고 있다”는 제하의 기사를 통해 자녀의 앞길이 불안한 부모들이 취업 지원서 작성에서부터 면접까지 동행하고 있으며, 심지어 업무 도중 발생하는 갈등을 중재하기 위해 직장을 찾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22세 로비 윌리엄스 씨는 WSJ와 인터뷰에서 10대 때 일하던 가게에서 손님의 휴대폰을 떨어트린 후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어머니를 부른 적이 있다면서 “당시 어머니에게 너무 고마웠다. 당신이 10대라면 부모님은 당신의 최고의 편이 되어줄 것”이라고 말했다.

WSJ은 최근 자녀의 직장까지 따라와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는 부모들이 목격되고 있다고 전했다. 사진은 기사내용과 무관 [로이터]

하지만 인사 담당자들은 취업에서부터 직장에 이르는 자녀의 사회생활에 있어 부모들의 개입이 부적절하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부모의 지나친 참견이 자녀로부터 하여금 타인에 대한 의존도를 높이고, 동시에 동기부여의 기회 마저도 뺐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케이트 게보 유나이티드 항공의 인사 담당 전무는 “최근 부모들이 자녀들의 이력서를 대신 보내는 경우가 많다”면서 “하지만 취업을 하는데 있어서 관심을 가져야하는 것은 부모가 아니라 자녀들”이라고 꼬집었다.

자녀의 급여를 올려달라며 따져묻는 부모도 있다. 맥도웰은 최근 10대인 한 구조대원의 어머니가 자신에게 연락해 “아들은 더 많은 임금 인상을 받을 자격이 있다”고 주장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자녀의 직장생활까지 개입하는 부모들이 늘고 있는 데는 팬데믹(전염병의 대유행)의 영향이 적지 않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했다. 팬데믹 기간동안 독립생활을 청산하고 부모와 함께 생활하는 젊은이들이 늘어났고, 동시에 사회적인 상호작용의 기회까지 줄어들면서 부모들에게 의존하는 경향이 증가했다는 지적이다. 실제 미 인구조사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8세에서 24세사이 미 성인의 절반 이상이 부모의 집에 함께 머무는 것으로 집계됐다.

취업 컨설턴트인 샤나 레이크는 “헬리콥터 육아는 수십 년간 존재했지만, 최근 원격 근무 증가 등과 맞물리며 더욱 심해지는 경향이 있다”면서 “많은 구직자들이 급여 등을 논의할 때 부모를 언급하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말했다.

balm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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