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 수도 아바나 모습 [AFP]

[헤럴드경제=김우영 기자] 중국이 미국의 턱밑인 쿠바에 도청기지를 건설하려 한다는 언론 보도가 나왔다. 쿠바는 물론 미국도 일단 부인하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8일(현지시간) 정보에 정통한 미국 관리의 말을 인용, 중국이 쿠바에 도청기지를 세우는 대가로 수십억달러를 제공하는 비밀협약을 맺었다고 보도했다.

쿠바는 미국 플로리다주에서 불과 약 160㎞(100마일) 떨어져 있다. WSJ은 만약 쿠바에 도청 기지가 들어설 경우 중국 정보기관은 군사 기지가 대거 몰려 있는 미 남동부 전역의 전자 통신을 수집하고 미국 선박의 통행도 감시할 수 있다고 전했다.

소식통들은 다만 도청 기지 예정지나 실제 건설에 착수했는지 등의 세부 정보는 공개하기를 거부했다고 신문은 보도했다.

쿠바 측은 즉각 보도를 부인했다. 카를로스 페르난데스 데 코시오 쿠바 외교부 차관은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 “(해당 보도는) 완전히 거짓이고 근거가 없다”며 “우리에 대한 금수조치와 봉쇄를 정당화하려는 기만”이라고 비판했다.

미국도 ‘부정확한 보도’라고 일축했다.

패트릭 라이더 미 국방부 대변인은 “우리는 중국과 쿠바가 새로운 형태의 스파이 기지를 개발하고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고 로이터통신은 보도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 역시 MSNBC와 인터뷰에서 “보도를 봤지만 정확하지 않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구체적으로 무엇이 잘못됐는지, 어떤 점이 부정확한지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은 채 “내가 말할 수 있는 건 바이든 행정부는 전세계, 특히 서반구에 중국의 영향력이 퍼지는 것을 우려해왔으며 이를 매우 면밀히 지켜보고 있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당사국의 부인에도 전문가들은 미국이 남중국해 및 대만 해협에서 군사·정보 활동을 하고 있단 이유로 중국이 쿠바에 기지 건설을 정당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싱크탱크 민주주의수호재단(FDD)의 선임 연구원 크레이그 싱글턴은 “쿠바 내 도청 시설은 중국이 미국의 뒷마당에서도 똑같이 행동할 준비가 돼 있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기지 설립은 중국의 광범위한 국방 전략이 새로운 단계로 나아가는 신호이자, 일종의 ‘게임 체인저’”라며 “쿠바를 선택한 건 의도적인 도발”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