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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국은 왜 사우디를 다시 끌어 안는걸까? [세모금]
7일(현지시간)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이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열린 미·걸프협력회의(GCC) 장관급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AP]

[헤럴드경제=손미정 기자] 미국이 중동의 맹주인 사우디아라비아와의 관계 개선에 공을 들이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가 후원하는 LIV 골프가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와 합병을 결정한데 이어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과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 등 미국 최고위급 인사들이 잇따라 사우디 방문길에 올랐다. 중동 내 중국의 세력 확장을 견제하는 동시에 역내 미국의 영향력을 회복해 유가 안정화 등을 꾀하려는 의도로 보여진다.

지난 6일(현지시간) 사우디에 도착한 블링컨 장관은 제다에서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와 회담하고, 양국 관계의 가장 민감한 이슈 중 하나인 ‘인권 문제’에 대해 “허심탄회하고 솔직하게 논의했다”고 미 국무부가 밝혔다.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두 사람의 회담에 대해 “인권 문제의 진전으로 양국 관계가 강화했다”고 전했다.

이튿날인 7일 블링컨 장관은 미·걸프협력회의(GCC) 장관급 회의에 참석해 미국은 중동을 떠나지 않았다면서 “우리는 여러분과 협력 관계를 맺는데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7일(현지시간)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왼쪽)과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 왕세자가 회담을 하고 있다. [AFP]

미 정부 관리들은 블링컨 장관의 이번 사우디 방문의 가장 큰 목적 중 하나가 미국이 중동 지역의 안보를 지킬 가장 강력한 국가임을 재확인하는 데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과 사우디 간의 긴장을 틈탄 중국의 세력 확장을 차단하는 것이 방문의 핵심이라는 해석이다.

최근 중국은 사우디와 이란의 관계 정상화를 중재하며 중동 정세 재편의 중심에 서는 한편, 사우디 원유의 최대 수입국이자 동시에 최대 무역 상대국으로서 경제적 측면에서도 역내 존재감을 높이고 있다. 다니엘 베나임 국무부 부차관보는 블링컨 장관의 사우디 방문과 관련해 “우리(미국)는 중동에서 다른 경쟁자들이 채워야할 공백을 남기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미국과 사우디의 관계는 지난 2018년 사우디 출신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가 살해된 것과 관련, 미국이 빈살만 왕세자를 배후로 지목하며 급속도로 냉각됐다. 당시 조 바이든 대통령은 사우디를 국제사회의 ‘왕따’로 만들겠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여기에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치솟는 유가를 안정화시키기 위한 미국의 노력을 사우디가 ‘무시’하면서 양국 간 긴장은 한층 더 고조됐다. 지난해 7월 바이든 대통령이 직접 사우디를 찾아 유가 문제 해결에 나섰지만 결국 증산 약속을 받지 못했고, 이후 10월 사우디 주도의 OPEC+는 대규모 감산을 발표했다. 당시 미국은 “이기적이고 잘못된 결정”이라며 거세게 비판했다.

사우디와의 관계 회복 노력을 바탕으로 미국이 추구하는 궁극적 목표로는 유가 안정화와 사우디·이스라엘의 관계 정상화 등이 지목된다. 실제 미국은 지난 4월 OPEC+의 대규모 추가 감산 기습 발표에도 과거와 같은 날선 비판을 삼가는 대신 “80년 전략 파트너”라며 협력을 강조했다. 결국 유가 문제를 풀어내기 위해서는 사우디의 협력이 필수불가결하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2월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를 방문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을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 왕세자가 환대하고 있다. [로이터]

여기에 미국은 이란을 견제하기 위해 사우디와 이스라엘 간 관계 개선에도 공을 들여 왔다. 이스라엘은 트럼프 행정부 시절인 지난 2020년 미국의 중재로 아랍에미리트, 바레인, 모로코 등과 아브라함 협약을 맺고 관계를 정상화한 바 있다. 블링컨 장관은 이번 사우디 방문에서 사우디의 협약 가입 가능성을 논의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적극적인 ‘러브콜’을 계기로 미국과 사우디가 예전과 같은 원유와 안보를 중심으로 상호의존적 관계를 회복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사우디 원유에 대한 미국의 의존도가 과거만큼 높지 않고, 반대로 사우디의 입장에서는 미국의 안보 공백을 메워줄 대체국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고리 가우스 텍사스 A&M대학 국제관계학 교수는 “냉전 이후 사우디는 선택의 여지가 많아졌다”면서 “사우디는 미국의 다극시대가 기본적으로 끝났다는 것을 기본적으로 이해하고 있다. 그들은 다른 선택지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사우디와 이스라엘 관계 정상화 역시 단기간에 이뤄내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걸프 국가의 한 관리는 “사우디 살만 국왕이 살아있고, 우파 성향의 네타냐후 정부가 집권하는 한 정상화는 어려울 것”이라고 관측했다.

반면 미국의 노력이 양국 관계 회복이라는 결실로 이어질 것이란 긍정적 전망도 있다. 중국과 걸프만 국가의 관계를 연구해온 조너선 풀턴 박사는 로이터에 “사우디·중국과의 관계는 사우디·미국 관계만큼의 깊이가 없다“며 “미·사우디 관계는 전략적인데 반해 중·사우디 관계는 거래적이라고 본다”고 분석했다.

balm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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