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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카호우카 댐 붕괴로 원전도 위기…젤렌스키 “영토수복 영향 없다”[헤르손댐 붕괴]
최대 4만여명 이재민 발생 우려
“자포리자 원전 당장은 안전…냉각수 부족은 우려”
우크라, “러 소행, 환경테러”…러 “상식 어긋나”
우크라이나 헤르손 지역 주민들이 카호우카 댐 폭발로 발생한 홍수를 피해 대피하고 있다. [AP]

[헤럴드경제=원호연 기자]우크라이나 남부 헤르손주 카호우카댐이 파괴되면서 최대 4만 여 명의 이재민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자포리자 원전의 안전 문제는 물론이고 남부 우크라이나주 일대의 민간인과 환경 피해까지 우려되면서 댐 파괴는 광범위한 결과를 초래할 것으로 보인다. 댐 파괴 배후를 놓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상호 공방을 벌이는 가운데 미국은 아직 배후를 알 수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워싱턴포스트(WP) 등 외신에 따르면 6일(현지시간) 카호우카댐이 폭발로 붕괴되면서 드니프로 하류 지역의 1300여명이 대피하고 1335채의 주택이 침수됐다고 헤르손 지역 군사행정 책임자 올렉산드르 프로쿠딘이 밝혔다.

이 지역 수력 발전 회사의 이호르 시로타 대표는 카호우카댐 파괴로 인한 우크라이나 남부 지역의 홍수는 7일 아침 최고조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후 이틀 내에 수위가 내려가 10일이 지나서야 도심지에서 물이 모두 빠질 예정이다.

15개월이 넘는 긴 전쟁 기간 헤르손 지역을 떠나지 않고 지켰던 우크라이나 주민들은 이제 홍수로 인한 이재민이 돼 고향을 떠나야 하는 처지가 됐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강 하류 주민 4만여명이 홍수를 피해 집을 떠나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중 약 2만5000명은 러시아가 점령한 지역에 거주하고 있다.

미콜라이우에서는 헤르손 지역에서 탈출하는 주민들을 실어나르기 위해 비상열차가 출발했다. 이재민들을 지원하기 위해 국제 인도주의 단체들도 속속 도착하고 있다. 그러나 주민들이 대피하는 동안에도 러시아 군이 헤르손 지역을 포격하고 있어 심각한 위협을 느끼는 형편이다. 수위가 빠르게 상승하면서 지표면 가까이 매설된 지뢰가 유실되면서 의도치 않은 폭발사고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이번 댐 붕괴로 우크라이나 남부의 농업지역이 황폐화되고 오염 물질이 수로로 흘러들면서 강 유역의 생태계를 파괴할 것이라고 환경 전문가들은 우려하고 있다. 그 결과 세계 최대 곡창지대 중 하나인 우크라이나의 농업에 영향을 미치고 이는 전세계 곡물 가격 상승을 부추길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우크라이나 자포리자 원전의 6일 위성사진 [AFP]

그러나 이번 댐 폭발로 가장 크게 우려되는 것은 역시 자포리자 원자력 발전소의 안전이다. 현재 러시아가 점령하고 있는 자포리자 원전은 드니프로 강과 연결된 저수지에서 6기의 원자력 냉각에 필요한 물을 공급받고 있다. 댐이 무너지고 저수지에 담겨 있던 물이 하류로 빠르게 흘러가면서 저수지 수위가 빠르게 내려가는 중이다.

전쟁 전 원전을 운영해 온 우크라이나 에네르고아톰의 페트로 코틴 사장은 “12년 동안 사용후핵연료 냉각 연못에서 물을 순환할 수 있는 만큼 당장 큰 위험은 없다”면서도 “러시아 점령군이 원자로를 재가동하면 추가 열로 인해 냉각수가 더 빨리 증발하고 연못의 수위가 떨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 역시 “냉각수가 장기간 보충되지 않으면 상황이 극도로 위험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라파엘 마리아노 그로시 IAEA 사무총장은 성명서에서 “냉각 연못이 손상되지 않은 채로 남아 있는 것이 중요하다”며 “그것을 훼손하려는 어떤 시도도 하지 않도록 양측에 촉구한다”고 밝혔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러시아가 카호우카 댐을 고의적으로 파괴했다고 비난하며 “러시아가 ‘환경폭탄’을 터뜨리는 테러 행위를 저질렀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댐이 터졌지만, 우리가 영토를 수복하는 데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점령지 여러 곳에서 반격에 나선 가운데 벌어져 러시아가 댐 파괴로 맞불을 놓은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됐다. 그러나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의 의도와 관계 없이 영토 수복을 위한 공세를 이어 나가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셈이다.

우크라이나 외무부는 러시아에 대한 새로운 제재를 논의해야 할 때라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긴급회의 소집을 공식 요청했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사무총장은 “카호우카 댐 파괴는 수천 명의 민간인을 위험에 빠뜨리고 심각한 환경 파괴를 유발한다”며 “이는 러시아가 벌이는 우크라이나 전쟁의 잔혹성을 다시금 보여주는 잔인무도한 행위”라고 비판했다. 호세프 보렐 유럽연합(EU) 외교·안보 고위대표도 성명에서 “이번 공격은 새로운 차원의 러시아 만행을 보여준다”며 “모든 지휘관이 책임을 져야 하는 국제인도법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러시아가 댐 파괴에 책임이 있다는 보도를 봤다”면서도 “현시점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결론 낼 수 없다”며 유보적인 태도를 보였다.

한편 드리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크렘린 대변인은 댐 파괴의 배후로 우크라이나 군을 지목하며 “환경에 매우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사보타주 공격”이라고 비난했다. 러시아 수사위원회는 자체적으로 진상조사에 착수했다. 바실레 네벤지아 유엔 주재 러시아 대사는 “러시아가 카호우카 댐 파괴에 연루됐다는 주장은 상식에 어긋난다”며 러시아가 유엔 안보리 회의를 소집할 것이라고 말했다.

why3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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