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인구 줄고 있는데…주택 공급만 늘리면 중국의 유령도시 될 것” [부동산360]
김준형 명지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 인터뷰
“주택 공급만이 능사 아냐…수요 예측 위한 대기자 명부 도입해야”
“주거 문제, 양 넘어 질·가격·입지 초점 맞춰야”
“인구 감소 예상…대기자 명부 운영 도입해야”
“정치적 인기 없어도 주거문제 확인 가능해져”
“중앙집권 시스템 탈피해야…지자체 연계 필요”
“도시화 과정의 주택정책 1기는 떠나보낼 때”
중국 최대의 유령도시로 꼽히는 네이멍구 오르도스(鄂爾多斯 어얼둬쓰)'의 모습. 김준형 명지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인구 감소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공급 중심의 주택 정책을 펼치면 이같은 유령 도시가 양산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도농주택개발부 자료]

[헤럴드경제=고은결 기자] “뭔가 이슈가 터지면 그때그때 주택 몇만호를 짓겠다, 이런 식으로는 더 이상 안됩니다.”

그동안 철저히 공급 중심으로 이뤄진 국내 주택정책을 수요자 중심으로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이를 위한 수단으로는 해외에서 활용되는 ‘대기자 명부’ 도입 등이 거론됐다. 지난 1일 헤럴드경제와 만난 김준형 명지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양질의 주택을 부담 가능한 가격대 내에서 수요자가 원하는 생활권 내에서 입주시키려는 계획이 주거 정책의 핵심이 돼야 한다”며 “그러나 우리는 과거 주택 보급률 달성을 위해 해오던 것을 이후에도 반복하고 있다. 가령 저소득층 주거 문제가 이슈가 되면 ‘공공임대주택 몇만호 더 짓겠다’라며 해결하려는 식”이라고 말했다.

임기 내 전국 270만호 주택 공급을 목표로 내건 현 정부의 주택 정책과 관련해서는 “국민주거안정방안을 발표하며 ‘가격 안정’이 아니라 ‘주거 안정’이라고 설명해 환영했지만, 아직도 각론은 부족한 것 같다”며 “양(보급률)을 넘어 질, 가격, 입지와 관련한 주거 문제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평가했다. 이어 “다른 나라 사례를 보면 어느 정도 선진국 반열에 오르면 국가가 주도해서 공급 이슈로 문제를 대응하는 그런 상황은 없다”고 덧붙였다.

나아가 김 교수는 수요 기반 공급을 실현하기 위한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거 문제 해결을 위해선 정치적 계산을 배제하고 장기적 접근을 지향해야 한단 것이다. 김 교수는 “중앙정부의 거대 물량 공급 계획은 주택 공급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했을 시기에 좋은 것”이라며 “중장기적으로 인구 감소가 예측되는데 공급만 늘리는 것은 중국 등에서 볼 수 있는 유령도시를 만들 가능성도 있다. 청년, 사회 초년생 입장에서 보면 근로 기회가 있는 도심과 떨어진 외곽 택지개발사업으로 주거를 확충하는 것은 그리 좋은 계획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외곽 택지 개발을 위해 수많은 기반시설 등 비용 투자는 이뤄지는 반면 도심 재개발 활력은 떨어지고, 주택 가격은 비싸지는 상황을 끊어내는 게 필요한 시점”이라고 했다.

김준형 명지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 [김준형 명지대 교수 제공]

김 교수는 “예컨대 공공임대주택의 경우, LH가 택지개발사업을 통해 공급하고 모집 신청을 할 때 입주자가 덜 모이면 1·2순위에 이어 비적격자에게까지 순서가 돌아간다. 이런 방식을 통해선 저소득층의 주택 수요가 사라지지 않는다”라며 “반면 외국에서는 임대주택 공급 신청자의 수요를 확인해 대기자 명부를 등록하고, 선호하는 입지와 주택 유형 등에 기반해 공급을 추진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미국, 영국, 호주, 프랑스 등 공공임대주택제도가 있는 대부분 나라는 대기자 명부를 운영한다”며 “반면 우리나라는 중앙정부 주도의 물량 중심 시스템을 그대로 가져가고 있다. 국내 임대주택 정책이 각 정권의 정치적 산물로서 통일성이 없는 것도 문제”라고 했다.

그러면서 “국내에서 대기자 명부를 도입하면 30~40년의 대기 기간이 나와 국가 입장에서는 엄청난 부담이 되고, 정치적으로는 인기가 없겠지만 그럼에도 수요자의 필요가 있다면 해야 한다”며 “대기자 명부를 운영하는 순간, 해결해야 할 주거 문제의 규모를 확인할 수 있다. 해외에서는 대기 기간을 어떻게 줄일지가 주택 정책의 중요한 목표가 됐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중앙집권적인 주택문제 해결 방식에 대해서도 기존 시스템을 탈피해 부처, 지자체 간 협조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김 교수는 “전국적으로 공공임대주택을 짓고 모든 지역에 동일한 입주 기준을 적용하는 것은 가장 쉬운 방식”이라며 “반면 영국의 경우, 런던의 수많은 구 단위에서 공공임대주택 대기자 명부를 어떻게 운영하고 우선순위를 선정할지 매년 계획을 수립한다. 민감하게 제도를 운용할 수 있는 유연성을 가질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우리나라는 인근 지자체와의 연계가 잘되지 않는다. 서울 주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경기, 인천과의 협조가 필요할 수 있는데 시도 간 협조가 잘되지 않고 있다”며 “광역적 접근성이 양호한 인근 지역을 통해 주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접근도 필요한데, 이런 논의는 방치돼 있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또, “정치색보다도 중앙집권적 구조가 주거문제의 현명한 해결을 가로막고 있다. 시도 단위에서 주거문제와 관련해 정부 기금을 쓸 수 있다면 더 적극 나설 것”이라며 “주거 해결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는 것을 부처 예산 사업으로 해결하려는 경우도 있는데 더 효율적으로 쓸 방법도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마지막으로 “지난 30년간 주택 공급이 부족해 도시화 과정에서 필요했던 기존의 주택정책 1기는 이제 떠나보내고, 다음 단계로 나아가야 한다”고 전했다. 자세한 이야기는 오는 15일 오후 1시 30분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에서 열리는 ‘헤럴드 금융·부동산포럼 2023’에서 들을 수 있다. 김준형 교수는 이 자리에서 ‘10년의 골든타임, 새롭게 짜는 부동산 정책을 위한 제언’에 대해 발표한다.

keg@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