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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가도 규제도 초월...전기차 배터리의 ‘프레너미’ [이슈&뷰]
머스크, 중국 방문 CATL과 회동
포드도 CATL 기술 美 우회진출
혼다-LG엔솔, 美에 배터리 합작
완성차업계 공급망 다변화 가속
지난달 30일 쩡위친(왼쪽) CATL 회장과 일론 머스크 테슬라 회장이 중국에서 회동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트위터]

자동차 시장의 패러다임이 내연기관에서 전기차로 빠르게 전환되며 글로벌 완성차, 배터리 업계의 합종연횡이 거세지고 있다. 기존 거래선 대신 국경을 초월한 새로운 협력 관계를 맺기도 하고, 적과의 동침도 서슴지 않는 분위기다. 영원한 적도 아군도 사라진 무한 경쟁의 시대가 열렸다는 분석이다. ▶관련기사 3면

5일 업계에 따르면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중국을 방문해 세계 1위 배터리 회사인 CATL의 쩡위췬 회장을 만났다. 업계에서는 머스크가 CATL과 합작해 미국에 배터리 공장을 짓는 방안을 논의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CATL은 국내 배터리 회사들이 주력하고 있는 삼원계 NCM(니켈·코발트·망간) 배터리보다 생산비가 낮은 LFP(리튬·인산·철)를 주로 생산해 왔다. 테슬라는 현재 미국에서 ‘모델Y’와 ‘모델3’의 일부 차종에 CATL의 배터리를 공급받아 쓰고 있는데, 이 차종들은 배터리가 중국에서 생산됐다는 이유로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상 보조금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이에 테슬라는 CATL과 미국에 우회 진출하는 방법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미국 포드 역시 CATL과 미시간주에 합작공장(35GWh) 건설을 발표하면서, 중국에 대한 미국 내 반발 여론을 의식해 통상적인 합작과는 다른 형태로 공장을 짓겠다고 했다. 공장 지분은 100% 포드가 소유하고 CATL은 기술만 제공하는 방식이다. CATL의 배터리 기술력을 확보하면서도, 미 정부의 IRA 전기차 보조금 혜택을 받기 위한 ‘묘수’로 풀이된다.

배터리 공급망에서 중국 등 특정국의 과도한 의존도를 줄이자는 취지에서 IRA가 발효됐지만, 완성차 업체 입장에서는 막대한 공급력을 가진 중국을 외면하는 것이 사실상 쉽지 않은 셈이다. 포드는 SK온과도 미국에 대규모 공장(총 129GWh)을 건설 중인데, 고품질의 NCM 배터리는 SK온을 통해, 저가형 LFP는 CATL을 통해 확보, 라인업의 다변화를 꾀할 것으로 전망된다.

테슬라와 포드 외에도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배터리 공급망 다변화에 사활을 걸고 있다. 주력 공급사와 독점적인 관계를 맺던 과거와는 패턴이 달라졌다. 배터리는 전기차 원가의 40~50%를 차지하는 핵심 부품인 만큼, 배터리 공급망을 장악하지 못할 경우 경쟁에서 살아남기 어렵다는 위기의식이 깔려있다.

올해 1월 발표된 LG에너지솔루션과 일본 혼다의 미국 배터리 합작법인 ‘L-H 배터리 컴퍼니’(가칭) 설립 역시 같은 맥락이다. 당시 업계에서는 혼다가 파나소닉 등 굵직한 자국 배터리 기업을 두고 한국 기업에 먼저 러브콜을 보낸 것은 ‘이례적인 결정’이라고 평가했다.

혼다는 일본 완성차 업체 중 가장 공격적으로 전기차 전환을 추진하는 기업으로 꼽힌다. 2030년까지 전동화 전환에 총 48조원을 투자해 30개의 전기차 모델을 출시하고, 연 200만대 이상을 생산한다는 구상이다.

미국 시장 공략을 위해선 해외 공장 건설 경험이 풍부한 LG에너지솔루션과 합작공장을 짓는 것이 가장 유리하다고 판단했다는 분석이다. 합작공장은 오하이오주에 2025년 말 양산을 목표로 연간 40GWh 규모로 지어진다. 특히 생산된 배터리는 북미 혼다 공장에 독점적으로 공급된다.

제너럴모터스(GM)도 공급망 다변화에 집중하고 있다. GM은 LG에너지솔루션과 일찍이 협력관계를 맺고, 미국 내 총 3개의 공장(145GWh)을 건설해 왔다. LG에너지솔루션과 4공장에 대한 논의도 벌였었지만, 최종적으로 4공장의 파트너로는 삼성SDI를 택했다. 인디애나주에 2026년 양산을 목표로 30GWh 규모의 공장을 건설하겠다고 지난 4월 발표했다. 업계에서는 GM이 공급 탄력성과 제품 포트폴리오 다변화, 가격 경쟁력 등을 위해 삼성SDI를 새 파트너로 선택했다고 봤다.

현대차그룹도 LG에너지솔루션(30GWh), SK온(35GWh)과 각각 2025년 하반기 가동을 목표로 미국 조지아주에 2개의 공장을 짓기로 했다. 현대차그룹은 중저가 모델에 중국산 배터리를 탑재하는 전략도 동시에 구사하고 있다. 지난 4월 출시된 현대차 ‘디 올 뉴 코나 일렉트릭’에는 CATL의 배터리가 탑재됐다. 스텔란티스도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와 각각 캐나다 온타리오주(45GWh), 미국 인디애나주(33GWh)에 합작공장을 건설 중이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공격적인 증설에도 완성차 업체들이 전기차 판매 목표를 지속 상향하고 있는 상황이라 배터리 공급 부족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차·기아는 2030년 각각 200만대, 160만대를 판매한다는 목표를 최근 세웠다. 지난해 3월 제시한 목표치보다 각각 13만대, 40만대 목표를 높여 잡았다.

스텔란티스는 현재 23종의 전기차를 2024년까지 47종까지 확대한다. 2030년에는 이를 75종까지 확대하고, 500만대의 전기차를 판매할 계획이다. 카를로스 타바레스 스텔란티스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미국에 최소 1~2개의 대형 배터리 공장을 추가로 건설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국내 배터리 기업과 추가 협력이 기대되는 대목이다. 일본 닛산도 최근 그룹의 2030년 전동화 비중을 55%로, 5%포인트(p) 확대하기로 했다. 또 당초 23종의 전동화 차량을 투입할 계획이었지만, 이를 27종까지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김철중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북미 지역 전기차 배터리 수급은 2026년까지 지속 타이트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추가적인 증설 움직임이 지속될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김지윤 기자

jiy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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