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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담대 다시 증가...가계부채 ‘딜레마’ 계속
5월말 5대은행 가계대출 잔액
전월대비 1431억 증가세 반전
당국 압박에 고정형 금리 인하
신용·전세대출은 감소추세 지속

꾸준히 지속된 긴축 기조에도 불구하고 ‘고금리’ 빚더미가 늘어나고 있다. 약 1년 4개월째 감소세를 나타내던 주요 은행권의 가계대출 규모가 상승세로 전환한 것이다. 무엇보다 막대한 규모의 가계부채 연착륙이 최우선 과제로 떠오른 상황에서 대출 수요를 늘리는 정부의 ‘엇박자’ 정책이 위기를 확산시키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다시 늘어나는 주담대...“고정형 주담대가 견인”= 5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지난달 말 기준 가계대출 총잔액은 677조6122억원으로 전월(677조4691억원)과 비교해 1431억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 말 기준금리 인상과 함께 감소세를 보였던 가계대출 주담대가 약 1년 5개월만에 다시금 증가세로 전환한 것이다.

이는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지난달 말 기준 5대 은행의 주담대 잔액은 509조6762억원으로 전월 말(508조9827)과 비교해 6935억원 증가했다. 이 또한 4개월 만에 나타난 증가세다. 같은 기간 신용대출과 전세대출 잔액은 각각 2538억원, 9222억원 줄면서 감소세를 지속했다.

은행권에서는 금융당국 지침으로 인한 고정형 주담대 금리 하락 및 특례보금자리론 확대가 주담대 수요 상승을 이끌었다고 설명했다. 금융당국이 금리 인하 및 고정금리 대출 확대를 압박하면서, 은행들이 고정형 주담대 상품을 위주로 금리 인하를 단행했기 때문이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 4월 5대 은행이 취급한 주담대의 평균 가산금리는 0.61%로 지난해 말(1.26%)에 비해 절반가량 떨어졌다. 이에 주요 은행의 고정형 주담대 금리는 하단이 3%대로 떨어졌다. 같은 기간 신용대출은 단 0.26%포인트 인하에 그쳤다. 아울러 고정금리 정책모기지 특례보금자리론에는 2월 출시 이후 약 3개월 만에 30조원의 신청금이 몰렸다.

자연스레 은행권 가계대출 수요는 증가했다. 4대 은행이 올 3~4월에 새로 취급한 가계대출은 약 29조4022억원으로 지난 1~2월 취급분(21조2021억원)과 비교해 39%(8조2001억원)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주담대 신규취급액 증가폭은 6조7949억원으로 총 가계대출 증가폭의 82%가량을 차지했다. 또 지난 4월 취급된 주담대 중 고졍금리 비중은 80%를 상회했다. 즉, 가계대출 증가 대부분을 고정형 주담대가 견인했다는 얘기다.

▶정책 ‘엇박자’에 가계부채 뇌관 ‘아슬아슬’= 문제는 긴축 기조 통화정책에 따라 줄어들던 가계부채가 주담대 수요 변화를 기점으로 돌연 상승세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4월 금융권 가계대출 규모는 1598조8000억원으로 전월 대비 2000억원 증가했다. 이는 2022년 8월 이후 처음으로 늘어난 수치다.

가계부채는 현재 국내 경제의 ‘뇌관’으로 떠오른 상태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빚투’(빚내서 투자)와 자영업 위기 등으로 늘어난 가계부채는 현재 국내총생산(GDP) 대비 102.2%에 달한다. 미국(73%), 일본(65.2%), 중국(63.6%) 등 세계 주요 34개국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와 함께 고금리·고물가 여파도 계속되며 부실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국내 은행의 가계대출 연체율은 0.31%로 전년 동기(0.17%)와 비교해 0.14%포인트 증가했다. 주담대 연체율은 0.1%에서 0.2%로 두 배 상승했다.

한국은행 또한 긴축과 상반된 흐름의 가계부채 문제를 지적하고 나섰다. 홍경식 한은 통화정책국장은 최근 한은 블로그에 올린 게시글을 통해 “최근 주택가격 하락폭이 축소되는 등 부동산 시장의 연착륙 가능성이 높아졌고 단기적 금융시장 안정 측면에서 긍정적”이라면서도 “부채축소(디레버리징) 흐름이 약화될 경우 이미 높은 수준의 가계부채가 금융안정 위험을 높이고 거시경제 안정적 성장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금융당국은 최근의 가계대출 증가와 연체율 상승은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금감원은 지난달 25일 개최된 가계대출 점검 회의에서 “현재의 대출금리가 과거 대출 급등기에 비해 여전히 높은 수준이고, 주택 거래도 예년보다 적은 수준”이라며 “향후 가계대출 증가 폭은 제한적일 것으로 판단한다”고 언급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이번 가계대출 증가세 대부분은 특례보금자리론 등 은행권 정책모기지 취급이 확대된 데 따른 것이며 금리 인하 요인은 크게 작용하지 않았다고 판단한다”며 “전세·신용대출 등 여타 대출과 제2금융권 가계대출의 경우 감소세가 지속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고물가·고금리로 가계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대출금리를 완화하는 것은 불가피한 선택”이라면서도 “경제 성장이 예상된다면, 가계부채 수준을 감당할 수 있겠으나 전망이 어두운 상황인 터라 정부 측에서도 ‘딜레마’에 빠져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김광우 기자

w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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