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현지시간) 요르단 암만 자흐란 궁전에서 후세인 요르단 왕세자와 라즈와 신부 알사이프가 버진로드를 함께 걸어가면서 하객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로이터]

알 후세인 빈 압둘라 요르단 왕세자가 1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재벌가 여성과 결혼했다. 차기 요르단 국왕과 사우디 재벌가의 만남으로 전세계 왕족과 국가 원수들이 총출동해 세기의 결혼식으로 치러졌다.

CNN 등 외신에 따르면 이날 요르단 수도 암만의 자흐란 궁전에서 후세인(28) 왕세자와 신부 라즈와 알사이프(29)의 결혼식이 열렸다. 화려한 장식으로 유명한 자흐란 궁전은 1993년 국왕 압둘라 2세와 라니아 왕비가 결혼식을 올린 장소이기도 하다.

이날 결혼식에는 영국 윌리엄 왕세자 부부, 미국 영부인 질 바이든 여사, 존 케리 미 기후변화 특사 등 세계 각국에서 약 140명의 하객이 참석했다.

결혼식 후에는 수도를 가로지르는 6마일 길이의 퍼레이드가 진행됐다. 거리에 나온 군중들은 환호성을 지르고 깃발을 흔들었다. 요르단은 결혼식날을 공휴일로 선포하고, 요르단 국기와 현수막으로 거리를 장식했다.

신랑인 후세인 왕세자는 압둘라 2세 국왕의 맏아들로 지난 2009년 15세 나이에 왕위 계승자로 책봉됐다. 미국 조지워싱턴대에서 국제역사를 전공한 그는 영국 샌드허스트 왕립 육군사관학교에서 교육받았으며 요르단 육군의 헬기 조종사로 복무했다. 2015년에는 당시 최연소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회의를 주재해 이목을 끌었다.

신부 알사이프는 뉴욕 시러큐스 대학에서 건축을 전공, 미국과 사우디에서 건축가로 활동하고 있다. 신부의 아버지는 사우디 주요 건설회사를 소유한 억만장자이고, 어머니는 사우디 알사우드 왕가의 핵심세력인 ‘수다이리 세븐(압둘아지즈 현 국왕의 8번째 부인 후사 알수다이리의 친아들 7명)’ 혈통이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실질적 통치자인 모하메드 빈 살만(MBS) 왕세자의 친척인 셈이다.

지난해 요르단을 방문한 빈살만 왕세자는 인터뷰에서 “(요르단과의) 관계를 새로운 단계로 끌어올리고 싶다”고 말했다. 이번 세기의 결혼식으로 자원이 부족한 요르단이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와의 전략적 유대를 구축하는데 도움을 얻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민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