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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남 뺨치는 마곡 밥값 “샌드위치로 끼니 때워요” [런치플레이션 시대]
초기 임대료 높아 ‘가성비’ 식당 찾기 힘들어
구로·가산 IT단지보다 3000~4000원 비싸

“마곡이 판교 테크노밸리보다 점심값이 더 나와요. 프리랜서 개발자라 식대도 못 받으니 요즘 점심 먹기가 무서워요. 여기는 빵이나 샌드위치로 길거리에서 끼니 때우는 직장인이 흔합니다.”(서울 마곡 IT 스타트업 개발자 김모 씨)

‘런치플레이션’이 신도시를 덮쳤다. 유명 대기업과 IT 스타트업이 입주하며 본격적으로 커지고 있는 서울 강서구 마곡 일대가 대표적이다. 평균 점심값이 강남 못지않다. 마곡 신도시 개발 후 각 점포들의 분양가가 높아, 초기 물가가 비싸게 형성된 데다 물가 인상까지 겹친 탓이다.

최근 헤럴드경제 인터뷰에 응한 서울 강서구 마곡 IT단지 일대 직장인들은 최근 마곡 일대 점심 가격이 1만원을 상회하는 등 고물가 현상이 심각하다고 말했다. 생활비의 상당 부분을 회사 일대 밥값에 지출하다 보니 부담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20대 직장인 신모 씨는 “점심값이 싸도 1만원을 넘으니 점심으로만 한달에 30만원가량을 지출한다”며 “식대가 나오지 않는 직장인들은 7000~8000원 정도 하는 건물 지하 점심뷔페를 찾아 끼니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극소수다. 신씨는 이어 “점심뷔페를 하는 곳이 별로 없는 데다 이런 곳들은 이미 소문이 나 밥값을 아끼려는 직장인들이 줄을 서서 기다린다”고 말했다.

마곡 직장인들이 점심값 부담을 호소하지만 이곳에는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있는 식당을 찾아보기 힘들다. 직장인 대상으로 형성된 업무지구인 데다 비교적 최근에 생겨 초기 물가가 높기 때문이다. 마곡지구 공인중개사 A씨는 “마곡은 점포 입점 당시 초기 분양가가 (평당) 4000만~5000만원으로 비쌌다. 입주한 상점이 가격을 높게 받을 수밖에 없었다”며 “임대료, 분양가 모두 현상 유지 중이기는 하지만 아마 밥값이 강남과 비슷한 수준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간편결제 서비스업체 NHN페이코에 따르면 마곡 일대 평균 식비 지출은 1만 2000원으로 판교(1만2000원)와 동일했고, 강남(1만 2500원), 여의도(1만 3000원) 등 대표적인 오피스상권과 비슷한 수준이었다(5월 첫째 주 기준). 또 다른 IT산업단지인 서울 구로구 구로디지털단지와 서울 금천구 가산디지털단지와 비교하면 그 차이는 더 두드러진다. 지난해 3분기 기준 마곡 평균 식비는 1만1000원으로, 구로(7000원)·가산(7500원)보다 3000~4000원가량 많았다.

복지로 식대를 넉넉하게 지원받는 대기업 직장인들은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다. 마곡 입주 대기업에 재직 중이라는 홍모(27) 씨는 “마곡에서 식사를 하게 되면 1만원 이상을 지출한다”면서도 “식대가 지급되고 혼자 벌어 쓰는 만큼 부담으로 작용하진 않는다”고 했다. 최근 마곡지구 소재 IT기업으로 이직한 김모(26) 씨는 “점심은 구내식당에서 해결한다”며 “구내식당은 한 끼에 5000원 수준이며 커피도 500원에 해결한다”고 말했다.

박지영 기자·이준태 수습기자

park.jiye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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